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의미

by 과학자미뇽

오늘날은 많이 줄었으나, 과거 의료기술이나 공중보건 열악했던 예전까지만해도 첫돌을 채 못넘기고 죽는 갓난아이들이 흔했다 한다. 그래서 오래살란 의미로다 길 영 (永) 한자 써서 영수, 영호, 영길이 같은 영 자 돌림이름을 자주 써붙였다던데, 난 영 자 아닌 용 자를 써 그런가. 어렸을 때부터가 뭔가 눈에만 떴다 하면 냅다 몸부터 들이밀다 어디 깨먹고 다쳐오기 일쑤였던 유소년기였긴 해도 딱히 별 큰 잔병치레 하난 없었건만. 이제 막 군전역 코앞에둔 이십대 초 무렵에 ‘신경 섬유종 제 2형’인지 뭔지 하는 살아생전 듣도보도 못했었던 희귀병에 덜컥 걸려버렸다. 이름 그대로 뇌건 척수건 어디 신경 있는 곳곳마다 종양 무데기들이 불쑥불쑥 자라나는 그런 병인데, 하필이면 이게 뇌 안쪽 깊숙이 건드리기 힘든 부분까지 자리했느라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용하다 이름난 메이져 병원들 사방팔방 찾고 찾아봐도 딱히 이렇다 할 손도 못쓴 채 그저 시각, 청각, 팔다리 몸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의 신체감각들 하나둘씩, 차츰차츰,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것에 그저 손놓고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는귀는 다 먹고 눈까지도 거의 멀고 아주 새까만 어둠 속 아무 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아 ‘나 이제 여기까진가보구나..’ 하고 체념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이 괜히 의료 강대국인가. 병의 첫 진단 때만 하더라도 어찌할 방도 없던 불과 2년 사이 새로 개발된 수술법의 구원의 손길 덕에 반쯤 죽었다 살아날 수 있었다. 비록 수차례 머리뚜껑 여닫았다 하며 생긴 피치못할 개두술의 신경손상으로 인해 영 온전치 못한 몸은 남게 되었지만, 영영 안 가버린 게 어디냐. 목숨 값 치곤 이만하면 싼 편이라 본다. 그리고 시력은 살리랴 어쩔 수 없이 끊은 청신경이지 다른 신경까진 아주 결딴낸 건 아니라 재활운동 신경 써 꾸준히 해주면 마비된 팔다리 얼굴 또한 차차 나아질 수 있으리란 의사 선생님의 소견까지 합해서, 그야말로 성공 중의 대성공적인 수술이었다. 더군다나 얻을 수 있었던 값진 성취. 그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하고있는 글쓰기다.

수술이 잘 됐다는 건 어디까지나 미래 어느 시점의 회복할 수도 있단 가능성일 뿐이지 당장에 막 어디 돌아다니거나 할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잠자코 입원생활에 임하고 있는데, 와. 심심해 죽겠다란 말이 그렇게나 와닿을 순 없었다. 위급했던 응급상황도 이젠 갔겠다 두 발 쭉 피고 늘어져 할 일 없어 좋오타 하는 것도 몇 일 하루이틀만이지 일 년도 아닌 이년씩이나 병동 한 구석 환자용 침상 위에서만 빈둥빈둥 널브러져서만있으니 이건 이대로 또 심각한 위기였다. 텔레비전이 있다지만 소리 없이 보는 화면도 너무 적막해서 재미없고, 당장 물 빠져 죽더라도 주둥인 동동 떠 살아있는 미친 수다력에 주렁주렁 달린 의료장치 땜시 입도 뻥긋 못해 입만 근질근질하고, 그럼 먹는 맛이라도 있음 쫌 좋아. 