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이 3년 후 북카페의 '오브제'가 되길 바라며

by 스칼렛

이번 여행부터 나의 여정을 수첩에 기록하기로 했다.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발행하는 것과는 별도로, 손때 묻은 노트에 그날의 온도와 공기를 물리적으로 남기고 싶어졌다.


새로운 기록을 시작하기 전, 지난 여행의 영수증들을 책상 위에 하나 둘 펼쳐 보았다. 다이소에서 골라 온 마스킹 테이프와 펜들을 곁에 두고 날짜별로 영수증을 정리하다 보니, 흐릿해졌던 여행의 장면들이 하나둘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기록을 시작하려 하는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몇 년 전 광교 앨리웨이에서 마주쳤던 '책발전소'(이름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라는 공간이 시작인 것 같다. 그곳은 일반적인 서점과는 결이 다른 감각이 흐르는 서점이자 카페였다.


특히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난 큐레이션이었다. 책 표지 위에 정성스레 붙어 있던 손글씨 코멘트.


"비 오는 날, 창가 자리에 앉아 읽기 가장 좋은 책입니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당신은 이미 이 책과 사랑에 빠질 거예요."


등 다정한 속삭임은 책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오게 했다. 비록 그날 내가 주인장의 추천 도서를 산 건 아니었지만, 그 공간이 주는 정겨움과 신선함에 매료되어 기어이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나왔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기억은 마음 한구석에 씨앗으로 남았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 전 남편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앞으로 여행을 마음껏 다니다가 어느 순간 멈추고 싶어질 때 북카페를 차릴 거야. 내가 꿈꾸는 곳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온기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곳을 만들 거야. 좋아하는 작가를 초청해 소박한 북토크를 열고, 사인회를 하며 서로의 인생 문장을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 거야."


아직은 막연한 공상이지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그런 선언을 하고 나니, 이제부터 나의 여행은 단순히 즐기는 시간이 아니다. 훗날 내 공간을 채울 나만의 스케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3~5년 후 세워질 북카페를 위한 소중한 '오브제'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다시 수첩에 펼쳤다. 남들처럼 화려하게 꾸밀 실력은 안되지만, 내 마음의 궤적을 온전히 담아낸 나만의 서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다행히 공간을 마련하는 일에는 두려움은 없다. 공인중개사로서 쌓아온 경험을 살려, 최적의 장소를 찾아낼 자신감은 충분하다. 하지만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다. 지금은 내 공간의 '정체성'이 되어줄 소중한 '조각'들을 준비해야 한다.


나의 꿈은 이제 막 한 권의 여행 노트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 즐거운 기록들이 모여 언젠가 현실의 문이 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