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통해 힐링과 릴랙스를 경험한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요가 3회 수강권을 끊고 스케줄표를 보았다. 주 단위로 빼곡한 수업들 앞에서 나의 목표는 명확했다. 완전한 초보자인 내게 무리한 동작은 오히려 독이 될 터였다. 나의 목적은 그저 '힐링'과 '릴랙스'일뿐, 단 세 번의 수업으로 요가 마스터가 되겠다는 당치 않은 욕심은 애초에 없었다
조건은 간단했다. 너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를 피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사이. 그리고 Vinyasa, Fly High Yoga, Hatha처럼 이름만 들어도 아크로바틱 할 것 같은 수업 대신, Beginner Yoga, Slow Flow, Meditation, Healing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수업을 고르는 것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첫 번째 수업은 줄리어(Julia) 선생님의 Breathwork & Sound Healing Journey였다. 이름부터 한없이 느슨한 이 수업은 가벼운 자기소개와 함께 시작되었다. 핀란드, 독일, 튀르키예, 네덜란드, 대만, 호주 등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 10명 남짓이 모여 있었다.
요가 매트 위에 편안히 누워 작은 수건으로 눈을 덮고, 무릎 아래에는 푹신한 쿠션을 받쳤다. 선생님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낮게 웅얼거리는 소리에 맞춰 천천히 깊은 호흡을 이어갔다. 몸을 움직이는 요가라기보다는 소리의 파동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완벽한 휴식의 시간. 한 시간 반 동안 매트 위에 누워 까무룩 잠이 들 뻔했다. '이건 요가가 아닌데' 싶으면서도, 여행 중 숲으로 둘러싸인 발리의 공간에서 이런 온전한 쉼을 누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운인가. 누워서 쉬기만 했던 첫 수업은 못내 아쉬웠다.
두 번째 수업은 월요일 오전 11시, 자라(Zara) 선생님의 Flow & Meditation이었다. 도입부가 첫 수업처럼 정적이어서 ‘아, 또 잘못 골랐나’ 후회하려는 찰나, 본격적인 요가가 시작됐다. 몸을 한껏 늘리고 뻗으며, 영어로 쏟아지는 선생님의 디렉션을 다 알아듣지 못해 앞뒤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겨우겨우 동작을 따라갔다.
'오, 장난이 아닌데.'
이번 수업이 특히 만족스러웠던 건 선생님의 태도 덕분이었다. 지난번 수업에선 동양인인 나는 소외된 기분이 들었다. 양옆의 핀란드인들 몸 위에서는 악기를 직접 울려주며 사운드 힐링을 해주더니, 내 차례는 스르륵 지나쳐 버렸을 때의 묘한 소외감이란.
하지만 자라 선생님은 달랐다. 허둥대는 나의 어설픈 자세를 다정하게 교정해 주며 참가자 모두를 고루 챙겼다. 이런 게 진정한 선생님의 태도가 아닐까. 그렇게 스트레칭과 균형 잡기를 마치고 나니 개운한 땀이 흐른다. 초보자에게 딱 맞는, 아주 흡족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수업은 다음날 이어진 사리 데위(Sari Dewi) 선생님의 Beginner Yoga였다. 초반에는 이름에 걸맞게 아주 쉬운 동작으로 친절하게 진행되었다. 나처럼 엉성한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을 세심하게 도와주어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수업이 25분쯤 남았을 무렵, 선생님이 참가자들에게 배우고 싶은 동작을 묻더니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초보자 클래스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의 고난도 동작들이 튀어나왔고, 그 하이라이트는 무려 '물구나무서기(Sirsasana - 시르사아사나)'였다.
'헐~이걸 내가 어떻게 해?'
하지만 몇몇 숙련된 참가자들은 보란 듯이 물구나무서기를 완성했다. '세상에, 저 사람은 초보가 아니었잖아!' 선생님은 몇 명의 도전을 돕더니 내게도 시도해 보라며 눈짓을 보냈다.
"No, not today!"
단호한 한마디로 패스했다. 선생님도 웃으며, "Ok, next week try~" 하고 쿨하게 넘어간다. 천만다행이다 나는 다음 주면 이곳에 없으니까.
그렇게 세 번의 요가 수업이 알차게 끝났다. 여행지에서 명소를 쫓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대신, 한자리에 머물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경험은 아주 특별했다. 이방인의 도시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듯한 기분. 한국을 떠나온 곳에서 외국인들과 섞여 요가를 배우고 있자니, 비로소 내가 국경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여행자가 된 것 같았다.
이것이 내가 진정 원했던 여행이고, 꿈꾸던 삶의 방식이다. 평소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요가를 통해 나의 여행은 한층 더 다채롭고 풍요로워졌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며 살아갈 수 있는 지금의 이 현실에, 깊이 감사를 느낀다.
이제 길리로 넘어갑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