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읽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자.

by 스칼렛

남들처럼 수천 권의 독서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3년 사이 이백 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읽은 책의 권수가 쌓일수록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 시간만큼 사고의 깊이도 더해졌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속에 길이 있고, 나의 미래가 담겨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제 나는 책 속에서 나의 내일을 찾는다.


2026년 올해는 그동안 숫자에 집중했던 독서 취향을 벗어던지기로 했다. 대신 ‘내면의 깊이’와 ‘질적 향상’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읽으려고 마음만 먹고 책장에 모셔두었던 ‘벽돌책’들에 하나씩 손을 뻗는 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책이 바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다.


이 책은 오랫동안 책장에서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끔 한 장씩 들춰보긴 했지만, 계속 읽어나가지 못했다. 압도적인 두께와 촘촘한 이야기는 쉽게 책장을 넘기게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때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마음을 잡은 것일까. 드디어 제1장의 첫 페이지를 기분 좋게 넘겼다.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이 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에는 낯설게만 느껴졌던 문장들이 이젠 이야기 속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글을 만나는데도 다 인연과 시기가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읽히지 않던 글자들이 쉬이 이해되고 재미마저 느껴지는 요즘, 나는 천천히 한 장씩 종이를 넘기며 <총, 균, 쇠>가 들려주는 인류의 서사를 탐험하고 있다.






두 번째 도전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강의>다. 프로이트는 대학시절 <꿈의 해석>으로 처음 접했던 인물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자 심리학자, 의사 그리고 뛰어난 작가. 하지만 당시 읽었던 <꿈의 해석>이 어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너무 어려워 읽다 포기했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 왜 다시 그를 찾게 되었을까. 여러 책을 접하면서 프로이트의 이론이 종종 언급되었고, 그의 생각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어떤 책을 시작해야 할지 AI챗봇인 제미나이(Gemini)에게 물어보았더니, 친절하게도 이 책 <정신분석강의>를 추천해 주었다. 대중에게는 <꿈의 해석>이 더 유명하지만, 강연 내용을 엮은 이 책이 입문자가 이해하기에는 훨씬 쉽고 체계적이라는 설명이었다.


제미나이의 조언에 나도 공감한다. 독해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욕심을 내어 어려운 책부터 덤벼드는 것은 결국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적과의 동침과도 같다. 그래서인지 전혀 가까이 갈 수 없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길부터 차근차근 걸어가야 비로소 그 세계에 닿을 수 있다. 책에도 순서가 있다는 사실은 책과 가까워질수록 깨닫게 되는 소중한 지혜이다.






지금 나는 이렇게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넘나들며 세상을 탐험하고 있다. 또 하나의 동반자는 <일론 머스크> 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2022년까지 행적을 담은 자서전 같은 평전이다. 어떤 성장 배경이 그를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로 만들었는지 궁금해 구입했다. 책을 펼쳐 처음 읽기 시작한 곳은 '47장 불안한 시기(2018년)'였다.


태국 동굴에 갇힌 어린 축구선수들을 돕기 위해 머스크가 직접 나섰던 사건이 담겨있다. 선의를 가지고 태국까지 달려갔던 그였지만, 정작 현장의 전문가에게는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홍보용 쇼였을 뿐”라는 조롱과 모욕적인 비난을 받았다. 이 대목을 보며 특출 난 천재가 모든 이의 호감을 얻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낀다. 새로운 존재가 나타날 때 기존의 기득권이 얼마나 거세게 그 존재를 밀어내려 하는지, 머스크의 사례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나는 지금 이 책 저 책을 넘나들며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여행하는 중이다. 앞으로의 내 삶을 위하여,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과정 자체의 재미와 즐거움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