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매무새를 가다듬는 시간

by 정성균

삶을 가꾸는 부지런한 손길이 만드는 무늬


생은 결코 홀로 정돈되는 법이 없습니다. 다정한 보살핌이 멎는 아주 짧은 빈틈을 타, 보이지 않는 틈새는 이미 고요한 침식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의 진실은 머물다 떠난 자리에 고인 정갈한 풍경으로 비로소 그 얼굴을 드러낼 뿐입니다.


“고귀한 생이란, 저무는 노을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매 순간 마음을 쏟아 심은 노력이 빚어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투명한 무늬입니다.”


삶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은 고단한 과업입니다. 하루는 쏜살같이 흩어지고, 익숙한 풍경은 질문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잘 살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은 누구에게나 깃들어 있으나, 그 마음을 매일의 구체적인 손길로 옮겨 심는 이는 드뭅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우리는 그 물결 위에 잠시 몸을 맡긴 채 안도합니다. 그러나 생은 방심에 취약합니다. 아주 짧은 소홀함에도 균열이 생기며, 돌보지 않은 틈마다 무질서가 거칠게 스며듭니다.


가꾸지 않은 정원이 이내 잡풀에 잠기듯, 삶 역시 관리가 멈추는 지점부터 무너질 채비를 시작합니다. 어지러운 방에 내려앉은 먼지는 우리의 생을 대하는 태도가 남긴 흔적입니다. 흐트러진 생각은 돌봄이 빠진 마음이 그려낸 쓸쓸한 풍경으로 이어집니다. 삶은 자연히 윤을 얻지 않습니다. 날마다 손을 대고, 살피며, 다시 바로잡는 수고로운 공력을 들일 때 비로소 고운 결이 유지됩니다. 이 자명한 진리를 기억하는 태도야말로 존재를 단단히 붙드는 확실한 출발점입니다.


뒤엉킨 전선을 풀며 되찾은 생각의 길목


나는 한동안 책상 위의 혼란을 외면하며 글을 쓰려 분투한 적이 있습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족하다고 믿었으며, 주변의 무질서는 문장을 짓는 일에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엉킨 전선과 겹겹이 쌓인 종이 더미는 생각의 흐름을 번번이 가로막았습니다. 문장이 막히는 날이면 재능이나 집중력의 문제로 돌리곤 했지만, 그 원인은 늘 눈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전선을 하나씩 풀고, 책을 분류하며, 책상 표면을 천천히 닦아낸 뒤에야 문장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을 정돈하는 손길이 마음의 혼탁함을 함께 씻어내고 있었습니다. 정리는 물건을 다스리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삶을 대하는 지극한 예의이며 태도의 표현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구석을 정갈하게 매만지는 마음은 스스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닮아 있습니다. 사소한 질서가 쌓일수록 하루는 흔들리지 않는 형태를 갖추고, 그 위에서 생각은 제 속도를 되찾습니다.


무질서를 그대로 두는 태도는 마음의 균형이 느슨해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매일 몸을 두는 공간은 정신의 상태를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먼지가 내려앉은 선반을 보며 정리를 미루는 순간, 삶 곳곳에서 생겨나는 사소한 균열들 또한 함께 방치됩니다. 눈앞의 어수선함을 외면하는 습관은 점차 내면의 문제를 뒤로 미루는 태도로 굳어집니다.


흐트러진 물건을 제자리에 옮기고 얼룩진 표면을 닦아내는 손길에는 자기 존재를 존중하려는 단단한 결심이 스며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작은 질서들은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형성하며, 외부에서 밀려오는 소음 속에서도 중심을 지켜내는 힘이 됩니다. 공간을 가다듬는 행위는 내면을 정제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스스로를 한 인간으로 온전히 세우기 위한 기초적인 책무로 자리 잡습니다.


새벽의 정적을 채우는 정갈한 아침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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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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