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도 반한 ‘이시가키’ 3박 4일 패키지
진에어 신규취항X한진관광 패키지로 다녀온 진짜 일본 섬 여행기
진에어의 신규 취항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이곳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다.
‘패키지여행’이라는 단어에 거리감을 느끼던 00년생의 내가 말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경우가 달랐다. 이시가키라는 이름도, 섬여행이라는 말도 낯설기만 했던 생애 첫 패키지여행에 뛰어들어 본 것. 처음으로 이시가키라는 일본 섬여행을 떠남과 동시에 생애 첫 패키지여행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사실, 이시가키는 일본 최남단에 있는 섬으로, 오키나와를 거쳐 다시 비행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오히려 대만이 더 가깝다는 이 작은 섬은, 뚜벅이 여행자에게 결코 만만한 목적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어렵게만 느껴졌던 섬을, 쉽고 친절하게 품에 안겨줄 패키지여행을 찾게 된 것. 게다가 3박 4일 동안 하루는 자유일정이라니. 안정감과 자유로움이 묘하게 공존하는 여행이 되리라 기대했다.
첫 일정은 시사가든 군락지. 오키나와 지방 특유의 전통 수호신인 시사를 정원 같은 마당에서 잔뜩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입을 벌리고 있는 수컷, 다문 채로 무언가를 지키는 듯한 암컷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 작은 석상 하나하나에도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듯 보였다. 실제로, 이시가키 섬 마을을 여행하다 보면 집과 가게 지붕 혹은 대문 앞에 놓여 있는 시사를 계속 발견하게 된다. 시사를 이렇게 배치하는 이유는 악귀를 쫓는 수호신 역할과 동시에 오키나와의 문화와 전통, 방문객에 대한 보호와 환대 정신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시사를 따라 이시가키를 산책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낯설던 섬이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어서 찾은 곳은 ‘카비라만’. 에메랄드빛 바다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크리스탈 크루즈를 탔다.
바닥이 유리로 된 배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그야말로 수족관이 따로 없었다. 산호, 아기 상어, 거북이, 그리고 니모까지. 바다 아래 작은 세상과 눈을 마주치면 정신없이 바다 친구들을 찾느라 뒷목이 아플 정도였다.
그리고 ‘야이마 민속마을’에서 만난 다람쥐원숭이. 이 친구들은 난폭하지는 않으나 주머니나 가방을 뒤져 물건을 잘 훔치기로 유명하다. 관광객의 여권을 훔쳐 달아난 전적도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주머니부터 점검하게 된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조심스럽게 들어간 민속마을에서, 나는 이시가키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났다.
손을 내밀면 손을 내주는 서비스까지 보여줘서 잠시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마지막 코스는 ‘반나공원 전망대’. 탁 트인 풍경 속 초록빛 이시가키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작은 집들, 그 사이를 누비는 야자수, 그리고 그 위로 피어난 꽃들까지.
첫날부터 이시가키를 모두 눈에 담은 듯한 기분이었다.
이날은 하루 종일 자유일정. 사실 ‘패키지’라고 하면 자유 따위는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대놓고 주어진 자유시간 덕에 자유로운 영혼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여행을 만들어 봤다.
나의 자유여행 컨셉은 ‘로컬 맛보기’로 정했다. 일본식 가옥으로 지어진 로컬 카페도 방문하고, 시내 곳곳을 뚜벅이 여행처럼 누벼 보기로.
숙소가 이시가키 항구 근처 시내에 위치해, 도보로 웬만한 곳은 이동할 수 있었다. 또한, 전 일정 조식이 포함되어 있어 이시가키 별미를 매일 아침 바뀌는 뷔페 메뉴로 즐긴 후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클룩 같은 로컬 투어 플랫폼에서 미리 액티비티를 예약해 두었다. 스노클링, 선셋 카약, 반딧불이 투어까지. 무엇보다 모든 집결지가 숙소에서 도보 5분 거리라는 점이, 뚜벅이에겐 너무도 큰 장점이었다.
여유롭게 시작한 하루. 먼저 ‘유글레나 몰’에서 기념품을 구경하고, 자색 고구마맛 블루씰 아이스크림 한 입. 내가 먹어본 고구마 아이스크림 중 단연 최고였다. 파인애플 라무네를 들고 거리를 걷다가, 무스비 맛집에서 스팸이 들어간 무스비를 포장해 패밀리마트에서 사 온 오리온 맥주를 함께 곁들인 점심을 즐길 때쯤.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시가키를 제대로 즐기고 있구나’
해 질 무렵, 항구에서 반딧불이 투어 차량을 기다리며 노을을 바라봤다.
