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ings Without Closure
아침의 자유
출근이 사라진 시간에는
여유와 자유의 향기가 난다.
출근 준비로 바쁘던 시간에
나는 온전히 나만의 세계에 집중한다.
커피와 빵을 굽는 냄새.
아침은 더 이상
하루를 버티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쓸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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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한낮
리넨 향 초가 타는 소리.
노란 조명 아래에서
시간은 더 이상 서두르지 않는다.
작은 강아지가
목에 달린 방울을 흔들며 꼬물거린다.
의미 없는 움직임이
이 방 안에서는 충분하다.
이 시간의 몰입과 자유가
나의 하루를 풍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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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시작될 때
하지만 오후가 지나
석양이 지기 시작하면
다른 감각이 스며든다.
빛이 바뀌는 속도만큼
하루의 표정도 달라진다.
아직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데,
어디선가
마침표를 요구받는 느낌.
퇴근 없는 저녁에는
끝을 알리는 신호가 없다.
피로도 없고,
“수고했다”는 말도 없다.
그래서 하루는
조용히 미결 상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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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없는 각성
이제 하루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퇴근 후에 몰려오던 피로감이 없다.
하루 종일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다.
몇 편의 원고를 썼지만
그건 일이라기보다는
그저 일기를 적은 기분이다.
생산적인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은
이상하게
뇌를 각성시킨다.
몸은 쉬어도 될 것 같은데
머리는 아직
허락을 받지 못했다.
오늘이 충분했다는 신호를
어디에서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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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닫지 못한 채
오전에 쓰던 노트를 다시 꺼내
필사를 한다.
손가락에 볼펜 자국이 남을 정도로
많이 쓰지만,
더 이상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제 그만 자야 하나.
벌써.
새벽 세 시부터 움직였으니
하루를 마감한다고 해서
이상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뇌는 점점 더 맑아진다.
잠을 청하기에는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든다.
아직 쓸 수 있을 것 같고,
아직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고,
아직 오늘을
조금 더 써야 할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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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를 배우는 시간
하지만 그건
해야 할 일이 남아서가 아니라,
끝내도 된다는 허락을
아직 스스로에게 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피로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지쳤다는 사실 하나로
하루는 자동으로 닫혔다.
지금의 나는
그 버튼을
직접 눌러야 한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데
스스로에게는
계속 묻고 있다.
정말 여기까지면 충분한지.
퇴근 없는 저녁은
게으른 시간이 아니라,
하루를 외주 주지 않고
스스로 닫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아직은 서툴지만,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끝내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