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인사하면 안 되는 걸까?

by 스칼렛

우붓의 테이블이 네 개뿐인 작은 와룽. 오늘 그곳에서 마주한 상황은 내게 묘한 씁쓸함을 남겼다.


우리 부부가 저녁 7시 예약을 하고 도착했을 때, 식당 안에는 서양인 두 테이블과 혼자 앉아 있는 동양인 여자가 있었다. 처음엔 그녀가 한국인인 줄 몰랐다. 얼마 후 한 동양인 남자가 들어와 그녀의 테이블에 합석했고, 두 사람이 나누는 한국어 대화 소리에 비로소 그들이 한국인 여행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타지의 좁은 공간에서 한국인을 만났으니 반가운 마음에 눈인사라도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혹여나 젊은 친구들이 기성세대의 오지랖으로 느끼며 불편해할까 봐 먼저 아는 체를 하지는 않았다. 가만히 대화를 들어보니, 두 사람은 우붓에 와서 여행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른바 '번개'로 만나 오늘 처음 밥을 먹는 사이 같았다.


그제야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처음 본 낯선 이와는 기꺼이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면서, 바로 옆 테이블에 앉은 같은 한국인 부부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다. 물론 꼭 인사를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마주친 한국인 부부에게 가벼운 목례 정도는 했을 것이다. 규모가 큰 레스토랑이었다면 굳이 신경 쓰지 않겠지만, 좁은 식당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철저한 무관심은 왠지 모르게 우리를 배척하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문득 요즘 젊은 여행자들은 왜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모른 체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졌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키지 관광객도 아니고, 그들처럼 자유롭게 여행하는 기성세대마저 그토록 불편한 존재일까.


나는 여행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화가 통하면 기분 좋게 밥 한 끼 사주기도 한다. 상대가 원지 않는 기색이면 그저 지나치면 그만이다. 결코 무례하게 선을 넘지는 않는다. 작은 식당에서는 전혀 모르는 외국인과도 쉽게 대화의 문을 여는데, 유독 같은 한국인끼리, 그것도 세대가 다르다는 이유로 벽을 칠 필요가 있을까.


어제 우붓의 밤거리에서 스치듯 만난 젊은이들과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오늘 와룽에서의 차가운 공기가 유독 아쉽게 느껴진다.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감도는 우붓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