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 거야.
딸이 학원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 마중을 나갔다. 나는 딸과 함께 걷는 것을 좋아해 딸 학원 하원 시간에 맞추어 마중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학원 문을 나서는 딸의 시선이 나를 찾아 바쁘게 움직인다. 엄마를 찾느라 움직이는 눈동자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눈이 마주쳤을 때 동시에 지어 보이는 그 미소. 그 미소안에 백만 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만 같다.
여느 날과 똑같이 딸과 함께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세상에... 닭과 병아리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것이다. 닭의 화려한 자태는 지나가는 사람 누구라도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신기해서 가까이 가서 지켜보았더니 주인 할아버지가 나무 작대기로 길을 가리키며 닭과 병아리를 산책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위풍당당한 닭의 발걸음과 그 뒤를 철 모르게 쫓아가다 옆길로 새다를 반복하는 병아리들은 정말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닭과 병아리가 놀라지 않게 딸과 나는 멀찌감히 떨어져 지켜보았는데 주인 할아버지께서 가까이 와서 봐도 좋다고 해 주셨다. 덕분에 옆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구경도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우리 딸에게 병아리 손에 올려줄까? 여쭤보셨다. 딸은 수줍게 "네"라고 대답했고 귀여운 병아리들을 손에 올려보려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병아리 한 마리를 들어 올려 딸의 손에 얹어 주려는 그 순간 옆을 지나가던 장난기 가득한 초등학생 고학년 남자아이가 아기 병아리를 휙 낚아채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는데 아기 병아리도 놀랐는지 그 남자아이의 손바닥 위에 예쁘게 똥을 싸버렸다. 남자아이는 손바닥 위에 똥을 보자마자 병아리를 손에서 놓아버려 땅에 떨어져 버렸다. 다행히 잔디밭 위에 떨어져서 아기 병아리는 총총 거리며 똥꼬 발랄하게 뛰어다녔지만 진짜 식겁했던 순간이었다.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뒤쫓아온 엄마에게 혼이 났고 울상이 되어 그 자리를 떠났다.
주인 할아버지께서는 껄껄 웃으시며 우리 딸에게 한 번 더 물어보셨다.
"한 번 만져볼래? 손에 얹어 줄까?"
"아니에요. 눈으로만 볼게요. 너무 작은 아기라서 눈으로만 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하고는 만지지 않았다.
주인 할아버지께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딸이 나에게 한마디 했다.
"엄마, 나 정말 착하게 살 거야"
딸은 아까 그 오빠가 나쁜 행동을 해서 벌 받았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결말까지 완벽한 동화 같은 하루였다.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