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각하는 눈, 듣는 마음》

10편 - 그 한 방울의 진심이 마음을 붙든다

by 정성균

- 가짜와 진짜, 감정의 섞임을 들여다보는 시간 -


진심이 섞인 가짜, 가짜를 닮은 진짜


“야, 너 그거 알아?”


“가짜 꿀에도 진짜 꿀이 들어간대. 그것도 꽤 많이.”


“헐, 진짜? 그럼 그게 가짜야? 진짜야?”

카페 창가에서 친구들이 나누던 짤막한 대화였다. 너도 한 번쯤 그런 말을 들은 적 있지 않나.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단 하나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발목을 잡던 날. 그날의 기억은 어떤 색을 띠고 있니? 혹시 가슴 한편이 시큰거렸던가?


흘려들을 수도 있었던 말이었지만, 묘하게 마음속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의문이 샘솟았지. 가짜를 만들면서 어찌하여 진짜를 섞는 걸까. 그것도 표면적인 상징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꽤 많이'라는 표현처럼 상당한 양이 포함된다는 이야기는 더욱 깊은 사유를 자극했다. 그 말은 창밖에서 아주 미세하게 바람이 드나드는 날에 들었다. 아무 일도 없던 오후였고, 말은 조용했지만 내 안에서는 커다란 소리가 울리는 듯했지. 그 소리는 마치 숨죽인 수면 위로 조용히 떨어진 조약돌처럼, 고요 속에 겹겹의 파문을 그려냈다.


생각할수록 그 이치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설탕물만으로는 꿀의 고유한 향과 끈끈한 점성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거든. 극히 적은 양으로는 본질을 숨기기 어렵다. 진짜 꿀이 일정한 양 들어가야 사람들은 그것을 꿀의 본질에 가깝게 느낀다. 진심은 본래의 상태를 구별하는 기준이면서, 동시에 그 '섞임'을 감싸 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거짓된 형태 속에서 진실의 빛을 드리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거지. 이 깨달음은 꿀이라는 물질을 넘어, 더 깊은 통찰로 이어졌다. 마음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그 한 방울의 진심은 투명한 꿀방울처럼 빛나고 있었다.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따스한 온기가 느껴질 듯했지.


감정에도 혼합물이 있다


인간관계의 양상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너에게 다정했던 누군가의 태도가 온전히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수도 있지. 얼굴에는 환한 웃음을 띠고 있었으나, 마음은 견고히 멀리 떨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복합적인 관계의 흐름 속에서도, 그 어딘가에는 확실히 '진짜 마음'이 담겨 있었던 순간이 존재한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요소들이 뒤섞여 있지만, 그 속에서 빛나는 순수한 감정의 조각들을 외면하기란 불가능했다.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을 부정하며 단정적으로 말한다. “그 사람, 전부 가식이었어.” “그것은 의례적인 인사치레였지.” 그러나 기억의 본질은 그렇게 명쾌하게 지워지지 않는다. 섣부른 판단으로 과거를 재단하려 해도, 내면의 심연에는 끈질기게 남아 있는 진실의 파편들이 있다. 가슴이 뻐근하게 조여 오는 듯한 답답함은 그 파편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듯했지. 이 느낌, 너도 알지 않나?


지우고 싶어 발버둥 치는 순간들 속에서도, 유독 선명하게 남아 있는 말 한 줄, 눈빛 하나가 있다. 모든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면서도 결국 끝까지 그 잔재를 지워내지 못하는 건 그 안에 스며 있던 한 방울의 진심 때문이다. 그 진심은 기억의 퇴색을 거부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는 힘을 발휘하지. 그것은 단순한 잔상이 아니다. 내 존재의 일부가 되어, 끊임없이 나를 향해 속삭이는 목소리인 거지.


