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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거리》

42편 – 감정의 움직임이 가리키는 삶의 방향

by 정성균

살아가는 일은, 결국 방향을 찾아가는 일이다

삶은 종종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걷는 것과 같다. 때로는 햇살 가득한 오솔길을 거닐며 평온함을 느끼지만, 예기치 못한 어둠 속에서 길을 잃거나 짙은 안개에 갇히기도 한다. 나아가야 할 곳은 보이지 않고, 발걸음마저 혼란스러울 때, 사람은 깊은 서늘한 깊은 울림과 초조함에 휩싸인다. 멈춰 선 길 위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더딤은, 모든 것이 정지한 듯한 고독한 정서를 동반한다. 그 순간, 바람 소리조차 아득하게 들려오고, 시야는 온통 회색빛으로 물든다. 발밑에서 느껴지는 지면의 불확실함은 육체의 가라앉은 침묵의 무게를 넘어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모든 살갗을 스치는 기운처럼 다가오는 느낌을 마비시키는 듯하다. 사람들은 이 멈춤의 순간에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멈춤 속에서 피어나는 내면의 소리

그저 멈춰 있을 뿐인데,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삶의 한복판에서 내면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쪽을 잃었다고 느낀다. 김 모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며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 주어진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고 인정을 받는 일은 보람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자리했다. 주말에는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냈지만, 일요일 밤이 되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의 일상은 정해진 길 위를 달리는 기차였다. 그는 그 안에서 창밖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는 승객이었다.


화가 이지은 씨는 작업을 멈춘 지 오래되었다. 한때는 붓을 잡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캔버스 앞에서 아무런 영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작업실은 물감 냄새 대신 정적만이 가득했고, 그 정적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팔레트에 마른 물감 자국들만이 지난 시간을 말해주는 듯했다.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뱃속에서 밀려오는 불확실함의 결에 시달렸다. 그림이 삶의 전부였던 그녀에게, 붓을 놓는다는 것은 마음이 천천히 쏠리는 결을 잃고 목적지 없이 걷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녀는 매일 아침 텅 빈 캔버스를 바라보며,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다시 붓을 들 수 있을지 막막함을 느꼈다. 내면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쪽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들은 외로움, 무력감, 그리고 알 수 없는 슬픔 같은 다양한 정서적 동요를 경험한다. 이는 단순히 길을 헤맨다는 것 이상의, 존재론적인 흔들림을 의미한다.


멈춰 선 시간은 침묵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바쁘게 달려오느라 미처 듣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김 모씨는 문득 어린 시절 좋아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함이었지만, 글을 쓰는 동안 그는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느끼게 되었다. 직장에서의 성과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행위는 그에게 예상치 못한 기쁨을 선사했다. 이지은 씨는 작업실 한구석에 놓인 낡은 카메라를 발견했다. 그녀는 그림 대신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잊고 있던 느낌들을 다시 일깨웠다. 멈춰 서 있던 시간 속에서, 그들의 내면은 조용히 움직이며 새로운 감정의 방향성이 향하는 곳을 모색하고 있었다.