워낙 낯가림 없는 혀라 군대밥이든 제삿밥이든 뭐든 이무거나 옛다 하고 떤져주면 좋다고 잘만 받아먹을 수도 있는데 매 끼니 맹맹한 병원밥이라도는커녕 인간이 딱 죽지 않을 만큼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정량담은 영양팩으로다 꾸역꾸역 연명하는데, 그마저도 입 아닌 코에 주렁주렁 달린 콧줄 로다 대체적인 영양공급을 취하다보니 뭔가 먹고는 있다는데 이게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도대체 뭐 느껴볼래야 느껴지지도 않아 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 더욱이 나아질 수 있다는 건 어디까지나 지금보단 어느 정도를 말할 뿐이지 막 공상과학소설처럼 고도로 발달된 미래의 줄기세포기술로다 온전히 모든 병 다 싹 완치 되는 세상이 어디 하루아침 일도 아니라 누가 쌩쌩한 팔다리 눈 귀 똑 달아주지 않는 이상 뭐 하고 뭐 하기 뭐한 이 제한된 신체조건하에 뭐 해 먹고살지조차 마땅히도 안 떠오르고,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이 제한된 몸뚱이론 나 바라는 이상은 머나먼 공상과학 영역 같이만 느껴져 정신이 아득해져만 갔다. 이상이라곤 해도 그리 거창한 것도 아녔다. 맘 맞는 이상형 만나 알콩달콩 사랑하고, 맘마 줘 맘마 줘 생때같은 자식들에 맛난 거 하나 더 쥐어주는 등 그런 평범한 삶을 꾸려갔음 싶었다. 근데 말만 성인이지 실상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갓난얘란 현실도, 한번밖에 없을 이 찬란한 청춘을 이렇게 병상 위에서만 빤짝 느즈러져야만 한단 사실도, 나 밥벌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하는 제구실에 대한 의심도 들고 완전 실명은 면했다던데 앞으로 내 앞날은 조금도 보이지가 않았다. 가뜩에나 뭔 고민 있음 에라 모르겠다 휘리릭 쫙 빼입어 이 핫플 저 맛집 사람 많은 곳곳 쏘다녀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이렇게 누워만 있는 것밖엔 뭐 달리 할 수 없는 내가 딱하기도 하고, 딱히 이렇다 뭐 할만한 것도 없고, 아무런 맛도 멋도 뭣도 없는 이 절대안정 된 생홯 속에 무기력해 있는데, 어랍쇼? 이러니까 꽤 괜찮아졌다. 앞으로 나 먹고살 순 있을런지 하는 나중 일이나, 뭐 하고 싶은 거 못해 꿍하다거나 하는 것들 있음 끄적끄적대보면서 글속의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입고 싶은 것도 입어보는 상상해보다보면 불안에 뒤엉켜진 맘이 어느 새 눈 씻듯 싹 풀려나는 듯했다. 외부세계로부터 오는 극심한 압박감에 의한 암울한 미래도, 우울한 기분 그 뭐가 있건 없건 간에 글 세상 쏙 빠져버릴때만큼의 난 그 어떠한 두려움과 어려움 없이 내가 이 세상 제일 캡짱이란 배짱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그것은 뭐랄까. 마치 첫경험의 거사 치른 후에 오는 거대한 뿌듯함관 또다른 전희의 카타르시스. 그 행위는 순간의 쾌락에 그치지 않고 거침없이 온몸과 맘을 전율케했다. 세월아 네월아 하염없이 흘러가는 정적인 현실과 그에 파생된 정체된 미래와, 그외 온갖 걱정거리들에 억눌려 있을때마다 입버릇처럼 틱틱 내뱉는 글속의 혼잣말들은 세계의 시간감각을 옅게 해주었고, 그 느낌이 왠지 좋아 세상모르게 글쓰다보니까 이리 오늘날에까지 하고 있기는 한데, 와. 이건 상상 그 이상이다. 이따금씩 심심풀이 해 쓰는 글쯤이야 마음 푹 놓고 상상의 나라 쏙 만끽할 수 있었다지만 이게 취미로써가 아닌 진짜 이걸 내 본업으로 삼자 하니 그 업무 난이도란 한마디로 상상초월.


