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봐, 누가 여기다 꽃을 갖다 놨네. 예쁘다."
"(만지작거리며) 뭐야, 조화네."
"조화여도 예쁘잖아."
"생화만큼은 아니지. 이건 살아있는 게 아니니까 생생하지 않잖아. 향도 안 나고."
"그래도 물도 안 줘도 되고 시들 일도 없고 좋지. 영원히 아름답잖아."
"꽃은 시드는 대로 그만의 아름다움이 있어. 그거 모르지? 꽃은 시들어도 향이 남아."
"그러다 금방 벌레 꼬이잖아. 시들면 버려야 되고. 오래가지 못하는 아름다움이 뭐가 좋다고."
"평생 가는 아름다움이 뭐가 좋다고."
"... 낭만 없어."
"꽃은 보이는 모습만의 아름다움이 있는 게 아니야.
작은 씨앗에서 꽃이 되기까지 그 험난했던 과정!
모진 비와 바람을 견뎌내고 마침내 피어난 진짜 꽃만이 그 향기를 품고 있지.
그런 꽃의 삶까지 포함해서 아름답다고 하는 거야.
이렇게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가짜랑은 차원이 다르지.
생화에는 벌이 붙고 조화에는 먼지가 붙지."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된 거야. 아름다움은 논리로 판단할 수 없는 거야."
"..."
"그나저나 이 꽃은 이름이 뭐지?"
"거베라."
"거베라… (검색해 보는) 순수, 기쁨, 희망이 꽃말이래. 선물하기 좋겠다. 선물하게 되면 조화로 줘야지."
"왜?"
"향기 좀 없으면 어때. 마음이 시드는 것 보단 낫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