기억은 오래된 대화보다 한 순간의 눈빛을 붙든다


기억의 작용은 양적인 축적보다 '깊이'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오랜 시간 이어졌던 대화의 흐름보다, 한 순간 우연히 마주한 눈빛 하나가 더 오래도록 내면에 각인되는 거야. 그 눈빛은 단순한 시선 교환을 넘어, 무언가를 응축한 듯한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이는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감정의 교류를 의미하며, 그 울림은 오랜 시간 지속되지. 그 말은 따뜻했지만, 식은 손으로 건넨 듯했다. 그 말의 온도는 어땠을까?


미사여구로 가득한 화려한 위로의 말보다, 그저 옆에 조용히 앉아 침묵을 지키던 태도가 더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웅변보다, 잔잔한 기척이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는 거야. 소리는 사라져도 존재의 온기는 남아 감동을 준다. 그 기척은 시간의 망각 속에서도 굳건히 존재하며, 그 순간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하지. 아무 말도 없었지만, 마음 안에서는 커다란 소리가 났지. 그 소리의 울림은 너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날 밤.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그 사람의 존재. 끝내 어떤 말도 꺼내지 않고 조용히 손을 내밀던 그 순간의 장면. 지금도 그 정경은 내 의식 속에 생생히 떠오른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위로와 지지를 느꼈다. 그 손길은 어떤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지. 그 말이 끝난 뒤,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느껴지는 그 무게감.


그것이 온전한 진심이었는지 지금 확신할 수는 없다.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렵지.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경험이 나를 굳건히 붙들었고 내 존재를 깊이 흔들었으며, 지금도 내 마음속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람은 떠났고, 말도 없었지만 나는 그 눈빛 하나가 전부였다는 걸 그때도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것은 과거의 한 조각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 기억은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그 순간의 의미를 재해석하게 하지.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나의 내면에 깊이 뿌리내린 채, 나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둥의 역할을 수행하는 거야. 그 진심의 무게는 영혼에 새겨졌다.


진짜는 소멸되지 않는다


진심은 흔하게 발견되지 않는다. 진정한 마음을 마주하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지. 그러나 한 번 스며들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어떤 장면은 다시금 선명하게 떠오르지. 이별을 고하던 상대방의 표정에서 읽혔던 미묘한 감정의 파동, 멀어진 친구가 남긴 마지막 인사의 간결한 문구, 불쑥 스쳐 지나갔던 말투 하나에서 느껴진 진솔함. 이 모든 것들이 시간을 거슬러 다시금 내 앞에 나타나는 거야. 눈꺼풀이 갑자기 무거워지며 그 순간이 떠오른다. 그 진심은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다. 마치 손안에 쥐고 있는 작은 돌멩이처럼, 그 온기는 사라지지 않지.


그 안에 진정한 마음이 실려 있었기에 우리는 그 기억을 마음에서 완전히 지워낼 수 없다. 지우려 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모순적인 경험을 하게 되지. 무수한 말들이 귓가를 스쳐 지나가지만, 끝내 내면에 깊이 남아 있는 것은 그중 하나, 진심이 실려 있었던 그 말이다. 그 말은 소리가 사라진 후에도 영원히 울림을 준다. 그것은 단순히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영혼의 교감이었기 때문이지. 진심의 순간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영원히 기억될 경험이 돼.


관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말과 행동이 오고 가지.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고, 오해로 인해 멀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복잡한 흐름 속에서도, 진심이 담긴 순간들은 어둠 속의 등대처럼 빛을 발한다. 그것들은 관계의 본질을 규정하며, 우리가 그 관계를 어떻게 기억할지를 결정하는 거야. 진심은 관계를 단순한 연결고리가 아니라, 깊은 의미를 지닌 유대로 변화시킨다.


진심은 희귀하지만 강력하다. 그것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 체계 속에서 가장 순수하고 변치 않는 형태로 존재한다. 우리는 살면서 몇 번의 진심을 마주하게 될 거야. 그 진심은 때로 짧고 간결한 형태를 띠기도 하고, 때로는 오랜 시간을 통해 천천히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형태이든, 진심은 우리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내면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삶의 방향을 전환시키고, 우리의 가치관을 형성하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거지. 진심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과 연결되는 심오한 경험이다. 그 한 방울은 투명한 물방울처럼 맑게 빛난다.