일단 여까지 쓰는 것까지조차 여간만 한 게 아니다. 그 주요인으로 가장 손꼽히는 것은 다름아닌 장애다. 뭔갈 다 쓰고 나서 최종적으로 검토할 겸 전체적으로다 주루룩 훑어본다거나, 꺠알같은 오탈자 같은 거 잡아내기 등의 퇴고작업은 제외한다 치면 신체적 장애가 글쓰는 행위 그 자체로 직접적 장애요소는 아니다. 다만 이건 스토리 내용 흐름의 구성요소상에 엄청난 장해를 끼친다. 이를 테면 애써 짱구머리 끙끙 쥐어짜내 올린 아이디어 갖다 “이러 이렇게 써야지”라 구상한들 막상 본격적인 집필단계만 들어갔다 하면 엥? 기존의 기획의도완 전혀 딴판의 이야기로 아주 가버리고 만다. 좀 더 풀어쓰자면 이런 식이다. 뭔가를 쓰고, 또 다음 뭔가를 쓰고. 그 담의 차례차례대로 줄줄이 써내려간다 치면 문장과 문장 사일 좀 더 오밀조밀 잘 연결하고파서 보다 상세한 내용 이것저것 매만지다보면 무얼 썼대도 죄다 ‘어려움을 앓고있는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딛고 한 단계 한 단계씩 극복해나가는 한 청년의 인생역경을 다룬 눈물겨운 인간승리물로 통일되는 바람에 초고쓰기부터가 상당한 초 고행이다. 그렇담 그 장애내용 쏙 빼놓고 쓰자고도 해봤는데 이건 이대로 또 남다른 고충이다. 내가 주로 쓰고자 하는 장르가 꼭 현실의 고증 필요치 않는 소설이라면 모를까, 난 내 이야기의 날 다룬 수필을 주된 장르로 치기에 있는 그대로 날 써내리다보면 장애언급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근데 이걸 슬쩍 건너뛰자 하려니 진짜 하고 싶은 말 쓰려면 반드시 그 부분 거쳐가야 되고, 그렇게 되면 상술한 바와 같이 본뜻과는 줄줄 새기 내지는 갑자기 글 분위기 축 늘어지고, 그런 불상사 막겠답시고 최대한으로다 압축한 축약문 갖다 “반평생 잘 살다오다 병 걸려 장애인 됐음.” 같이 띡 할 말만 요약해 쓰면 글이 너무 무드도 없고 딱딱해져서는 도로 부랴부랴 글 분위기 살려내자 싶어 급하게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여내다보면 또다시 글이 깨져버리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만약 그게 세상눈 확 끌어잡을 만큼의 흥행이라면야 좋다고 헤헤 웃어 넘길 수는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됐음 진즉에 난 유명 작가로 떴지, 허구한 날 뭐 하는 작자로 이렇게 떨어지고 앉아있진 않을 것이다. 열려있는 문학 공모전마다 나름 혼신의 투혼 다해쓴 투고 글 갖다 이곳저곳 꾸즌히 찔러보고는 있긴 한데 들인 시간 대비 타낸 저조한 수상률이 영 아닌지라 곧잘 시무룩해지고는 한다. 그치만 그대로 거기 머물러 있지만은 않는다.


