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오래 남은 질문

by 정성균

머물던 시간


배움이 멈추는 순간에도 삶은 특별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눈에 띄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하루의 모습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아침은 늘 같은 시간에 시작되고, 해야 할 일은 정해진 자리에 놓여 있다. 일정은 빠짐없이 채워지고, 하루는 바쁘게 지나간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겉으로 보이는 풍경이 거의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마음이 예전만큼 여지를 두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감각이 스쳐 지나간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도 호기심보다 판단이 먼저 떠오르고, 처음 접하는 생각 앞에서도 이미 알고 있다는 반응이 앞선다. 질문은 점점 줄어들고, 설명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어느새 묻는 일보다 말하는 일이 더 익숙해진다. 하루는 계속 흘러가지만, 생각이 움직이는 범위는 조금씩 좁아진다. 분주한 일정 속에서 마음은 같은 자리를 여러 번 되짚는다.


사람들이 떠올리는 현명한 사람의 모습에는 공통된 장면이 있다. 말이 분명하고, 판단이 빠르며, 상황에 맞는 답을 곧바로 내놓는 인물이다. 경험이 충분해 보이고, 설명에는 막힘이 없다. 그런 모습은 더 배울 것이 없어 보이게 만든다. 질문이 필요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는 인상도 함께 따라온다.


그러나 삶의 장면은 종종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확신에 찬 말이 대화를 멈추게 만드는 순간이 나타난다. “그건 이런 경우야.” “비슷한 일을 겪어봤어.” 이런 말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고,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그 말이 등장하는 순간, 상대의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않는다. 말은 오가지만, 마음은 그 자리에 머문다. 대화는 정리되지만, 관계는 잠시 멈춘다.


짧아진 대화


이런 장면은 멀리 있지 않다. 가까운 자리에서도 반복된다. 힘든 상황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이야기를 들으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다. 경험에서 나온 설명을 서둘러 꺼내고, 가능한 답을 빠르게 정리한다. 충분히 말했고,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도 돌아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화가 매끄럽게 마무리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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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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