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는 없다. 방법은 오직 하나. [1:1 회화+원서독서]
-서론-
교과과정상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하게 되어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a, b, c, d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엄마의 태교가 이미 '영어공부'인 경우도 허다하고, 태어남과 동시에 영어 동요를 듣고, 3,4살 때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문화센터 영어수업, 집으로 오시는 선생님 수업, 각종 영어영상 노출을 시작으로 5세부터는 영어 유치원이나 영어 학원 오후반에서 적극적으로 학습을 시작하는 아이들도 많다. 아무리 늦어도 초등학교에 입학과 동시에 아이들은 영어를 시작한다.
-본론-
이렇게 많은 영어 유치원, 영어 학원, 학습지에서 자신 있게 내세우는 커리큘럼은 다양해 보이지만 결국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답은 하나다. [1:1 회화 + 원서 독서]
[1:1 회화]
음원이나 동영상 노출은 1:1 회화를 충분히 채우지 못할 때 필요한 것이지 필수 조건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이 한국어 배울 때를 생각해 보자. 굳이 성우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북을 들려주지 않아도 엄마와의 소통, 어린이집 선생님과의 소통만으로도 충분하다. 친구들 언어에서 배우는 점도 크다고는 하지만, 미취학 연령의 아이들에게 고만고만한 또래의 언어라는 건 100프로의 완성도를 기대할 수 없으니 사실상 성인인 부모, 선생님의 언어를 copy하며 배운다. 즉 아이들은 1:1 회화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 셈이다.
어떤 언어든 유창해지려면 1:1회화가 최초 조건이자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원어민 과외로 아이의 시간을 채우기엔 수업료가 부담스러우니 차선책으로 '음원, 영상'을 먼저 노출하는 것이지 '1:1 회화'보다 우선 하는 건 아니다. 가성비를 생각하여 음원으로 먼저 노출시킨 후 아이의 발화를 기대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1:1 회화는 진행해야 한다.
회화 수업을 하기 전엔 많은 엄마들이 아이의 실력을 착각하곤 한다. '우리 아이는 매일 영어책을 보고, 자막 없이 영어 영상만 보니 영어가 유창할 거야'라고. 물론 노출이 전혀 없던 아이들보다 아웃풋에 걸리는 시간은 훨씬 단축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1:1 회화를 skip 해도 되는 건 절대 아니다.
[원서 독서]
모든 언어를 통틀어 독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사실 '독서'라는 행위 자체는 '즐거움의 대상'이어야지, 각종 '시험'이나 '언어실력향상'이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독서를 강요하게 되면 아이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스스로 배우기도 전에 독서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가 언어실력을 향상해 준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자, 유일한 방법이기에 아이들에게 반드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원서 읽힐 때 유의할 점 4
ㅁ 모르는 단어에 밑줄 그어가며 하나하나 학습식으로 암기하지 않는다.
암기는 즐거울 수가 없다. 그저 즐겁게 읽고, 많이 읽으면 된다. 특정 시험성적을 위한 학습이라면 어휘를 늘려야 하니 단어장을 만들고 달달 외우는 학습이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즐기면 된다. 단어장 한 번 만들지 않고, 달달 외우지 않아도 다독한 아이들의 어휘는 눈에 띄게 늘어난다. 게다가 스트레스도 하나 없다.
ㅁ e-book, 도서관 대여책만으로 독서량을 100% 채워선 안된다.
책은 종이로, 아이의 손이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뒷부분을 읽다가 앞부분으로 다시 돌아가서 읽어야 하는 순간도 많고, 다른 책을 읽다가 몇 달 전에 읽었던 책을 문득 떠올리며 읽고 싶어지는 순간도 많다. '그때 봤던 단어 같은데 여기 또 나왔네?', '비슷한 이야기가 다른 표현으로 나오네?', 혹은 정말 이유 없이 이전에 읽은 책이 갑자기 읽고 싶어지기도 한다. 아무리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도 e-book으로 읽은 책을 다시 페이지를 넘기며 읽는 경우는 드문데, 하물며 내가 당장 읽고 싶은 '그 책'이 내 집이 아닌 도서관에 있다면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
책꽂이에서 가볍게 쓰윽 꺼내어 빠르게, 혹은 대강 읽어나가며 본인이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찾아 다시 읽는 간단한 활동이지만 이 활동이 있고 없음은 아이 실력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tip) 도서관 활용법
아이들에게 e-book은 추천하지 않지만 도서관은 적극 활용해도 좋다.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사주는 건 낭비가 될 수도 있다. 이럴 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서 아이의 반응을 본 후,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라면 구매하여 집에 구비해 둔다.
ㅁ 원서를 읽은 후 독후활동이나 독서감상문을 쓰지는 않아도 되지만, 그 책에 대한 이야기는 꼭 나눠야 한다. 다시 말해, '글'로 읽은걸 '입'으로 다시 꺼낼 수 있어야 한다. 부모님이 여력이 된다면 상대가 되어도 좋고, 아이가 적극적인 성격이라면 학교나 학원 원어민 강사에게 직접 이야기해보도록 지도한다. 본인이 좋아서 신나게 읽은 책은, 굳이 시키지 않아도 책에 관해 말하고 싶어서 아이 입이 간질간질하다. 원어민과외나 화상수업을 하고 있다면, 그날의 대화 주제를 그 책으로 알아서 꺼내게 된다.
책으로 읽은 내용을 상대와 이야기하며 발음도 교정받고 (가령 그리스 신화의 Jeus는 '제우스'가 아닌 '쥬s'에 가까운 발음이란 걸,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는 '헐마이온니'에 가까운 발음이란 걸 책만 읽어서는 절대 알 수가 없다.), 전체 내용도 스스로 정리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ㅁ 만화책 읽는 연령과 시간은 제한한다.
짧고 간결한 대화체 위주인 만화책은 '회화'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긴 글을 읽어야 늘 수 있는 '독해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긴 글밥이 주는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너무 이른 나이에 만화책의 재미에 노출되어 버리면, 만화책 이외의 책들은 거부하게 되기도 한다. 아무리 '학습 만화'라고 하더라도 줄글책을 충분히 읽힌 후, 최소한으로 읽히는 게 좋다.
-결론-
아이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선 원어민 수업이든, 화상 영어수업이든 '내 아이' 하나만을 바라보고, '내 아이'만을 위한 단어와 문장을 1:1로 집중해서 말해줄 원어민 상대가 필요하다.
아이가 좋아서, 즐기며 읽는 책은 다른 독서활동 없이, 그저 아이 스스로 이야기하면 된다. 책을 천천히 한 번을 읽던, 빠르게 여러 번 읽던 중요하지 않다. 아이가 원하는 패턴을 스스로 찾아가게 하면 된다. 엄마들은 조바심에, 아이가 책의 내용을 다 이해했는지 물어보고, 단어를 모두 아는지 확인하려 하는데, 그렇게 자꾸 숙제검사를 하게 되면 아이는 책을 즐길 수가 없다. 차라리 1:1 원어민 강사의 피드백을 듣거나 화상영어 수업 녹화화면을 통해 아이의 실력을 확인하는 게 더욱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