아마, 어떤 문학작품을 감상할 때 작중 중간중간 밥 먹거나 샤워하기, 볼일 보기 등 기초적인 생리작용 처리하는 묘사가 안 나온다 해서 그걸 갖고 그 작품은 핍진성이 없네, 개연성이 없네 말도 안 되네 하는 일은 않듯이, 손발가락 한 개도 꼼짝달싹 못했다면서 어떻게 영양팩은 누가 걸어줬으며, 화장실은 누가 처리해줬으며, 스무살 초반 때 병이면, 나이도 그렇고 수입도 그럴진대 그 수술비며, 입원비며, 지금 영위하고 있는 생활비는 누가 부담하고 누가 간병해주는가와 같이 병원생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내 일상생활의 개연적인 당위성에 “말도 안 된다" 할 독자는 드물 것이다. 직접 글로 언급한 적은 없더라도 으음~ 그간 글쓴일 돌봐주고 있는 보호자가 있었고, 대개 그걸 자처하는 건 해당 환자와 깊은 유대감 있는 사람일 거고, 그 사람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아마 가장 처음으로 떠오르는 건 보통 ‘가족’이지 않을까 싶다. 같은 맥락으로, 나도 그렇다. 저 보편적인 의식의 흐름, 그 처음과 끝엔 언제나 가족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진짜 저세상 갈 뻔했던 위급상황은 이제 저 멀리로 갔다. 밥도 아무거나 푹푹 잘만 떠 먹고 목 맥히면 물 한 컵도 벌컥벌컥하게 됐다. 꾸준히 재활센터도 다녀서 빡시게 재활운동도 하느라 밖에 홀로 나가 놀진 못해도 적어도 화장실 정돈 혼자 갈 수 있게 됐다. 급한 일처리는 물론이고, 삐질삐질 땀낸 후 뽀송하게 샤워도 혼자 거뜬하고, 너무 많이 먹어대서 살찔까 봐 걱정이지, 아침, 점심, 저녁 매 끼니마다 탄단지 고루 듬뿍 영약식에다 입은 심심하지 말라 중간중간 간식거리 잔뜩에 그도 모잘라 갖가지 영양제, 보충제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잠은 충분히 자야한다 하루에 꼭 8 시간, 원한다면 그 이상까지도 늦잠도 자고, 이거 글 써내려가다 꽉 막힘 진짜 속터져버릴 것만 같긴 하지만 그래도 지 좋아하는 거 원없이 왕왕 하는 거니까 어디 탈 날 일도 없다. 오늘 공모전 글 떨어지면 내일 또 쓰고, 그래도 떨궈지면 그러려니 또 쓰고. 그래도 안 되면 다음에. 그조차도 그러면 그 다음에. 그마저도 그러면 또 다음에, 다음에, 다음에 닿을 때까지 계속 이것 하나만 들들 붙들어매고 있다보면 언젠간 붙겠거니 하고 글쓰는 덴 그닥 큰 신경은 안 쓴다. 하지만 이건 이대로 맘 편히 하면서도 하루종일 마음 쓰이는 건 가족이다.


몸소 직접 겪어내보진 않았지만 방안에서 이 세상 얘기, 저 세상 얘기, 사람들의 글로나마 간접적으로 많이 봤다. 먹고 사는 세상살이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고. 내가 이거 하나만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봐야만 할 현실적인 볼일들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 굶어본 적은 없지만 그러기 위해 아침이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늦은 밤까지도 밤낮없이 나의 평온한 하루를 위한 가족들의 하루는 그리 평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럴 텐데도 늘상 싱긋 웃음지으며 한결같이 괜찮다고, 넌 그런 걱정 쫌도 하지 말라고, 딴 거 신경쓰지 말고 니 좋아하는 거 실컷 다 하라고, 뭐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있음 언제든지 말만 하라는 엄마, 아빠. 무슨 일 있어도 너 하난 부족함 없이 꽉꽉 챙겨 줄거란 우리 엄마, 아빠 생각하면 그까짓 거 수십, 수백번 탈락한 것쯤야 일도 아니다. 아무거나 허겁지겁 잘 집어먹음 먹었지, 요만한 일에도 걸핏하면 지레 겁만 잔뜩 먹는 나지만, 용감할 용 (勇) 자 쓴 이름에 전혀 걸맞지는 않지만, 어제의 탈락을 토닥여줌으로써 내일의 실패할 용기 또한 불어넣어주는 가족이란 이름 아래 언감히 난 이 바닥 최고가 되길 꿈꾼다. 몸은 둘째치더라도 정신머리깨나 덜떨어진 나여도 몇번을 똑 떨어지고 또 떨어져도 몇번이고 정신 차려! 꼭 올리 올라, 이 문학상, 저 문학상 모조리 다 쓸어담아서 이 구역 나 킹왕짱이 되는 야심찬 상상, 이 세상 제일가는 작가로 떠오를 이상향을 품는다. 그게 어느 동네 얘 이름 부르듯이마냥 쉬운 일은 아니랄 건 잘 알지만, 언제는 인생 뭐 쉬웠던 적 있나. 꿈이다. 가다 지쳐 곯아떨어지면 내일 또 오게 될 꿈이다. 꿈이다. 한숨 푹 자고 인남 반드시 올 내일이 내 꿈이다. 내 코가 석 자라 나도 내 앞날에 심히 오락가락하는지라 막 인생은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해야하니라는 격언, 조언 금언 같은 영양가 있는 글은 못 쓴대도. 초년고생은 금 주고도 못산댔고,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하랬다. 초장부터 제대로 꼬여먹어 그렇지 어떻게 요 첫머리만 슬쩍 풀어넘긴다면 상대적으로 그 뒤는 꽤 수월하다.


