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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운동이 필요해, 그래서 마음 근력을 키워야 해

by 정성균

어쩌다 그런 날 있지 않나요? 특별히 힘든 일도 없었는데,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날. 가슴 한편이 텅 빈 것처럼 답답하고,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기도 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는 곧잘 귀 기울이면서, 마음이 보내는 신호는 왜 이리 놓치기 쉬운 걸까요. 그저 '괜찮다'는 말로, 바쁜 일상이라는 핑계로, 속 깊은 감정을 외면하며 지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가까운 친구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마음이 왈칵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별 뜻 없는 이야기였겠지만, 그날따라 왜 그리 서운했는지 곱씹어봐도 명확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 그때의 저는 이미 조금씩 지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처럼,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감정이 요동쳤던 거죠. 마치 작은 돌멩이 하나가 거대한 댐을 무너뜨리듯, 그날의 이야기는 애써 붙잡고 있던 마음의 둑을 순식간에 허물어 버렸습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우리 마음에도 튼튼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겉으로 강한 척하는 허세가 아니라, 어떤 어려움과 마주해도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스스로를 지탱하는 단단한 심지 같은 힘 말입니다. 마치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듯, 마음의 힘 역시 일상 속에서의 작은 노력들로 조금씩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요.


마음의 힘은 대단한 훈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짊어지고 있던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에서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려 애쓰던 마음,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스스로를 짓누르던 압박감,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꾹꾹 눌러 참던 습관 같은 것들을 말입니다. 마치 오랫동안 무거운 짐을 짊어진 어깨에서 짐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을 수 있게 된 것처럼, 마음의 짐을 덜어낼수록 그 빈자리에 편안함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중,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큰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 시간. 밀려오는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 그 작은 틈 속에서, 지친 마음은 비로소 깊은숨을 고릅니다. 마치 잠시 멈췄던 시계의 톱니바퀴가 다시 움직이기 위한 준비를 하듯, 멈춤의 시간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해 줍니다.


과거의 저는 다른 사람의 작은 말 한마디에도 쉽게 흔들리곤 했습니다. 그의 표정 하나, 말투의 작은 변화에도 온종일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가 온전히 나를 향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그의 감정은 결국 그의 몫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예상치 못한 말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깊은 상처를 받거나 오랫동안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마음이 굳건하다는 것은,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힘들 때는 힘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슬플 때는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괜찮은 척 가면을 쓰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솔직함이야말로 진정한 마음의 힘이 아닐까요. 마치 모진 바람을 견뎌낸 나무의 옹이가 더욱 단단하듯, 때로는 상처를 통해 우리는 더욱 성숙해지고 단단해지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마음의 힘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주 사소한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는 작은 습관, 억지로 밝게 웃기보다 잠시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용기,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기보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은 결심들. 이처럼 눈에 띄지 않는 작은 행동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냅니다. 마치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의 몸이 조금씩 변화하듯, 우리의 마음 또한 작은 노력들을 통해 서서히 성장하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기도 합니다. 마치 온몸에 습기를 머금은 솜처럼, 하루 종일 기운이 없고 모든 것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억지로 기분을 끌어올리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자신의 마음 상태를 들여다봅니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도 잠시 쉬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억지로 밝은 척하기보다는, 그저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 그것 또한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마치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감정도 억지로 막으려 하면 오히려 더 큰 파도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강하다'는 말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애써 강해지려 하지 않습니다. 굳이 힘든 길을 걸어야 하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마음의 힘은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종류의 강함이 아닙니다. 그저 스스로를 보호하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꿋꿋이 일어설 수 있는 회복력입니다.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솔직하게 귀 기울일 수 있는 단단함입니다. 마치 깊이 뿌리내린 나무가 쉽게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마음의 힘은 우리를 세상의 어떤 풍파 속에서도 굳건하게 지켜줍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떤 모습인가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여 보세요. 괜찮지 않음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내 마음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는 그 순간부터, 이미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여정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을 발견하듯,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용기가, 우리를 치유와 성장의 길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자신에게 작은 쉼표를 허락하세요.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며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거나,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작고 소중한 틈 속에서, 우리의 지친 마음은 조금씩 회복되고,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우리의 마음은 더욱 단단하고, 스스로를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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