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의 서재는 바깥과 단절된 작은 섬처럼 고요하다. 책상 위에 떨어지는 조명의 원 안에서만 세계가 존재하는 듯한 시간, 언어는 천천히 숨을 고른다. 종이를 스치는 펜의 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생각의 결을 따라 잔잔히 흐른다. 외부의 소란을 걷어내고 내면의 떨림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진실에 가까운 서사가 탄생한다.
기록을 다듬다 문득 손을 멈춘다. 하나의 구절이 과연 살아 있는지 스스로 묻는 순간, 의식의 통로 어딘가가 막혀 있음을 느낀다. 홀로 빚어낸 정교한 언어가 정작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닫는다. 글은 고립 속에서 태어나지만, 결코 고립 속에서 완성될 수 없다. 온기 없이 이성만 고여 있는 기록은 타인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지 못한다. 안경이 아무리 정교해도 안경테라는 물리적 경계 너머의 세계를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는 법이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내면의 심연으로 침잠할수록, 인식의 한계는 오히려 또렷하게 드러난다. 보지 못한 영역은 단단하게 굳어지고, 익숙한 사고는 그 틀 안에서만 맴돈다. 오랫동안 스스로의 논리가 완결되기를 바랐다. 타인의 손길 없이도 견고하게 서 있는 세계를 구축하고 싶었다. 그 갈망 속에는 순수한 열망과 함께, 외부를 경계하는 좁은 시야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명백한 자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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