'옳은 내면이 기울어지는 쪽'이 아닌 '나에게 맞는 내면이 기울어지는 쪽'으로

그 느낌 하나가 살갗 아래로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쪽을 비춘다. 사회는 종종 우리에게 ‘옳은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는 쪽’을 제시한다. 성공적인 삶의 기준, 행복한 관계의 조건, 바람직한 직업의 형태 등.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쓴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의 기준은 때로 개개인의 고유한 느낌과 동떨어져,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길을 걷게 만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보편적으로 ‘옳은 마음이 천천히 쏠리는 결’이 아니라, ‘자기에게 맞는 내면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쪽’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신에게 맞는 감정의 방향성이 향하는 곳을 찾아가는 일은 일종의 느낌 탐색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가벼움이나 무거움, 특정 활동을 할 때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즐거움이나 피로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나 불편함 등. 이러한 일상적인 느낌들은 우리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이 우리에게 활력을 주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생활 감정은 일정한 패턴으로 깔리는 배경음악과 같다. 기분 좋은 날엔 밝고 경쾌한 선율로, 피로한 날엔 낮고 무거운 음으로. 우리는 그 음악에 따라 무심히 하루를 살아간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타인과의 교류 속에서 에너지를 얻고, 어떤 이는 홀로 조용히 보내는 시간에서 안정을 찾는다. 특정 직업이 높은 사회적 인정을 받을지라도, 그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불균형이 개인의 생활 감정을 지속적으로 무디게 한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맞는 내면이 기울어지는 쪽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남들이 보기에 소박해 보이는 일이라도 그 안에서 진정한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에게 맞는 길일 수 있다. 자신의 느낌에 귀 기울이는 태도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는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을 의미하며, 이러한 신념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용기를 준다.


느낌과 생활 감정에 귀 기울이기

자신에게 맞는 마음이 천천히 쏠리는 결을 찾기 위해서는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복잡한 도시의 소음 속에서 한 떨기 꽃향기를 맡으려는 노력과 같다. 타인의 성공 스토리나 사회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휩쓸리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생활 감정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모씨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활동이 자신에게 진정한 만족감을 주는지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롭게 써 내려갔다. 글을 쓰는 시간은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세상과 조용히 연결되는 새로운 길이 되어주었다. 그의 글은 동료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었고, 그는 글을 통해 사람들과 깊이 연결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이지은 씨는 사진을 찍으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시선으로 발견했다. 그녀는 빛과 그림자, 사물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분위기를 포착하며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었다. 점차, 그녀의 사진은 자신만의 색을 갖기 시작했다. 그 색은 오롯이 그녀의 정체성이었다. 사진은 그녀에게 그림과는 다른, 또 다른 형태의 언어가 되었다. 그녀는 사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자신의 느낌과 생활 감정에 귀 기울이는 태도는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감정의 방향성이 향하는 곳을 조용히 알려준다. 외부의 압력에 휩쓸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대신, 자신의 몸에 편안하게 맞는 옷을 찾아 입는 일이 더 중요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삶의 "방향 지각(orientation perception)"을 높인다.


조용한 제안과 위로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굴곡을 만나 내면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쪽을 잃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길을 잃었다고 여겨지는 그 순간조차, 그것은 새로운 마음이 천천히 쏠리는 결을 찾아가는 여정의 일부이다. 멈춰 선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내면의 지도를 다시 그려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지금 만약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느낀다면,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의 소음은 잠시 꺼두고, 자신의 마음이 어떤 느낌으로 반응하는지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어떤 사람과 대화할 때, 어떤 풍경을 바라볼 때, 자신의 마음이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지 가만히 느껴보는 것이다.


삶의 감정의 방향성이 향하는 곳은 거창한 목표나 외부의 인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의 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느낌들, 그리고 그 느낌들이 알려주는 솔직한 반응에서 찾아진다. 서늘한 깊은 울림이 느껴져도 괜찮고, 초조해도 괜찮다. 길을 잃은 듯해도 괜찮다. 그 모든 감정들은 당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당신만의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는 쪽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자연스러운 표식이다.


세상이 알려주는 정답이 아니라, 내 마음이 조용히 끌리는 쪽. 거기서부터 삶은 다시 시작된다.


어떤 길이 당신에게 진정으로 편안하고 조화로운 길인지는 오직 당신의 느낌만이 알고 있다. 그 길은 당신의 고유한 감정과 생활 감정이라는 내면의 소리가 가리키는 곳에 있다. 그러니, 조용히 당신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의 어떤 비난이나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살갗 아래로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쪽으로. 살아가는 일은, 결국 그렇게 자신만의 내면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쪽을 찾아가는 조용한 여정이다. 이 글이 당신의 마음에 작은 위로와 잔잔한 파동을 남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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