전혀 유쾌하지도 유익하지도 없는 희귀병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희귀라는 게 흔치 않으니까 희귀인 만큼 지난 시간의 경험들은 수필가로써 꽤 유니크한 소재일 테고 , 주제라곤 죄다 하나같이 “우리 가족 짱 좋아.”밖엔 없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로만 어떻게저떻게 잘 손봐주기만 하면 되긴 한데..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어떻게 잘 될 것이다. 그야 잘 못 되면 그런대로 잘 될 때까지 쭉 할 거니까. 눈앞에 맞닥뜨린 사소한 일들에나 중대한 고민으로 끙끙앓고 있을 때, 내가 실수한 일들이나 실패한 일들에서 기운 빠져 실망하고 있을 때, 모든 게 다 엉성하고 엉망으로 엉망진창이 된 맘일지라도 말없이 맘속 안에 가족들 얼굴 한 번 떠올려보면, 언제 축 처져있었냔 듯, 금새 내 마음은 말끔 말짱해진다. 다시금 용솟음쳐 날 또 다잡게 된다. 어제가 뭐 어땠어도 오늘은 더 나아져서, 오늘도 뭐 어땠어도 내일은 더 나아져서, 그렇게 지금의 하루보단 하루하루 나아가서 마침내 그곳 향해 다다르게 되면, 나로 하여금 해서 보다 하염직한 사람이 되고 싶게끔 해주는 사람, 내가 하고싶은 것에 마음껏 뒷받침해주는 사람, 가장 편하면서도, 세상 가장 편안해지는, 가장 소소하면서도, 세상 더없이 소중해지는, 가장 보통의 존재이자 가장 특별한 존재이자, 내 중심, 내 삶, 내 의미, 내 세상, 내 존재의의 그 자체인 나의 가족,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가족들, 이제껏 나 키워주시느라 고생 많으셨던 나의 부모님께 편안한 매일을 안겨드리고 싶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발에 땀 한방울도 안 맺히게, 마음 푸욱 놓고서 발도 쭈우욱 펴시고서, 눈도 꼬오옥 붙이고서, 숱한 밤잠 푹 주무셔. 세상모르게 쿨쿨쿨쿨 자고자다, 세월아네월아 푹푹푹푹 늘어져자다, 벌써 해가 중천이야 어여 일어들 나셔, 식기 전에 어서들 점심 자셔, 더 있으니 양껏 담아 꼭꼭 드시고, 다 잡수면 빨랑 후딱 옷 입어요, 뭔들 이뻐 뻔질나게 뺴입어도, 아구 이뻐 이쁘게도 차리셨네, 그럼 이만 우리 얼른 나가야 해, 매일 맨날 이곳저곳 놀아야 해, 오른쪽엔 우리 엄마 손 왼쪽에는 우리 아빠 손, 우리 손에 손 꼭 깍지 끼고, 발에 발도 콕 맞추시고, 내일 매일 놀러 나들이 가요, 산도 좋고 물도 좋고 요리 보고 저리 보고, 세상만사 방방곡곡 한갓지게 거닐어요, 오늘내일 맨날 매일 실컷 노닐어요,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예쁜 옷도 많이 사줄게, 좋은 곳 또 많이 가줄게, 맛도 좋고 멋도 좋고 뭐든 좋은 것들 다 모아 줄게, 세상있는 모든 것들 전부 다 줄게, 남김없이 싹싹, 부족없이 팍팍, 풍족하게, 포근하게, 평안하게, 안락하게, 그러하게 , 평생토록 호강시켜 줄게, 우리 가족 영원토록 행복만 해.


아,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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