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상상은 유효기간이 없다

50·60대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내부의 힘

by 정성균

프롤로그 : 삶은 저물어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는 과정


나이 50과 60을 넘어서면 세상은 자꾸 우리에게 '정리하라'며 손짓하곤 합니다. 현직에서 물러나고 기운이 예전 같지 않으니, 이제는 쉬면서 뒤로 물러나라는 무언의 신호이기도 할 테지요. 하지만 이 나이를 지나며 문득 깨닫는 사실은, 겉모습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우리 안의 엔진까지 멈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진짜 '나의 생각'과 '나의 상상'이 시작되는 때라는 확신에 이르게 됩니다. 젊은 날의 사고가 생존을 위한 질주였다면, 현재의 사유는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고요한 산책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여러분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 시기를 함께 통과하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이미 몸소 겪으며 알고 있던 그 귀한 감각들을 나누기 좋은 언어로 정제해 보려 할 뿐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필요 없는 무게였을지도 모른다는 자각, 그 지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1부 - 나이 듦에 대한 오해부터 정리한다


“이 시기의 삶은 더 이상 증명이 필요 없기에.”


나이는 능력을 빼앗는가


어느 날 문득, 예전엔 가뿐히 넘겼던 서류 뭉치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거나 후배들의 빠른 대화 속도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순간마다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났다는 선고를 받은 것처럼 위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결코 역량의 상실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인간의 가치는 정보 처리 속도라는 지표만으로 측정되기엔 그 층위가 매우 입체적입니다. 20대의 뇌가 데이터를 빠르게 흡수하는 힘을 지녔다면, 우리의 정신은 수십 년간 쌓인 방대한 경험을 최적의 경로로 연결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습니다. 결국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엔진의 마력이 줄어드는 퇴보라기보다, 숙련도가 극치에 달해 적은 연료로 가장 멀리 가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다만, 서두르지 않을 뿐입니다.


유효기간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우리는 누구나 유통기한이 적힌 성적표를 품고 살아갑니다. 운동장에 서면 예전 같지 않은 호흡에 당황하고, 사회적 명함도 시간이 흐르면 빛이 바래기 마련입니다. 신체의 기능이나 외적인 위치에는 분명 유효기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이 힘을 잃어갈 때, 오히려 소멸하지 않는 영역이 선명하게 드러나곤 합니다.


사유하고 상상하며 삶을 대하는 태도는 결코 낡지 않습니다. 숯불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속에서 깊은 온기를 오래도록 품어내는 법이니까요. 물리적인 속도가 소거된 자리에는 반드시 '사유의 밀도'라는 선물이 찾아옵니다. 이제 우리는 문장 하나에서도 작가의 고뇌를 읽고, 동료의 짧은 한숨에서 그가 미처 뱉지 못한 고단함을 발견합니다. 보폭이 느려지는 현상은 더 깊이 감동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2부 - 머리와 마음은 어떻게 변해가는가


“깊어진다는 것, 그것은 조용해진다는 뜻.”


생각 (판단의 근육은 다른 방식으로 단단해진다)


사고가 더뎌진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맥락을 살피느라 신중해진 것뿐입니다. 젊은 시절의 선택이 정답을 맞히기 위한 연산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판단은 삶의 전체를 조망하는 '해석'에 무게를 둡니다. 우리는 이제 정보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그 정보가 어떤 근거에서 파생되었는지, 이 결정이 10년 뒤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를 입체적으로 살필 뿐입니다.


이 시기를 지나며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됩니다. 삶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며, 때로는 오답이라 믿었던 길이 가장 정직한 지름길이었음을 말이지요. 이러한 사유의 확장은 우리를 더 너그러운 관찰자로 만들어 줍니다. 정답을 빨리 찾아내는 기술자에서 벗어나, 어떤 상황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정성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66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1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