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내 방에서 우주까지
나는 주식은 몰라,
나는 부동산은 몰라.
이런 말을 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가슴이 살짝 내려앉는 기분이다.
내 귀에는 이렇게 들린다.
“나는 가난하게 살 거야.”
사실, 불과 10년 전의 나였다.
어려서는 부모님이 주시는 돈으로 살았고,
커서는 회사가 정한 월급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다. 적금도 잘 몰라서 그냥 예금만 하는 스타일. 돈보다 예쁜 옷과 가방으로 옷장을 가득 채우면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가만… 만약 회사가 없어지면?
부모님은 어느새 노쇠해지셨고
이제 내가 경제적으로 돌보아야 하는 데,
나는 아무 대책이 없네.
그건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월급쟁이의 루틴은 그런 생각이 자라기도 전에
나를 좁디좁은 회사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회사에서 내가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한 것도 아니데, 퇴근만 하면 숨 쉬는 것도 귀찮아지도록 방전되었다.
선배들이 주식이나 부동산 이야기를 하면
나는 제일 재미없는 티를 냈다.
‘좀 문화적인 대화를 합시다.’
속으로 생각했면서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책과 영화, 디자인과 패션,
새로운 공간디자인, 인테리어의 마감재 같은 것이 내 머릿속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한 단계만 깊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경제가 디자인과 예술에 미치는 영향은 압도적이다.
브랜드의 방향도, 전시의 스폰서도, 공간의 디테일도 결국 돈의 흐름을 따라 바뀐다.
그때의 나는
마치 세상을 반쪽만 보고 산 거 같다.
경제를 알아야겠다!
2015년 겨울,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수험생처럼 앉아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네임드들의 문장을 멈춰 세워 필사했다.
십 년이 지나니, 그 기록이 콘텐츠가 되고 새로운 커리어를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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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서는 오피스텔, 상가, 오피스, 재개발, 재건축까지 경험했다.
그러다 자산이 부동산에만 집중된 것 자체가 리스크라는 걸 깨닫고, 미국 주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돈의 가치와 원화의 한계를 느낀 것이다.
때로는 부동산에 돈이 묶여 매수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마음을 달랬다.
“나는 1~2년만 투자하고 끝낼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계속할 거야.”
그래서 잠깐 쉴 땐 아예 계좌를 열어보지도 않았다.
투자와 나 사이의 긴 호흡을 믿고 있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성장성과 장악력을 경험했다.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매일 모으기’ 기능이
나에게 꼭 맞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간에 쌓이는 복리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예상 수익 시뮬레이션이 무색할 정도.
이제는 웬만한 변동성에는 무심하다.
계좌가 빨갛게, 혹은 파랗게 물들어도 잠을 잘 잔다.
가끔은 “아, 세일 기간인데 현금이 없네. 아쉽군.” 싶다가도 속으로 웃는다.
“괜찮아. 다음 세일 때 사면 되지.”
투자와 나 사이에 드디어 평온한 호흡이 생긴 것이다.
달러 패권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가상화폐에 대해 미국은 어떤 스탠스로 대응할까.
무려 10년 전,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걸 모르면 큰 기회를 놓치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때 들어간 시드머니는 너무 작아 아직도 작은 나무 한 그루지만, 나는 믿는다.
씨앗은 시간에 따라 성장하고 나무로 성장하고 숲이 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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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면의 전환.
2000년대 초, 나는 인터넷의 전환기를 살았다.
2010년 즈음, 스마트폰의 파도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 모든 시기를 소비자이자 월급쟁이로만 살았다. 엄청난 투자 기회를 눈앞에서 흘려보냈다.
AI 시대로의 전환만큼은 다르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핵심 산업뿐 아니라 연계된 산업까지 공부하고,
테스트하고, 적립식으로 모으며,
6개월 단위로 리밸런싱 한다.
그리고 이제는 AI의 자문까지 곁에 둔다.
그렇게 발견한 종목으로 수익이 나면 얼마나 뿌듯한지.
숫자보다 좋은 건, 그 과정을 몰입하며 즐기는 시간이다.
재미없는 공부가 아니라,
천재들이 벌여 놓은 판에서
내 다마고치를 키우는 기분에 가깝다.
부동산 투자의 재미가 지도를 펴놓고 미래의 동네를 상상하는 거라면,
주식 투자의 재미는 내 상상력조차 닿지 못하는 산업으로 뛰어드는 데 있다.
그 속에서 세상이 얼마나 넓고 흥미로운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천재적인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지 느껴진다. 그 속에서 휴먼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하고 우주 영화 한 편을 보는 기분도 든다. 문학적이고도 고도의 예술 행위 같은 세계를 엿본다.
그런 세계를 맛보면,
나 홀로 작은 방에 있어도
창문 너머로 우주까지 내달리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