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

달력의 추억

by Miranda


[달력 그림 같은 장길리 낚시공원]

남편과 나, 그리고 우리 딸.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본인의 몫을 다하고 주말이 되면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다음 주에 있을 남편의 출장을 위해 사전답사를 가야 한다기에 또 온 가족이 함께 출동하였다. 일주일 내도록 비가 쏟아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날씨였다. 푸른 하늘을 본 게 얼마만이던가.


우리는 경북 포항의 양포항과 장길리 낚시공원을 들러 남편이 사전 답사를 하는 동안 풍경을 감상하고 산책을 하였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풍경이 너무 예뻐서 감탄을 금치 못한 나는 "풍경이 꼭 달력그림 같아."라고 말했더니 딸이 의아해했다.


"엄마, 이게 왜 달력 그림 같아? 달력 그림이 뭔데?"

"달력에 보면 예쁜 사진이나 그림 같은 게 있잖아. 꼭 그런 거 같지 않아?"라고 대답을 하면서 생각을 해 보니 요즘은 예전만큼 그런 달력을 잘 못 본 것 같다.

우리 딸이 물어보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게 내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나서 집에 벽걸이 달력을 걸어 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연말이 되면 은행, 보험회사, 서점, 빵집 등등 가는 곳마다 달력을 선물로 주었고 그럼 그중에서 그림이 예쁜 걸 골라 방에 걸어놓고는 하였다. 온 가족이 사용하는 거실에는 숫자가 큰 달력을 걸어놓았고 큰 숫자 밑에는 12 간지 동물들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해가 지난 달력은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아버지께서 교과서 책커버(우리는 책꺼풀이라고 불렀다.)를 씌워 주셨다. 예쁜 그림이 있으면 그림이 보이는 면으로 커버를 씌워 주셨고, 아니면 달력의 흰 부분으로 책커버를 씌우고 그 위에 교과서 제목을 예쁘게 써 주셨다.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기름종이 같은 재질의 일력을 매일매일 한 장씩 뜯는 재미가 있었고 뜯은 달력에 동전을 넣어 제기를 만들어 차고 놀기도 하였다.


요즘도 연말이 되면 보험회사나 서점, 거래처에서 달력을 주긴 하는데 대부분 탁상형 달력인 것 같다. 우리 집에도 사무실에도 탁상형 달력이 책상에 놓여있고 벽걸이 달력은 보기가 힘들다.


달력도, 시계도, 주고받던 편지도 스마트폰이 대체하고 있어서 편리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다.


딸에게 되물었다.


"엄마는 마치 달력 그림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꼭 할머니 카카오톡 배경화면 같아"


스마트폰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멋진 풍경들은 우리 부모님들의 배경화면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다!


2025.10.25





작가의 이전글농사는 잘 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