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추억한다 #2

그 시절 우리는.

by Miranda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왔다.

어제는 글 쓰는 것조차 죄스러웠지만 오늘은 글로써 추억하고 싶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가는 내내 내 몸속 어디에 저장되어 있었던 건지 추억들이 솟아났다.

남아 있는지도 몰랐던 추억들. 기억들.


박사학위복을 입고 있는 친구의 사진.

그 학위복의 무게를 알기에 마음이 더 아팠다.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는데

어머니께서 "우리 아들은 참 착한 아들이었어. 엄마 속 한 번 썩인 적이 없어.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놔두고...."

나도 모르게 어머니를 안아드렸다.

한동안 부둥켜안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 우리 아들은 착해서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라고 하셨고 나도 "그럼요. 좋은 곳으로 갔을 거예요"라고 말씀드렸다.


그 친구는 자립심 강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항상 어머니를 생각했던 듬직하고 착한 아들이었다.

부산 남자는 무뚝뚝하다고 하지만 그 친구는 가끔씩 나에게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항상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넘쳐났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커서였을까

어머니께서는 "우리 아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 병을 못 이겨냈어"라는 말씀을 하셨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친구의 성품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더 아려왔다.


친구와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오니 젊은 시절 정말 동고동락을 했던 선배 후배들이 와 있었다.

20대를 함께 보냈었는데 지금은 다들 뿔뿔이 흩어져 군산, 강릉, 포항, 광주에서 각자 살다가 오늘 이 자리에 다 모인 것이다. 슬픔을 나누고 친구에 대해 추억하다 보니 우리가 함께 지냈던 그 시절의 얘기들이 자연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각자가 타지에서 바쁘게 살다 보니 모이기가 힘들어 이렇게 다 같이 모인 것은 10년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바로 우리가 함께 지내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마치 어제 함께 했던 것처럼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시간의 장벽이 무너져 내렸다.


신기했던 건 각자가 기억하고 있던 내용들이 다 달랐다는 것이다.

각자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사건들이 하나같이 다 달랐고 서로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 신기하게도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이렇게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도 모르게 사라졌을 기억.

이제는 사라지지 않을 기억.


아직 읽어보지는 못 했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본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딱 그랬었다.

그 시절 우리는 모두 아팠고 너무나도 힘들었다.

함께였기에 버텼고 청춘이었기에 헤쳐나갔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함께하며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는 중년이 되었는데 너무나도 아팠던 그 시절 얘기를 우리는 웃으면서 하고 있었다.


그때는 힘들었다.

그런데 그 시절 얘기를 하는데 우리는 웃고 있다.

우리는 분명 그 속에서 행복했었다.


또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지만 우리는 다 같이 모이자는 다짐을 했다.

사느라 바빠서 언제 다 함께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존재 만으로도 감사한 존재들.


그리고 내 사랑하는 친구도

우리의 만남 속에서 항상 존재할 것이기에 그립지만 그립지 않다.


다시 다 같이 만나는 날을 기약해 본다.

물론 내 사랑하는 친구도 함께 말이다.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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