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설계하다

나를 잃어버린 시대, 나로 살기 위한 선택들

by 정성균

얼어붙었던 땅이 풀린다. 코끝을 찌르던 찬 기운도 서서히 물러난다. 마른 가지 끝에 매화가 조심스레 꽃잎을 내밀며 겨울의 퇴장을 알릴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유리창을 활짝 열어 봄의 온기를 들여놓을지, 여전히 폐쇄된 문 뒤에 머물지 결정하는 손길은 오직 나만의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당신을 둘러싼 풍경과 사람들은 우연히 남은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스스로 묵인하거나 허락한 결과다. 나를 둘러싼 요소들을 어떻게 정돈하고 배치하느냐에 따라 일상의 결은 달라진다. 삶을 가꾸는 일은 외부의 요구에 응답하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고유한 질서를 능동적으로 세워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지금 당신의 마음 창은 어디를 향해 열려 있는가. 선택은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선명한 흔적이다.


공간의 배치가 사고의 길을 만든다


우리가 머무는 장소는 물리적 구획을 뜻함과 동시에 마음의 형태를 결정하는 그릇이다. 주변 환경은 오감을 통해 뇌에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며 무의식적인 사고의 방향을 설정하기 때문이다. 마당 한쪽에서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가 주변 풍경의 온도를 단번에 바꾸어 놓듯, 햇살이 깊게 드는 방에서 작업하는 과정과 폐쇄적인 지하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은 인지 기능에 서로 다른 무늬를 남긴다. 책상 위 필기도구의 배열 하나도 사고의 질을 바꾼다. 생각은 생각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에게 적합한 바탕을 찾는 행위는 효율적인 일상을 위한 전략적인 출발점이 된다.


공간을 고르는 일은 기질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작업과 연결된다. 정적인 분위기에서 창의성이 살아나는 이가 존재하며, 적당한 소음과 활기가 있는 곳에서 에너지를 얻는 이들도 있다. 본인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실제 경험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과정이 유익하다. 머물 곳을 고를 때는 이동의 효율성이나 주변의 소음 수치뿐만 아니라 조명의 밝기까지 구체적으로 살피게 된다. 집안의 구석 자리가 집중력을 높여주는지, 탁 트인 거실이 사고를 확장시키는지 직접 확인하며 나만의 데이터를 쌓아가는 일은 즐거운 탐색이 된다. 물리적 조건들이 정돈될 때 비로소 지적 흐름도 일정한 궤도를 유지한다. 공간의 변화는 생각의 경로를 바꾸는 힘을 지닌다. 당신이 매일 눈을 뜨는 그 공간은 당신의 꿈을 지지하고 있는가.


연결을 끊어야 몰입이 시작된다


디지털 영역을 정리하는 일도 현대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매일 마주하는 컴퓨터 바탕화면의 아이콘이나 스마트폰의 알림 설정은 주의력을 조각내는 주범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신호는 깊은 사고의 맥을 끊고 뇌를 쉽게 지치게 만든다. 필자 역시 중요한 마감을 앞두고 쉼 없이 울리는 진동 때문에 몇 시간을 허비하고 허탈해했던 경험이 있다. 불필요한 연결을 잠시 차단하고 도구들을 찾기 쉽게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피로도는 낮아진다.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결단이야말로 삶의 전체적인 체계를 만드는 핵심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연결 속에서 자신을 잃는다. 연결은 늘어나는데 집중은 줄어든다. 손 안의 기기가 내뱉는 수만 가지 정보는 정작 중요한 자아의 목소리를 가로막는다. 화면을 가득 채운 불필요한 앱들을 지우고, 알림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는 행위는 단순한 정리를 넘어 사고의 주권을 회복하는 의식에 가깝다. 정리가 끝난 뒤 찾아오는 정적 속에서 비로소 창조적인 발상이 싹을 틔운다. 정리는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단호한 결단에서 완성된다.


정서적 에너지를 보존하는 지혜


공간을 정돈했다면 이제 그 자리를 누구와 채울지 고민할 차례다. 고고하게 피어난 목련이 푸른 하늘과 대비를 이루며 존재감을 드러내듯, 우리 삶에서도 곁에 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존재의 색깔이 달라진다. 관계를 선택한다는 것은 한정된 정서적 자원을 아껴 소중한 곳에 배분하는 행위다. 사회적 연결은 필수적이지만, 모든 관계를 유지하려다가는 정작 나 자신을 돌볼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마음에도 없는 모임에서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이유 없이 가슴이 비어 있는 순간이 있다. 그 감각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넓은 유대가 곧 능력이라 믿었던 적이 있었으나 정작 위기의 순간 곁에 남은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간관계의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결국 관계의 숫자가 아닌 질이 우리 삶의 품격을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정성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63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7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