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금으로 받은 11억 원을 제대로 굴릴 수 있을까

by 스칼렛

작년 초, 어떤 분의 남편이 은행지점장에서 명예퇴직을 하며 11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그 큰돈을 손에 쥐고도 불안해하며, 부동산 중개를 하는 아내 친구에게 투자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평생 돈을 굴리는 현장에 있던 은행지점장조차도 투자에 대한 확고한 개인적 견해가 없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동안의 높은 연봉을 자녀교육에 모두 쏟아붓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은행지점장 출신도 이런데, 평범한 직장인들은 오죽할까. 아마 대부분은 준비되지 않았을 것이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만족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투자는 저 멀리 있는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물론 직업과 무관하게 일찌감치 눈을 떠 투자에 밝은 예외적인 사람들은 제외한다.


11억 원이라는 거액의 명예퇴직금을 쥐고도 불안한 현실.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프랜차이즈 창업? 주식? 부동산? 아니면 금이나 비트코인?

선택은 결코 쉽지 않다.


그동안 꾸준히 투자를 해왔다면 퇴직금 운용 계획이 뚜렷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선뜻 어딘가에 돈을 넣기가 두렵다. 일생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이 목돈을 잘 모르는 곳에 덜컥 투자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달콤한 말에 속아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 내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그동안 치열하게 일한 나를 위해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쉬면서 책을 읽고, 내가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세상의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 파악하며 내 목돈을 어떻게 운용할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명퇴 후의 정해진 수순은 '프랜차이즈 창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퇴직자에게도 그것이 정답일까? 요즘은 아니다. 이유는 뭘까. 언론이나 매체에서 퇴직 후 창업 실패 사례가 쏟아진다. 간혹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창업으로 흑자를 유지하기란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고 힘겹다. 0.1%의 희박한 성공확률을 기대하고 뛰어들기엔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게다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소비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이는 곧 오프라인 시장의 쇠락을 의미한다.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창업 트렌드는 어느새 무인점포로 옮겨갔다. 한동안은 자본이 있거나 제2의 파이프라인을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인점포 창업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대부분 점포가 폐업수순을 밟고 있고, 아파트 단지 상가든, 유명 번화가든 유리창에 ‘임대문의’가 붙은 빈 상가들이 즐비하다. 최근 5년 사이 준공 이후 단 한 명의 임차인도 들이지 못한 상가도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갈 곳 잃은 퇴직금들은 어디로 갈까. 대부분 잠시 은행에 머물 것이다. 그러다 주식시장이 좋으면 주식으로, 부동산이 들썩이면 부동산으로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평생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모든 자산 가격이 고점인 현재 시점에서 선뜻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고점에 물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 투자 공부가 필요하다. 적은 돈이라도 직접 투자해 보고, 실패도 겪어보면 나만의 투자 안목과 실력이 쌓인다. 관련 책을 읽고 경제흐름을 파악하며 꾸준히 내공을 쌓아야 한다.


아직 퇴직이나 은퇴까지 시간이 남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사회라는 울타리 밖으로 서서히 밀려나는 순간이 왔을 때, 전 재산을 담보하여 '올인'하는 도박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50대에 파산하면 원상회복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공부밖에 없다. 내 자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자산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박의 행운을 바라기보다, 한 걸음씩 나아가는 투자를 배워야 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길이라 두렵겠지만, 그럴수록 나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

내 삶에서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명확히 알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