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흔들릴 때, 나는 태도를 선택한다

by 정성균


부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마음에도 기압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창밖을 살핀다. 하늘에 구름이 얼마나 끼었는지, 바람의 동태는 어떠한지를 확인하며 오늘 입을 옷과 신발을 고른다. 자연의 날씨는 일상적인 선택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설계자다. 그런데 정작 매일 마주하면서도 소홀히 여기는 더 중요한 기상이 있다. 바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대기의 변화다.


성숙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내면의 기상도를 스스로 읽어내고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에는 비가 오면 그저 울음을 터뜨려 타인의 품속으로 숨으면 그만이었지만, 스스로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야 할 시기를 지나며 우리는 자신의 비를 묵묵히 맞고 곁에 있는 이에게 우산을 씌워주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마음에도 기압이 존재한다. 어떤 날은 몸이 깃털처럼 가볍고 세상 모든 사물이 투명한 수채화처럼 선명하게 보이지만, 어떤 날은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찬 듯 걸음마다 무게가 실린다. 대기가 습해지면 평범한 안부 인사조차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가슴에 박힌다.


우리는 누구나 정서적 기후 체계 안에서 살아가는 유랑자다. 여기서 근본적인 물음을 마주한다. 하늘의 폭우를 강제로 멈출 수 없듯이, 내면의 기류 또한 우리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영역이라면 그저 속수무책으로 젖어야만 하는가. 삶의 한복판을 지나는 시간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몸소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외부의 저기압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속에서 내딛는 보폭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안개


기분은 부르지 않아도 불쑥 찾아오는 손님이다. 어떠한 기별도 없이 거실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아 집안의 공기를 제멋대로 휘저어 놓는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문득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일, 원고를 쓰다 고개를 들었을 때 창가에 비친 오후의 햇살 한 줄기에 이유 없는 미소가 번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정서적 흐름은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독립적인 자연 현상이다.


일상의 주체들은 이 불청객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무대 위에 서 있다. 퇴근 후 무거운 몸으로 현관문 앞에 섰을 때, 일터에서 묻혀온 회색빛 짜증의 안개를 집안까지 들여놓지 않으려 내뱉는 깊은 심호흡은 내면의 기상이 삶의 풍경으로 바뀌는 경계선이 된다. 소풍 전날 밤의 떨리는 설렘이나 텅 빈 공간에 혼자 남았을 때 밀려오던 막막함은 상황과 마음이 만나 일으킨 화학 작용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흐름은 때때로 시야를 좁게 만든다. 우울의 수렁에 빠진 보행자는 짙은 안개에 갇혀 발밑의 흙만 바라보며, 지금의 힘듦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기상의 변화 그 자체를 옳고 그름으로 심판할 수는 없다. 비가 오는 일이 하늘의 허물이 될 수 없듯, 슬픔이나 불안이 찾아오는 현상 또한 인간의 결함과는 무관하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서 주변에 번개를 내리치지 않는 고요한 실천이 필요할 뿐이다. 생명체라면 마땅히 겪는 기류의 이동을 투명하게 관찰하는 일, 거기서부터 모든 다스림은 시작된다.


방향을 정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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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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