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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매거진 4호] 게르나 아파트나 (1)

사람 사는 데 다 똑같지예

by 낙서




안녕하세요, 연휴가 다 끝났군요.


다들 짧게 주어진 방학은 잘 보내셨는지요.


뭐 어찌 보내셨든 편안히 푸욱 쉬셨길 바랍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지요

이번 연휴동안 눈도 좀 붙이셨음 하네요.


아무쪼록


이번 글은

몽골입니다.








왜, 다들 이십대 때

배낭여행 많이 가라고들 하시잖아요?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자연을 마주하며

다른 사고와 시선을 배워

견문을 넓혀나가라는 뜻이겠지요


그것도 그렇고,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땐,
그냥 멀리 떠나버려!



아주 뻔한 말이지만

이십대는 불안하잖아요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땐


일시적으로나마 물리적 변화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그렇게 떠나요


그래서 떠났습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지인 1명

그렇게 서로의 지인을 불러 모인 몽골팟 6인


이십대 여섯명


모인 건 종강 후 유월 말, 칠월 초 즈음

카톡방이 하나 만들어집니다


아직 왜 이십오년 여름에

꼭 그때에 몽골로 떠나야했는지

각자의 이야기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비행기 표를 끊어봅니다


막상 끊으면 또

별 거 없습니다


함께 동행한 분들에 대해 감사한 것들이 많은데,

그 이야기는 마지막 2편 때 흐뜨리도록 하지요.






뭐, 어쨌든


무지개, 빛, 그림자


울란바토르에 도착

좋은 예감이 들 것만 같아 찍어 두었습니다.


무지개, 숙소 앞 빛과 그림자의 경계.




울란바토르

평양에 직접 가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습니다



'몽골'하면 끝없는 초원, 사막... 등을 떠올려서 그런지 도시는 좀 어색한 감이 있었는데요. 한국이랑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70년대 한국...? 평양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직접 간다면 이런 느낌을 마주하지 않을까 싶었네요. 곳곳에 한국의 편의점들도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하나 특징이 있다면 편의점 청소시간. 직원분이 문을 잠그고 편의점을 청소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 시간이 불규칙하고, 또... 청소시간에는 손님들이 들어설 수 없다는 것.


절대 안 열어주시길래 당황 좀 했습니다. 부러운 근무 환경이에요. (근무시간을 다 청소시간으로 만들어야지.)


몽골 인구의 대부분은 모두 울란바토르에 거주 중입니다.


그래서일까 교통체증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지하철이 없는 것도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다만 몽골은 여러 요인들로 인해 지하철이 들어서기 어려운 환경인 듯 싶습니다. 칭기츠칸 공항에서 숙소까지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를 택시 타고 6시간... 걸려서 갔는데요.


타국이라 조심스럽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우울증 오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일상이 모두 사라져 버리니까요. 안 그래도 몽골은 공장이 많이 들어서 있어 대기환경도 좋지 않습니다. 제가 기관지가 예민한 편이라 공기 안 좋다는 걸 바로 느꼈네요. 목 칼칼하더니 붓고, 콧물이 나고, 눈이 살짝 살짝 따갑고, 입술이 슬 건조해지더라고요. 빠른 시일 내에 교통체증 이슈가 해결되었음 합니다.


뭐, 한국에서도 6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왕복 4시간씩 걸리는 출근길, 통학길을 반복하다 보면 청춘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고는 하잖아요. 오고 가는 시간동안 남는게 없어서 그렇습니다. 쓸모 없는 시간이 되어버려서요. 자기 일상이 사라져 버리니까요.




몽골의 시골


볕이 들 창가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자연 맞이 시작.


장 보려고 들렸던 슈퍼마켓 근처 식당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들어갔다가

창가가 고요히 자리잡고 있어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아직 볕 들기 전

하나 찍어 둔 사진


그리고,



자연



몽골의 자연

끝 없는 지평선

구름 계단

초원

도로 위로 달리는 양

윤슬

어스름


그리고


고요한 아침 소리



이름 모를 꽃



저는 샛노랑색, 하늘색 다음으로 연보라색을 좋아합니다.


몽골에서 발견한

연보랏빛입니다.



호수



잔잔한 호수

그리고

고요한 아침입니다



한 사원에서



몽골은 인구의 약 50~60%가 불교를 믿는다고 합니다.


같은 사원이어도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모두 각국 고유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지니고 있네요.


몽골은 불교 중에서도 티베트 불교(라마교)인지라

한국의 절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어느 시장에서



시장도 방문했어요.


저는 한국에서도 꼭

서촌 가는 길에 시장을 한 바퀴 돌고 가야 하는 사람인데요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가 좋아서 갑니다.


시끌시끌한 소리도 좋지만은

물건들이 옹기종기 진열되어 있는게 퍽 재밌더라고요.


엉키지도 않고


같이 공생하는 꼴이요


제가 전봇대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몽골이었냐고요?



그야 고생 좀 하다 오고 싶었거든요.


삶이 지난하다 싶으면 몸고생을 좀 해야 합니다.


체력 소모가 심한 여행이라고들 해서 젊을 때 가야하지 않나 싶었어요.


봄에 답답한 것들도 있었는데 그에 대한 답을 찾고 싶기도 했었고요. 이에 대한 답을 찾았는지, 못찾았는지는 다음 편에 적도록 할게요. 다만 몽골에 가면 뭔가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리고요, 네, 뭐. 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몽골의 자연이 궁금한 것도 컸지만, 자연은 다른 나라에서도 기깔나게 마주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사막과 초원, 끝 없는 지평선, 그리고 별.


이 모든 것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나라는 몽골이지 않나 싶어요.








살면서 한 번도 목격해 본 적 없는 것들을 직면하고 싶었어요.


뭐 이따금 누구나 살다보면 인생이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바쁜데 심심한, 아마 모순된 두 단어의 공존을 이해하신다면 당신은 지금 멀리 떠나셔야 합니다. 매몰은 순식간이고, 금방 매너리즘에 빠져버리고 말지요. 그러면 변수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게 본인의 인생 전부가 되어버리고요.


바쁘든, 괴롭든, 슬프든, 화가 나든, 뭐든 간에. 일상은 번잡하고 시끄러운데 지루하다면 다시 말씀드리지만 당신은 멀리 떠나셔야 합니다. 시선을 돌려야만 해요.


생산적인 하루에 집착하면 나 자신에게 또한 효율성을 기대하게 됩니다. 효율성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때문에 균형을 잃어버리셨다면 다시 내 일상을 돌 볼 감각을 터득해야만 하지요.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리의 근원을 다시 추궁하면 됩니다.


자연으로




그 곳에 우리의 감각이 머무르고 있지요.


다음 편에는 별들을 잔뜩

흐뜨리도록 하지요.




- 스물다섯의 다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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