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의 집
집은 나에게 돌아오는 곳
집에 오래 있다 보니
내 취향이 아닌 것들은 다 거슬린다.
예전에는
“이 정도면 괜찮지” 하고 넘겼던 것들,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던 물건들.
집에 오래 머물수록
그런 것들이 하나씩 눈에 걸린다.
그건 내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 더 이상
맞추지 않아도 되는 장소에
오래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집은
나를 설득해야 하는 곳이 아니다.
설명해야 하는 곳도 아니다.
밖에서는
늘 적당히 조율하고,
조금씩 자신을 희석시키며 산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집은
취향을 연습하는 장소가 아니라
취향을 숨길 수 없는 장소다.
취향은
밖에 있을 때는 ‘선호’지만,
집 안에서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예쁘기만 한 것,
쓸모는 있지만 태도가 없는 것,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들을
정리하게 된다.
나는
집을 꾸미고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돌아올 수 있는 상태를
조금씩 정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취향의 기록이 쌓이고,
그 기록이 공간이 되고,
그 공간이 결국
하우스가 된다.
하우스는 완성되지 않는다.
계속 고쳐지고,
덜어내지고,
다시 채워진다.
마치
원고처럼.
집은 나에게 돌아오는 곳이다.
잘 해냈을 때 돌아오는 곳이 아니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돌아오는 곳.
그래서
이곳에 남는 것들은
나를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