삶을 이끈 건 거대한 이유가 아니라, 한 줄기 감정이었다


삶의 여정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어떤 날은 스스로의 존재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방향이었는지, 깊은 회의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고, 과거에 내린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내면을 맴돌지. 불확실성과 후회의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들인 거야.


하지만 문득, 지극히 평범한 어느 날, 사소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던 기억 하나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것은 마치 잊고 지냈던 보물을 발견하는 듯한 경험이지. 그날은 흐린 오후였다. 그 오후의 공기는 어떤 향을 띠고 있었니? 잠시 숨을 고르고, 그 순간을 다시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그날의 결심. 당시의 표정. 그 순간 내뱉었던 말 한마디. 바로 그 지극히 작은 순간이, 거대한 파동을 일으켜 지금의 나를 이 자리에 데려온 거야.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을 결정지은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 오늘의 나를 이루는 큰 나무가 되었다고 생각해 봐.


우리는 하나의 단일한 이유만으로 살아가지는 않아. 삶은 수많은 변수와 복잡한 감정들이 뒤얽혀 펼쳐지는 거대한 태피스트리와 같지. 타인의 시선, 현실이 부여하는 냉혹한 무게, 그리고 스스로의 내면적인 바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는 오늘 하루를 버텨내. 그러나 그 복잡한 얽힘 속에서도 '내가 움직인 이유'는 언제나 명확하게 존재한다. 그 마음이 어제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었고, 오늘의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거야. 그것은 단순한 동기가 아니라, 삶의 원동력이며 끊임없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다.


감정의 본질은 섞여 있으나, 흔들림 속에 진심은 남는다


가짜 꿀에도 진짜 꿀은 분명 들어간다. 그 진짜가 존재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본질을 금세 알아채고 의심을 품지. 감정의 영역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이 완전한 진심으로 모든 순간을 살아가는 건 아니다. 우리 자신도, 그리고 타인도, 복잡하게 섞여 있는 존재들이지. 순수함과 불순함, 진실과 위장이 미묘하게 뒤섞여 인간의 감정을 이룬다.


그러나 분명, 그 혼재된 섞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속에 담겨 있던 마음의 진정한 무게를 분명히 느끼지. 그 무게는 시간과 함께 퇴색되지 않고, 오히려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지기도 한다. 그것은 단순한 인상이 아니라, 존재의 깊이를 증명하는 증거가 돼.


그 '한 방울의 진심'이 지금의 나를 굳건히 붙들고 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지금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왜냐하면 그 장면은 너무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돼. 그 진심이, 그 순간이, 지나온 시간의 본질을 명확하게 증명해 준다. 삶의 모든 굴곡과 혼란 속에서도, 그 진심은 변치 않는 나침반 역할을 수행하는 거지.


지금, 네 마음에도 그 한 방울이 남아 있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너에게도 그러한 기억이 분명 하나쯤 있을 거야.

누군가가 건넨 짧고 간결한 말. 스쳐 지나갔던 눈빛 속에서 읽어냈던 미묘한 감정의 파동. 투박하고 말수 적던 위로의 손길이 전했던 온기. 혹은 어떤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옆에 있어주던 침묵의 시간이 가져다준 깊은 안도감.


그 한 방울의 진심이, 지금도 네 마음 어딘가를 굳건히 붙들고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네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때로는 힘든 순간을 이겨낼 용기를 주지.


감정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차 희미해지고 변화한다. 그러나 그 진심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러 그 본질을 잃지 않아. 그리고 언젠가, 네 마음을 다시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될 거야. 그것은 단순한 과거의 잔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동력이 되며, 네 존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거야. 그 한 방울의 진심은, 정말 그 사람의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 순간 그 말을 믿고 싶었던 내 마음의 일부였을까? 그 빛은 영원히 네 안에 머무를 거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