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하며 나를 느끼고, 비로소 발리의 숲 한가운데 있음을 실감했다
오후 4시, 발리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우붓으로 넘어오니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이번에 머물 곳은 작년에 길리 섬으로 넘어가기 전 하루를 묵었던 코코 슈퍼마켓 근처 홈스테이다. 당시 꽤 괜찮았던 기억을 더듬어 이번에는 무려 8일을 예약했다. 조식을 포함해 하루 3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니, 장기 여행자에게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순 없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늦은 시간 체크인을 한 탓에 남은 방 하나를 배정받았는데, 지난번과는 퀄리티가 확연히 달랐다. 이것저것 빠진 비품과 열악한 룸 컨디션에 '이 상태로 8일을 지내야 하나' 싶은 막막함에 짜증이 확 밀려왔다. 불쾌함을 누르고 직원에게 방을 바꿔줄 수 있는지 물었지만, 오늘은 만실이라며 담당자의 연락처를 건네주었다. 곧바로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보내니, 다행히 내일 방을 바꿔주겠다는 확답을 받았고, 언짢았던 기분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이런 룸 컨디션인 줄 알았다면 내가 8일이나 예약했겠냐' 하는 푸념과 함께.
대충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이번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우붓의 대표 마트인 코코 슈퍼마켓이 아주 가깝다는 것. 이른바 '코세권(코코마켓 근처)'의 축복이랄까. 지난번 우붓 숙소는 근처에 과일 가게가 없어 매일 코코마켓까지 30분 넘게 걸어 다녀야 했는데, 이제는 5분이면 마켓에 닿는다.
매일 저렴한 가격에 다채로운 열대 과일을 사 먹을 수 있고, 마트에서 파는 단돈 12k짜리 아메리카노마저 맛이 꽤 괜찮다. 요가하러 가는 길이나 예쁜 카페를 굳이 찾아가지 않는 날, 이 저렴하고 맛있는 커피를 텀블러에 가득 담아 나서는 길은, 낯선 곳에서도 내 취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작고 확실한 행복이었다.
첫날밤, 숙소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한 'Sinduk 와룽'에서의 식사는 완벽했다. 구글 평점이 높아 들어간 그곳은 테이블 6개가 전부인 작고 소박한 식당. 그곳에서 참치 삼발 마따(Tuna sambal matah)와 나시깜뿌르를 주문했는데, 한 입 먹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참치가 '이렇게 맛있는 거야?' 그날 이후로 나는 우붓에 머무는 동안 그 식당을 네 번이나 찾았다. 모든 메뉴가 완벽했던 건 아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웠고, 멀리 나가기 귀찮을 때 언제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나만의 든든한 단골집이 되었다.
다음 날, 이번 우붓 여행의 진짜 목적지인 'Radiantlyaliveyoga'로 향했다. 가기 전 들었던 정보로는 일주일 무제한 수강권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오직 요가를 위해 이번 여행 중 우붓에서의 일정을 8박으로 길게 잡았던 터였다.
요가원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클래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클래스의 구성과 비용은 이랬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일주일 무제한권을 끊고 싶었지만, 본전을 뽑기 위해 매일 의무적으로 요가 매트 위에 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요가원에 방문한 날이 벌써 여행 4일 차. 일단은 스케줄과 비용만 알아볼 요량으로 팸플릿을 하나 챙겨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요가를 시작해야지!' 다짐했지만, 여행 5일 차 아침이 밝자 생각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누적된 피로에 몸이 천근만근이었고, 작년과는 또 다른 체력적 한계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앞으로 남은 긴 여행을 위해서라도 무리하면 안 되겠다.' 그렇게 현실과 타협해 최종적으로 결정한 건 '3 Class'권이었다. 남은 6일 동안 딱 세 번만 요가를 가고, 피곤할 땐 숙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푹 쉬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결국적으로 그 선택은 탁월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요가를 배운 적은 있지만, 여전히 초보의 딱지를 떼지 못한 나는 가장 쉬워 보이는 수업을 골랐다. 사방이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탁 트인 공간에서 보내는 1시간 반. 몸을 길게 늘이며 깊은숨을 들이마시는 그 시간은 더없이 평화롭고 완벽한 힐링이었다.
초록빛 바람을 맞으며 생각했다.
'아, 내가 지금 발리에서 요가를 하고 있구나.'
우붓에서의 요가수업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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