[LIFE] L235. 욕망이 온다

소년이 웃는다

by Mira


욕망


우울이 깊을 때는

욕망은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이 없으니까.

갖고 싶은 것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화장실에 가는 일조차

귀찮았다.


그런데 생에 대한 욕망이 다시 솟아나니

또 다른 문제를 만났다.


폭주하는 욕망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무소유, 가능해?


무소유라는 극약처방이

그래서 통하나 보다.


욕망이 위험해질까 두려울 때

가장 쉬운 해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관심은

욕망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욕망을

정렬하는 방향에 가깝다.




취향과 예산


취향을 정립하는 과정은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일이다.


나를 닮은 물건을 발견하면

가까이 두고

매일 보고 싶어진다.


요즘은

예산을 꽤 초과해서

곤란할 지경이다.


그래서 나의 처방은

무소유도,

극도의 미니멀리즘도 아니다.


취향을 추구하되

예산을 분명히 한다.


취향은 삶을 풍요롭게 해야지

통장을 털어버리면

안 되니까.


기다리는 동안,

상상하는 과정에서도

취향은 변하고 자란다.




공부, 또 다른 여행


공부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 여행이다.


호기심과 집중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풍요롭다.


인터넷에는

웬만한 자료가 다 있고,

책값 정도는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


공부는

낯설고 새로운 것을 향한 동경을

조용히 충족시켜 준다.


길에 돈을 뿌리지 않아도

의식은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공부는

훌륭한 도피처이자

평화로운 운둔지가 된다.




나를 위한 공부, 나눔 기록


자격증이나 성과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공부다.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브런치라는 작은 플랫폼에서

나누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한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나를 정렬하기 위해 쓰는 글.


그 정직한 기록이

누군가에게 닿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따뜻해진다.


나는

퇴직 설계 전문가가 되고 싶다.


내가 준비하고

내가 경험한 퇴직,

그리고 그 이후의 삶.


인생 전반전이 어땠든

후반전이 좋으면

다 좋아진다.




작은 생명


작고 힘없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는

내 안의 어린 자아를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어린 자아는

설명으로 설득되지 않는다.


대신

손길의 온도,

시선의 방향,

이유 없는 다정함을 알아본다.


그래서 약한 생명을 향해

흘러가는 애정은

곧 나 자신에게도 닿는다.


폐업하는 펫샵에서

남아 있던 작은 강아지를 데려온 뒤

집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 작은 몸으로

먹고, 싸고, 장난치고, 잠드는

단순한 반복 속에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래, 힘내자. 우리도.”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그런 기분이 생긴다.




소년이 웃는다


강아지를 바라보는 아빠의 얼굴에서

나는

일곱, 여덟 살쯤의

소년을 본다.


약한 생명은

역할과 체면을 우회해

사람을 가장 본래의 상태로 데려간다.


아빠에게

이런 얼굴이 있었다니.

아빠를 조금 더

깊게 알아가는 기분이 든다.


다른 생명을 돌보는 일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된다.




후반전의 그라운드


이런 종류의 일은

삶을 균형 있게 만들고

내 인생 후반전을

단단하게 지탱한다.


공부와 취향,

그리고 약한 생명을 향한 다정함.

내 인생 후반전의

그라운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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