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을 나서기 전 거울 앞에 멈춰 선다. 옷차림을 살피고 넥타이를 매는 손길에는 습관처럼 굳어진 무심함이 배어 있다. 거울 속 눈동자와 시선을 맞춘 기억이 언제였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타인이 설계한 기대의 틀에 나를 맞추고, 사회가 배정한 배역을 충실히 연기하느라 정작 나라는 존재를 닳아 없어지는 소모품처럼 부려왔다는 사실을 더는 부인할 수 없게 된다. 남들의 요구에는 민첩하게 반응했으나, 스스로가 보내는 고통의 신호에는 시선을 돌려왔다. 마음의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음을 알아차린 순간, 등 뒤를 서늘한 기운이 스친다. 피로의 문제가 아니라, 자아라는 집이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는 예감이 몸속으로 번져 갔다.
성실하게 살았다고 자부해 왔으나, 사실 그 성실함은 나를 쉼 없이 몰아세우는 거친 바람과 같았다. 어느 날 오후, 계단을 오르던 중 갑자기 숨이 가빠오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였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마른세수를 하며 깨달았다.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의 밝은 화면, 누군가 보낸 메시지의 알림음에 즉각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불안해하던 강박들이 나를 이 바닥까지 밀어 넣었음을. 나는 나 자신에게 가장 무서운 지시를 내리는 관리자였고, 남들의 시선이라는 감옥을 지키는 지독한 간수였다.
남들의 일상을 엿보며 그들이 세운 기준에 내 행복을 대조하느라, 정작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살필 틈이 없었다. 영혼의 바닥이 조금씩 닳아 없어지고 있음에도 나는 그저 남들의 속도에 발을 맞추기에 급급했다. 그날 병원 복도에서 느꼈던 그 막막한 추락의 감각은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나 자신을 방치해 왔는지 보여주는 서글픈 증거였다.
식당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나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음식이 차려지자마자 숟가락을 들기보다 카메라를 먼저 들이대는 풍경이 펼쳐진다. 내가 만끽해야 할 맛보다 남들에게 보여줄 화면의 구도가 우선순위를 점령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기쁨보다 타인의 좋아요라는 숫자에 내 존재 가치를 저당 잡혔던 셈이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양식보다 타인의 시선에 박제될 이미지를 먼저 챙기는 기이한 소외 속에서 나는 철저히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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