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어디로 갔지?
코끼리를 짊어진 출근
회사원의 어깨에는
곰 한 마리가 올라앉아 있다고들 한다.
나는 언제나
코끼리 한 마리를 어깨에 지고
출근하는 기분이었다.
자도 자도 피곤한 몸.
변비 아니면 설사로 고생하던 장.
수면제를 먹어도 꺼지지 않는 뇌.
밤새 뒤척이며 보내던 불면의 밤.
월급이라는 쳇바퀴
왜 그렇게 오래 버티고 있었을까.
생존을 위해서였다.
월급이 아니면 유지되지 않는 생활 구조.
회사에서 느끼는 무력감,
비효율적인 문화,
이해할 수 없는 업무.
그 정도는 그냥 하면 된다.
내가 의미를 느끼든 못 느끼든
월급은 똑같다.
문제는 몸이었다.
몸이 망가지는 신호를 계속 무시할 수는 없었다.
퇴직으로 회사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사라졌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압박이 찾아왔다.
이제는 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전은 또 달랐다.
몸이 먼저 돌아왔다
그래도 한 가지 변화는 분명했다.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잠이 돌아왔다.
8시간의 숙면.
그리고 매일 아침 화장실에 가는 일.
내 몸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아 고생했던 나에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변화였다.
잠이 돌아오자
몸을 움직이는 일이 수월해 졌다.
그래서 수영을 시작했다.
술 생각이 거의 나지 않는다.
퇴근 후의 술 한잔.
하루의 무게를 씻어내는 나만의 의식 같은 시간.
이제 그 시간에 음악을 듣고
글을 쓴다.
몸이 기다리는 시간
과연 내가 며칠이나 수영을 할까?
등록하는 날에도
나에 대한 신뢰는 없었다.
수영을 시작한 지
3주가 지났다.
이제는
몸이 먼저 기다린다.
아직 수영장에 갈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알고 있다.
어서 나를 물속으로 데려가라고.
한 달 단위로 생각하자
이 루틴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미래를 너무 멀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50년 뒤에는 죽어 있겠지.
30년 뒤는 어떨까.
20년 뒤는?
그것도 알 수 없다.
지금은
한 달 단위로 생각하기로 했다.
하루를 충실히 살고 있다는 기분.
그것만으로도 꽤 좋다.
코끼리 발에 짓눌리던 몸이
이제는 물을 기다린다.
술이 아니라
수영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