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를 뒤로 하고 발리로 출발

우붓에서 경험한 요가는 쉼이었고, 고요한 시간이었다

by 스칼렛


이번 여행은 총 19박 일정이다.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 먼저 그곳에서 2박을 하고, 발리로 넘어가 14일을 보낸 뒤, 마지막 3일을 다시 쿠알라룸푸르에서 머물다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돌아가는 길에 쿠알라룸푸프 일정이 아직 남아 있기에, 첫 이틀은 가볍게 쿠알라룸푸르를 느끼고 곧장 발리로 향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발리 응우라라이 공항까지의 예상 비행시간은 3시간 5분. 하지만 비행기는 예정보다 한 시간을 더 하늘 위를 부유한 끝에 발리 땅에 닿았다.


4시간여의 비행 끝에 드디어 도착한 발리. 응우라라이 공항은 쿠알라룸푸르 공항처럼 전자입국신고서, E비자, 관광세, 세관신고를 미리 해두면 자동 출입국게이트를 통해 아주 쉽게 통과할 수 있다. E비자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도착 비자 발급 창구에 줄을 서야 하지만, 2월 말인 지금은 다행히 발리의 성수기가 아니라서 대기 인원이 엄청나지는 않았다.


우리는 미리 모든 준비를 마쳤기에 자동 게이트를 훌쩍 통과하고, 세관직원에게 QR코드만 확인받으며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이런 시스템의 편리함은 응우라라이 공항의 장점이다. 문제는 그다음, 내 시간을 갉아먹는 주범인 '수하물'이다. 이미 두어 번 겪어본 터라 그러려니 체념하긴 했지만, 이곳의 수하물 처리 속도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국 심사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30분이 훌쩍 지나서야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며 짐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고, 마침내 내 가방을 찾아 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발리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라 낯설거나 어려운 것이 별로 없다. 현금인출, 그랩이나 고젝 같은 차량 호출, 숙소 예약, 길리 들어가는 배편 예약 등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하우 덕에 모든 과정이 수월했다. 그중에서도 이전 여행을 통해 배운 작은 경제적 지혜가 있다면 바로 '현금 사용'이다. 발리의 식당들은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이 많지만, 로컬 식당(와룽)에서는 카드 결제 시 수수료 3%를 별도로 부과하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카드를 쓰면 돈이 무감각하게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어, 우리는 주로 현금을 쓰며 지출을 가늠하는 편을 택했다. 그래서 가방을 찾고 입국장을 나서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BNI atm기로 향했다. 트래블로그 카드로 미리 환전해 둔 돈을 수수료 없이 인출했다. 지갑을 두둑하게 채우고 나니 기분도 업된다.


자, 차량을 호출해서 우붓으로 가자.


공항에서 우붓의 숙소까지는 약 36km.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발리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우붓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좁고, 울퉁불퉁하며 복잡한지 잘 알 것이다. 무질서하게 끼어들고, 앞서가는 오토바이 떼를 보고 있노라면, 지난 발리행 크루즈를 탔을 때 만났던 1 Day투어 기사님의 오토바이를 가리켜 ‘마치 Mosquito(모기) 같다 ‘고 했던 비유가 절로 떠오른다.


차량을 호출할 때, 그랩은 Rp 431,100, 고젝은 그보다 조금 저렴한 Rp 383,500으로 검색되었다. 우리는 고젝을 선택했고, 공항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지날 때 발생한 톨게이트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여 최종적으로 Rp 410,500루피아(한화 대략 35,000원)를 결제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그랩과 고젝의 요금 검색결과


고젝 차량호출- 탑승후- 최종 금액


36km를 달려 우붓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시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호텔에서 공항까지 60km의 거리를 그랩 기사의 무서운 전력 질주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덕분에 1시간 5분 만에 도착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발리보다 두 배 가까운 거리를 3만 원도 안 되는 요금으로 절반의 시간 만에 도착했지만, 발리는 더 짧은 거리에 비용도 비싸고 시간은 두 배나 걸렸다. 발리의 교통 인프라가 얼마나 열악한 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인프라와 불편함에도 발리의 매력은 그 모든 것을 덮고도 남는다.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발리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우리를 또다시 이곳으로 이끈다. 그동안 동남아의 여러 지역을 다녀봤지만, 내게는 여전히 발리가 최고다.


작년에는 '나에게 맞는 한달살이 여행지는 어디일까'를 탐색하기 위해 10~14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여러 곳을 경험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내가 선호하는 지역을 깊이 있게 파고들며,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이나 배움이 있는 여행을 하려고 한다. 우붓에서는 요가를 배우고, 길리에 들어가서는 바다를 보며 멍하니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조금 더 긴 일정으로 한 달 살기를 떠나게 된다면, 그때는 현지에서 영어를 배우며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여행을 그려본다.

우붓의 홈스테이의 수영장 모습
길리에 도착. 길리의 바다빛깔


발리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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