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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은 모르지 않던가요

당신은 신을 믿으시나요?

by 낙서



하지만
그 분은 다 아십니다





모든 것은 절대자의 뜻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인간은 모르지 않던가.


인간은 어쩌면 자유의지라는 허상에 속아 무의미의 놀음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절대자는 내게 무엇을 원하는가.


어릴 적, 개신교 유치원에 다녔다. 어머니는 교회를 다녔고, 아버지는 성당을 다녔지. 한 번은 감기를 낫게 해달라 기도를 올리자 기침이 멎었다. 그래서 나는 신의 존재를 믿었다. 세례도 받았다. 아버지를 통해 성호 긋는 법도 배웠다. 주일 헌금도 냈다. 찬양도 드렸고. 이따금씩 평안이 필요할 때에는 절도 갔다. 이슬람 사원에 방문했던 적도 있었다. 어른들은 불행했다. 그들은 더이상 신을 믿지 않았다. 아니, 존재는 믿었지만 그 종교를 이용하는 인간들을 믿지 않았던 것이지. 그래서 종교에 대한 예는 계속 지켰다. 외가에서는 교회에 다니는 외할머니의 뜻에 따라 제사 없이 기도를 올리며, 친가에서는 가문의 전통과 종교를 지키기 위해 성경을 펴고 절식하여 제사를 지낸다.


교회에서 기도를 올렸고, 평안은 절과 성당에서 찾았으며, 생생한 쪽은 무속신앙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나는 종교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입술을 꾹 다물고는 한다. 결국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다만, 나는 사랑을 믿으며 살아간다. 종교가 내세우는 사랑에 동의를 하며 살아간다. 평안을 갈구하고, 지구에서의 안식을 기도한다. 결국 모든 종교는 하나로 귀결된다.



매해 십일월 셋째주 목요일이면 사람들은 이따금씩 웃으갯소리로 온갖 신들이 다 모여 날이 추운거라고 말하고는 한다. 수험생, 그리고 그들을 곁을 지키는 이들이 간절하게 두 손을 모은다. 기도, 마주한 두 손과 닫은 눈. 기도에는 저마다의 염원이 깃들어 있다. 각자의 절대자에게 올리는 기도, 믿음. 저 염원에는 필히 사랑이 깃들어 있다. 온갖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는 날, 우리는 과연 저 염원과 사랑을 평가할 수 있을까.


감히 염원하는 마음에 옳고 그름을 매길 수 있을까.






절대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절대자는 과연 행복할까. 그 존재도 이따금씩은 어깨를 떨며 슬퍼하지 않을까.


내가 그 존재에게 묻고 싶은 것은, 당신이 누구인지 인간인 나는 감히 알 수 없지만,




왜 이런 나를 살게 했나요.








이따금씩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종교가 있는 사람일수도, 없는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종교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늘 많은 종속절을 붙여야만 했으니까요. 다만 사랑만은 분명히 믿습니다. 음... 정확히는 그것을 믿으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입니다. 동경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중요한건 신의 이름이 아닌 신의 언어이지 않을까요,


가 제가 요즈음 일기장에 적어 내려가는 문장입니다.


두번째 글은 섭섭하지만 한때 제 블로그에 적어 놓았던 글을 끌어 와 봅니다. 요즘 할 일이 부쩍 많아 바쁘다는 변명도 함께 적어봅니다. 그리고 어쩌면 아쉬운대로, 글을 읽으시는 어느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신을 믿으시나요?


그 신의 언어는 무엇인가요?




이천이십오년 이월 십육일, 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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