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앎으로 정제하는 육체의 노력

by 정성균

자료의 수집과 정보의 수용 과정


사람은 머릿속에 머무는 내용을 몸의 움직임으로 바꾸는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습득한 내용을 실제 거동으로 옮기는 과정은 삶의 본질을 익히는 공부다. 매일 방대한 자료가 세상 곳곳에서 발생한다. 자료가 남긴 흔적인 기록은 도처에 쌓여 있다. 궁금한 일이 생기면 기기를 조작해 곧바로 답을 찾는다. 인공지능은 그 위에 정교한 설명을 덧붙인다. 기기를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온 내용은 정보가 된다. 하지만 외부에서 유입된 정보 자체는 개인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 내용을 이해하는 일과 그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일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머릿속에 고인 정보는 실제 활동으로 이어질 때 실체를 얻는다. 발바닥이 지면을 딛고 근육이 수축하며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에서 배움은 자리를 잡는다.


습득한 정보가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으면 그것은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지 못한다. 외부에서 얻은 자료는 책장 안에서 정지한 기록에 불과하다. 타인이 남긴 문장을 눈으로 읽는 행위는 타인이 소유한 물건을 관찰하는 일과 같다. 물품의 재질과 색상을 파악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내 피부에 직접 닿는 감각까지 제공하지는 않는다. 신체와 결합하지 못한 정보는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사라진다. 일상은 사람이 몸을 직접 움직일 때 시작된다. 사고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배움은 경험으로 자라지 못한다. 실제 활동은 생각의 진실을 가려내는 유일한 시험대다. 사람은 머리로 받아들인 가치를 실제 거동으로 옮기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성찰을 통한 생활의 정돈과 지식의 형성


오랫동안 생각의 틀 안에만 머물러 지냈던 시기가 있었다. 수많은 책을 읽으며 세상을 이미 이해했다는 착각에 빠졌다. 도서관 서가 사이를 걸으며 학자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의 사상을 분석했다. 타인에게는 인생의 이치를 설명했다. 정작 자신의 거처를 정돈하거나 흐트러진 하루를 바로잡는 수고에는 무심했다. 사고는 커졌지만 손과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이해로 갈무리한 지식이 삶보다 앞서 달리기 시작하면 인간은 오만한 태도에 빠진다. 환기하지 않은 방안의 탁한 공기가 코끝을 자극하고, 뻣뻣하게 굳은 목덜미를 방치한 채 머리로만 세상을 재단할 때 오만함은 자리를 잡는다.


창문으로 스며든 아침 빛이 책상 위에 쌓인 원고 더미를 비출 때 책상 모서리에 쌓인 먼지를 발견했다. 바닥에는 정리하지 못한 서적들이 흩어져 있었다. 활자의 무게와 실제 생활의 무게가 서로 어긋나 있었다. 입으로는 성찰을 말하면서 몸으로는 게으름을 수행하고 있었다. 책장에서 카프카와 사르트르의 책을 꺼내 읽는 동안 일상은 무질서해졌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배움은 사람에게 무력감을 남긴다. 머릿속에 쌓아 두었던 정보가 가볍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순간들이 진짜 교육이 되었다. 책상 위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지우며 먼지를 닦아내는 동작에서 비로소 배움의 무게를 실감한다.


앎이 삶의 일부로 편입되는 실질적인 변화는 학설을 외우는 행위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하는 정직한 태도에서 시작된다. 흐트러진 이불을 펴고 책상 위의 물건들을 가지런히 배치한다. 스스로 약속한 한 줄의 문장을 끝까지 써 내려가는 행위가 중요하다. 몸은 거짓을 숨기지 않는다. 삶의 마지막까지 부족함을 동력 삼아 실행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신체적 감각을 통한 집필의 실재와 앎의 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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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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