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하나뿐인 한정판 케이크
일 년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내 생일이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생일의 설렘이 줄어드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설레고 그랬는데 사실 지금은 점점 그런 감정이 없어지는 듯하다.
우리 가족은 평일에는 각자 너무 바쁘기 때문에 생일을 챙기기가 힘들어서 다가오는 주말에 근사한 곳에서 외식을 하며 파티를 하자고 하고 각자 일상을 보냈다.
딸의 일상 중 하나는 학교를 마치면 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화 통화를 했는데 딸이 오늘따라 쭈볏쭈볏 말을 망설인다.
나 : "왜 그래? 할 말 있어?"
딸 : "응, 그게 말이야.. 내 용돈 카드에 돈 좀 넣어줘!"
나 : "왜? 뭐 살 게 있어?"
딸 : "그냥 좀 넣어줘, 뭐 좀 사게"
나 : "응, 알겠어."
이런 적이 없는데, 필요한 게 있으면 꼭 말을 하고 돈을 받아가는 아이라서 오늘 같은 날은 의아하지만 일단 용돈을 보내줬다. 집으로 돌아온 딸에게 뭐 샀어?라고 물었더니 배가 고파서 초코파이를 하나 사 먹었다고 한다. 결제 금액도 문방구에서 파는 초코파이 값이길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남편은 오늘따라 안 하던 전화를 한다.
남편 : 오늘 자기 먹고 싶은 거 사서 파티하자!
나 : 파티는 토요일에 하기로 했잖아. 그리고 우리 이미 저녁 먹었어.
남편 : 축하주라도 한잔 하자. 집 앞 마트로 나와~ 거기서 보자.
나의 생일 파티를 위해 남편이 좋아하는 막걸리와 양장피를 카트에 담는다.
분명 나 먹고 싶은 거 먹자고 해 놓고선 ㅎㅎ
집으로 돌아와 양장피와 막걸리 한 사발씩 따라서 축하주를 마셨다.
방에서 꼼지락 거리던 딸이 무언가를 들고 나온다.
나를 위한 생일 케이크였다.
딸에게 처음으로 받아 본 생일 케이크.
딸은 이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오늘 하루 종일 설레고 내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엄마에게 이유를 말할 수는 없지만 용돈을 받아내어 초코파이를 사고,
모아둔 포장지 중에서 어울릴만한 종이를 골라 깔고
내가 요리할 때 옆에서 자꾸 얼쩡거려서 뭐라고 했었는데 주방에 있던 종이포일은 어느새 초가 되어 초코파이에 꽂혀 있다.
저기 저 빨간 LED 조명 같은 건 뭐지 싶어 살펴봤더니 냉장고 옆에 붙여 놓았던 빨간 무당벌레 마그네틱을 거꾸로 꽂아 둔 것이 아닌가.
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나만을 위한 한정판 케이크를 만들어주었다.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간식을 먹지 않고 있지만 이 초코파이는 안 먹을 수가 없었다.
정말 맛있게 하나를 다 먹어버렸다.
나이가 들면서 생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별로 감흥이 없었지만 생일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 생일은
딸이 케이크를 구상하고 만들 빌미를 주었고,
남편이 먹고 싶은 양장피와 막걸리를 먹을 빌미를 주었다.
다이어트하는 나에게는 죄책감 없이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빌미를 주었다.
이처럼 나의 생일은, 또 누군가의 생일은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