붉게 물든 섬의 하늘은 쉽게 잊기 힘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다시 패키지 일정으로 돌아온 셋째 날. 오늘의 메인 무대는 ‘이리오모테섬’이었다. 섬 여행의 묘미는 작은 페리를 타고 근처에 모여있는 작은 섬들로 넘어가 보는 것. 이시가키 셋째 날 이웃 ‘섬투어’가 진행되었다.
배를 타고 45분. 이시가키 항을 출발해 도착한 이리오모테섬. 배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건 창문이 모두 뚫린 작은 배. 곧바로 맹그로브 정글 투어의 시작이었다.
강줄기를 따라 천천히 나아가는 배 위에서, 나는 그제야 이 섬이 품고 있던 깊은 속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맹그로브 숲은 마치 초록색 벽지로 도배된 세계 같았다. 물 위에 비친 숲의 그림자까지 더해지니 하늘을 제외한 모든 방향이 초록에 잠겨버린 듯한 기분. 시야 가득, 그저 초록뿐인 풍경 속에서 마치 섬의 속살을 마주한 듯했다.
한 시간 남짓의 정글 투어가 끝나고 다시 돌아온 이리오모테섬에는, 꼭 사야 한다는 명물 기념품이 있다. 바로 이리오모테산 흑설탕. 그중에서도 가이드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한 건 흑설탕 아이스크림이었다. 생 흑설탕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어도, 이 아이스크림만큼은 꼭 먹어보라고 했다.
작은 섬 안에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번엔 유부지마섬으로 향할 시간. 준비된 연계 차량을 타고 15분 정도 이동했을까, 마치 한적한 해변처럼 펼쳐진 풍경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물 위를 천천히 가르는 커다란 물소수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소수레에 몸을 싣자, 수레를 끄는 물소와 함께 천천히 바닷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에서 갑자기 들려온 전통 음악. 운전사(?) 아저씨가 샤미센을 꺼내 들더니, 이시가키의 전통 노래를 라이브로 불러주기 시작했다. 노래를 듣고, 물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느리게 걷다 보니 어느새 유부지마에 도착.
그날의 수레를 끌었던 물소의 이름은 ‘유타쿤’, 사람 나이로 55세라는 이야기에 다들 놀라며 박수를 쳤다.
유부지마에 도착하자 떠오른 농담 하나.
“유부지마에서 잘생긴 남자를 보면 뭐라 해야 할까?”
“유부지마…”
이런 가벼운 농담조차 여행지의 분위기 덕분인지 괜히 더 웃기고, 더 기억에 남았다.
섬 전체가 하나의 아열대 식물원처럼 조성되어 있어, 100종이 넘는 식물과 나비,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점심 식사는 깔끔한 일본식 화식 정식. 배를 채운 뒤엔 자유롭게 섬을 산책하며,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식물원 안을 거닐었다.
섬투어만으로도 하루가 가득 찼다.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오후 5시.
여행의 마지막 밤은 이시가키 전통 무용과 함께하는 웰컴 만찬으로 마무리. 조명 아래 춤을 추는 사람들, 그 너머로 보이는 밤바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이시가키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의 끝에서, 나는 생각했다.
뚜벅이로서는 감히 꿈꾸지 못했던 이시가키의 모든 곳을 누빈 3박 4일. 패키지여행이지만, 충분히 ‘나다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일정. 그리고 낯선 섬에서 내가 만난 건, 진짜 일본이자 진짜 자연과 여유였다.
진에어의 신규 취항 덕분에 처음 이시가키를 찾은 우리를 그 섬은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처럼 반겨줬다. 현지인들의 따뜻한 눈빛, 한국에서 손님들이 온다며 신규 취항에 대한 진심 어린 축하와 환대, 그 모든 순간들이 이시가키를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다시 만나고 싶은 섬으로 만들어줬다.
또한,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알게 됐다. 패키지도 MZ에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 자유와 정리가 공존하는 구성, 운전이 필요 없는 루트, 시내 중심의 숙소, 그리고 원하는 만큼 붙일 수 있는 액티비티의 유연함.
패키지는 ‘어른들만의 여행’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의 2030에게 맞는, 새로운 여행의 방식이지 않을까.
언제든, 어디든 가볍게 떠나고 싶은 MZ세대에게 나는 감히 이시가키를 추천한다.
이시가키는 이제, 나만 알고 싶지 않은 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