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299. 라탄바구니가 좋다

전생에 바구니였나?

by Mira




1. 바구니 사랑


라탄 바구니를 보면

일단 멈춘다.


사이즈를 재보고,

짜임을 보고,

손잡이가 있는지 없는지 보고.


이미 집에 여러 개가 있는데도

또 본다.


가끔은 생각한다.

전생에 내가 바구니였나.


이 정도면 취향이라기보다

기질에 가깝다.




2. 비어 있어도 되는 물건


라탄 바구니는

비어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텅 비어 있어도

형태가 있고

존재감이 있다.


우리는 보통

비어 있으면 불안해한다.


일정이 비면 채워야 할 것 같고,

선반이 비면 물건을 올려야 할 것 같고,

통장이 비면 실패한 것 같고.


그런데 바구니는

비어 있어도 완성이다.




3. 무엇이 담겨도 과하지 않다


과일을 담아도 되고,

빵을 담아도 되고,

화장품을 담아도 된다.


무엇이 들어가도

과시하지 않는다.


유리장처럼 전시하지도 않고

상자처럼 숨기지도 않는다.


그냥 담는다.


라탄은 빛을 튕기지 않는다.

흡수한다.


조금 닳아도 괜찮고,

조금 구겨져도 괜찮다.


이 느슨함이 좋다.




4. 나의 구조


생각해 보면

나는 타이트하고 변경 불가한 구조를 좋아하지 않는다.


시스템처럼 정렬된 공간,

반짝이는 표면,

복붙 된 인테리어.


그 안에서는

어깨가 올라간다.


반면

리넨, 빈티지 조명, 오래된 의자,

그리고 라탄 바구니가 있는 공간에서는

숨이 길어진다.


바구니는

경계는 있지만 벽은 없다.


담되, 가두지 않는다.


지금 내가 찾고 있는 삶의 구조도

이와 비슷하다.




5. a sense of enough


바구니에는

용량이 있다.


넘치면 흘러나오고,

비우면 가벼워진다.


딱 그만큼.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된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라탄 바구니를 좋아하는 건

어쩌면

그 구조를 닮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전생에 바구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바구니 같은 일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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