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288. 집은 나에게 돌아오는 곳

집순이의 집

by Mira



집은 나에게 돌아오는 곳


집에 오래 있다 보니

내 취향이 아닌 것들은 다 거슬린다.


예전에는

“이 정도면 괜찮지” 하고 넘겼던 것들,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던 물건들.


집에 오래 머물수록

그런 것들이 하나씩 눈에 걸린다.


그건 내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 더 이상

맞추지 않아도 되는 장소에

오래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집은

나를 설득해야 하는 곳이 아니다.

설명해야 하는 곳도 아니다.


밖에서는

늘 적당히 조율하고,

조금씩 자신을 희석시키며 산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집은

취향을 연습하는 장소가 아니라

취향을 숨길 수 없는 장소다.




취향은

밖에 있을 때는 ‘선호’지만,

집 안에서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예쁘기만 한 것,

쓸모는 있지만 태도가 없는 것,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들을

정리하게 된다.




나는

집을 꾸미고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돌아올 수 있는 상태를

조금씩 정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취향의 기록이 쌓이고,

그 기록이 공간이 되고,

그 공간이 결국

하우스가 된다.


하우스는 완성되지 않는다.

계속 고쳐지고,

덜어내지고,

다시 채워진다.


마치

원고처럼.




집은 나에게 돌아오는 곳이다.


잘 해냈을 때 돌아오는 곳이 아니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돌아오는 곳.


그래서

이곳에 남는 것들은

나를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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