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에도

by 정성균

멈춰 선 발자국 뒤로 쏠리는 하중


방 안을 가로질러 걷다가 문턱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방금 들은 소식 때문이다. 그 짧은 시간 속에 몸의 마디마디는 일제히 굳어버린다. 다리를 움직이던 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모든 동작이 그 자리에서 정지한다. 몸의 모든 무게가 발뒤꿈치 쪽으로 무겁게 쏠리는 것이 느껴진다. 발바닥을 누르는 바닥의 압박이 평소보다 선명하게 전해지는 경험이다.


숨을 들이마시는 양이 줄어드니 호흡이 가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내 온도는 그대로인데 살갗에 닿는 공기만 차갑게 변한다. 시선은 갈 곳을 잃고 바닥의 한 점에 머문다. 공들여 세워둔 일정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결과로 남았다. 사람이 움직이는 경로에는 제 뜻대로 조절할 수 없는 변수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개인이 쏟은 에너지는 결과의 크기와 똑같이 정해지지 않는다. 소금을 나르는 사람이 밖으로 나갔을 때 비가 내리는 일이나, 가루를 나르는 사람이 나섰을 때 바람이 세게 부는 일은 날씨가 변하며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나아가는 과정에서 온몸은 저마다의 짐을 견뎌낸다. 기록이 소멸하기도 하고, 외부에서 가해진 힘 때문에 계획이 무너지기도 한다. 이것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눈앞의 사실들이다. 결과가 기대와 어긋날 때 몸은 즉각적인 반응을 멈춘다. 주변 소리가 전달되는 정도가 낮아지고, 땅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살갗과 살결이 실감하게 된다. 팔과 다리는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움직임을 반복한다. 일정하게 유지되던 박자가 흐트러진다. 이 정지된 상태에서 우리는 인지한다. 개인이 조절할 수 있는 범위와 의지가 닿지 않는 바깥 공간이 실제로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발바닥이 닿아 있는 장판의 질감이 평소보다 거칠게 발등으로 전달된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번지는 민망함


계획이 틀어진 직후에는 내부에서 여러 반응이 일어난다. 안면의 근육들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실패의 까닭을 묻는 타인의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전달된다. 머릿속은 대답을 위한 낱말을 선택하느라 지체를 겪는다. 무언가를 잃었다는 인지보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민망함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타인과 시선이 마주치는 접촉면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게 된다.


빈손으로 타인의 눈길을 견뎌야 하는 환경은 위축을 불러온다. 어깨가 안쪽으로 굽고 가슴의 근육 조직이 조여진다. 이러한 위축은 원인을 자기 내부의 결함으로 돌리려는 습관에서 발생하곤 한다. 힘을 충분히 쓰지 않았거나 게을렀다고 스스로 판단할 때 몸은 더욱 경직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야 현재의 발밑 자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변수가 발생하는 시점이나 방향은 개인이 조절할 수 있는 힘의 범위를 벗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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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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