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298. 인생은 재즈처럼

조 모렐로

by Mira



이 압박감은 뭘까.


내일은 특별한 일정이 없다.

동네 수영장을 한 번 둘러보고

등록할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늦은 오후에는 산책 겸 당근 나눔 예약이 있을 뿐이다.

정해진 시간에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명치가 지긋이 눌린다.


무엇을 걱정하는 걸까.

수영장이 별로일까 봐?

잠깐 솟았던 열정이 피식 사그라들까 봐?

문고리 약속 하나도 지키지 못할까 봐?


우울을 다룬 드라마 중에서 가장 공감했던 장면이 있다.

Modern Love에서

Anne Hathaway가 연기한 에피소드.


평소에는 열정과 의욕에 넘쳐

일도 많이 하고,

유쾌하고, 약속도 많던 사람이

어느 순간 푹 꺼져버린다.


데이트를 앞두고

정성스레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다가

마스카라를 툭 떨어뜨리는 장면.


그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예고도 없이 쏟아지는 폭우처럼

그대로 나를 고꾸라지게 만들던 기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속으로 비웃었다.

떡볶이가 먹고 싶으면, 우울한 건 아니지 않나.


내가 겪은 우울은

냉장고 문을 여는 일조차 상상할 수 없었고

샤워기를 트는 데에도 결심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평생 먹은 것보다 더 많은 떡볶이를 먹었다.


매콤한 양념이 입안에 퍼지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감각이 또렷해졌다.

뜨거움. 단맛. 매운 자극.

몸은 반응했고, 혀는 여전히 기능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이 리듬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 뒤에 이어질 가라앉음과

더 길게 남을 열패감.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


하지만 만약 그런 순간이 또 찾아온다면

나는 Jo Morello의 표정을 떠올릴 것이다.


박자를 놓쳐도,

리듬이 엇나가도

그는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스틱을 떨어뜨려도

이 정도야, 뭐.


다시 집어 들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연주를 이어간다.


리듬은 완벽해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다시 들어오기 때문에 이어진다는 듯이.


인생은 재즈처럼.

박자를 놓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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