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의 별

by Hee


내 방 천장에는 야광별 스티커가 붙어 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인데 가족들 넷이서 이마트로 장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장난감 코너에서 한참 동안 눈이 빠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멀리서 오빠가 신나는 발걸음으로 달려오더니 내게 야광별 스티커를 내밀었다.

"우리 이거 사달라고 하자. 방 꾸미는 거야."

오빠는 부모님이 아닌 나를 먼저 설득했다.

어렸을 때 나는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장소 가리지 않고 드러누워 온갖 땡깡을 다 부려서라도 원하는 걸 꼭 손에 넣는 아이였기에 그동안의 나의 전적을 관찰해 온 오빠 입장에서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보다 나를 꼬드기는 것이 이 스티커를 구입하는 데 더 쉽고 빠른 방법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오빠의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우리는 방 꾸밀 생각에 잔뜩 신나 하며 집으로 갔다.


그 시절 오빠와 내 방은 지금처럼 각자의 방이 아닌

한 방에는 책상이 두 개 있는 공부방, 다른 한 방에는 'ㄴ'자로 두 개의 침대가 놓인 침실로 방을 썼다.

우리 남매는 침실 천장에 야광 스티커를 붙이기로 했다.

그리고 자기밖에 모르는 어린애들 답게 칼 같이 스티커를 나눠서 배분하기 시작했다.

큰 별 두 개씩, 달 세 개씩 , 박쥐 2개씩 등...

정확하게 개수까지 세서 나눠가진 우리는 넓은 천장에 고루고루 붙이는 게 아닌 각자의 침대 위 천장에만 붙였다. 그리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눕자 따로따로 붙인 야광 스티커가 각자의 시야 안에서만 은은하게 발광하고 있었고 우리 남매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정말 만족하듯 너무 예쁘다며 감탄했다.


어릴 적 추억이 곳곳에 남아있는 이 방은 현재 내 방으로 쓰고 있다.

침대에 누우면 어릴 때 내가 붙였던 별이 그대로 천장에 남아있고 오빠 별도 그대로 있다.

가끔 올려다볼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난다. 정말 내 침대에선 내 별만 보이니까. 왜 그때는 알지 못했을까?

그때 오빠와 내가 각자의 별이 아닌 우리의 별로써 천장에 퍼지 듯 붙였더라면 마치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지금도 아주 희미하게나마 빛을 발하고 있는 방 안의 별들을 바라보다 깨달은 게 하나 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내 방은 우주 같진 않지만 어린 시절의 오빠와 나는 아주 먼 우주 속에 가 있다는 것을.

나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마침내 진정한 우주 속에 있는 걸지도 모른다.

천장에 붙은 별은 침대에 서서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데 그 시절 우리들의 모습은 하늘에 매달린 별 보다 더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침대에 누워 마주 보고 있는 것은 그저 오래된 야광별 스티커가 아닌 방 안을 별로 가득 채워 우주로 만들었던 우리 남매의 어린 시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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