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대화에서 시작된, 일과 미래에 관한 기록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하루의 촘촘한 일정보다 앞으로 들이닥칠 변화의 가능성부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일보다 다음 달의 변화가 먼저 계산되는 일상이 되었다. 눈앞의 선택을 내리기 전 몇 걸음 뒤의 결과를 먼저 떠올리는 버릇은 이미 생활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하루의 시작은 현재를 처리하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미리 다루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오늘의 결정이 몇 달 뒤에도 그대로 유지될지, 지금 익숙한 방식이 다음 계절에도 힘을 발휘할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상의 기준은 소리 없이 수정되고, 정성껏 준비해 둔 계획도 짧은 공지 하나로 다시 손질해야 하는 상황이 잦아졌다. 변화의 흐름은 개인의 준비 속도를 너그럽게 기다려 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일상의 판단 순서만 계속 다시 맞춰나가는 형편이다. 안정이란 감정은 한 번 얻고 나서 영원히 소유하는 전유물이 아니다. 흔들리는 균형을 계속 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잠깐씩 생겨나는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하루는 시작과 동시에 다음 변화를 고려하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금의 생활에서는 하나의 견고한 구조에만 기대어 삶의 방향을 유지하기가 무척 어렵다. 환경이 달라지는 순간 곧바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계획이 손에 잡히면 마음이 잠시 가라앉지만, 생활 환경은 오래도록 같은 모습으로 머물러 주지 않는다. 어제 효과가 있던 방식이 다음 날에는 맥없이 힘을 잃는 장면을 반복해서 목격한다. 이런 경험이 겹겹이 쌓이면서 많은 생활인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조용히 수정한다. 결정을 내리기 전의 확신보다 결정을 내린 이후에 얼마나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붙었다. 생활의 균형은 결과로 고정되는 형태가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는 조정 과정 속에서 겨우 유지된다. 그래서 선택이라는 행위는 마침표를 찍는 종결이 아니라, 세심하게 이어지는 관리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생활 조건 속에서는 변화가 언제 끝날지 그 시점을 가늠하기가 불가능하다. 멈출 시점이 보이지 않으니 생활의 구조 역시 쉬지 않고 점검해야 한다. 하루의 일정, 물건을 사고 쓰는 방식,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한 방향, 그리고 인간관계를 맺는 선택까지 모두 반복적으로 다시 살피게 된다. 변화는 먼 곳의 큰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생활의 선택 속에서도 이미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생활인은 이전보다 더 자주 자신의 생활 방식을 정리하고 분류한다. 계획을 세우는 일 자체보다 세워진 계획을 유지하고 수정하는 일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이러한 반복 속에서 우리의 생활은 점점 더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형태로 자리를 잡아간다.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은 수많은 작은 움직임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만들어진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제도가 바뀌며 소비하는 방식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끊임없이 변한다. 그런 변화들이 모여 결국 우리의 생활 방식과 판단 기준을 다시 세우게 만든다. 어떤 플랫폼을 이용할지,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무엇을 믿을지, 업무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결정하는 과정은 모두 이 시대의 커다란 구조와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개인의 선택은 결코 개인의 선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그 선택의 결과는 시장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다시 다음 변화를 만드는 조건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개인의 하루는 사회의 거대한 흐름과 떼어놓은 채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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