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진짜 어른.
'세종'이라는 작은 도시에 3년째 살면서, '아파트 숲'의 모습이 세종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종의 중심에서 15분만 차를 몰고 가도 논밭이 펼쳐진 시골이 나온다. '같은 세종이 맞나?' 싶을 만큼 세종 도심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이곳엔 버스도 하루에 몇 대 다니지 않아서, 스쿨버스가 없으면 아이들이 학교조차 갈 수 없다. 학교 가기도 어려운 마당에 학원, 과외 수업은 꿈도 꿀 수 없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세종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센터장님 내외분은 내가 아이들의 '공부'만이 아닌 '마음'을 봐주시기를 부탁하셨다.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니,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이끌어주실 것을 당부하셨다.
학교나 학원 수업처럼 아이들의 '성적'을 껑충 올려달라고 하시면 차라리 편할 텐데,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봐줘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고, 아이들에게 센터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듣고, 센터장님 내외분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겐 센터가 '제2의 집'이었다.
'제2'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몇몇 아이들에게는 집보다 센터가 오히려 더 '집 같은 집'이었다. 센터장님 내외분은 엄마 아빠의 자리를 채워주셨고, 센터는 말 그대로 '따뜻함이 있는 집'이었다.
학원도 가기 힘든, 학습하기에는 열악한 지역에 사는 아이들이었지만 그동안 센터에서 인성교육, 학습교육이 잘 이루어진 덕에 중학생 아이들의 학업도 시내의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 못지않게 잘 이어지고 있었다.
서로 배려심도 깊고 예의도 바른 아이들. 자존감도 상당히 높아서, 보고 있으면 흐뭇해진다.
이곳에 아이들을 가르치러 왔지만, 사실은 내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다.
아이들 학교의 학부모 면담에 부모 대신 직접 가시는 센터장님 내외분.
사춘기로 빗나가는 아이들은 꾸짖기도, 타이르기도 하며 보듬으시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어른이시구나' 하고 생각했다.
성인의 기준이라는 스무 살은 이미 20년도 더 전에 지났다. 남이 나를 봐도, 내가 거울을 봐도 영락없는 '어른'의 모습이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시간은 내게 '어른 흉내'를 잘 내는 기술을 가르쳐 줬을 뿐, 진짜 어른이라기엔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마음 깊숙한 곳에 반드시 품어야 할 '어른다움'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강사'가 아닌,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어른다움'이 가득한 '진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