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의 8일,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닮고 싶어서

100년 전 헤밍웨이가 마주했던 여행의 진정한 맛을 되새기다

by 스칼렛

우붓에서의 8일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우붓의 일과는 대략 이랬다. 느긋하게 일어나 홈스테이 중앙에 있는 테이블로 향한다. 숙소 직원이 건네준 메뉴판을 보고 토스트와 오믈렛, 서너 가지 과일과 따뜻한 커피를 주문한다. 잠시 후 숙소 직원이 음식을 가져다주면, 우리는 여유를 만끽하며 아침식사를 즐겼다.


우붓의 아침은 벌써 열기로 뜨거웠다. 테이블 너머로는 이름 모를 새들이 다채로운 노랫소리를 들려주고, 숲의 생명력이 담긴 온갖 소리가 귓가를 채웠다. 마치 숲 한복판에 있는 듯한 평화로운 시간. 이런 자유를 다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행복했다.


KakaoTalk_20260318_211717553_23.jpg 우붓 홈스테이의 아침


우붓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나는 그 느림이 참 좋았다. 아침을 먹고 나면 숙소 수영장으로 내려가 더위를 식히고, 썬베드에 누워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읽었다. 오전 시간은 대개 그렇게 흘러갔다. 썬베드에 누워 휴식을 취하거나, 근처 카페에 들러 뜨겁고 진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을 마시는 것. 몸속으로 스며드는 진한 아라비카 커피는 감각을 깨우고 정신이 맑게 했다. 의자에 기대어 헤밍웨이의 파리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나의 여행 또한 되새겨보게 되곤 했다.

KakaoTalk_20260318_211717553_21.jpg 홈스테이의 간단한 조식


헤밍웨이는 100년 전에 파리의 카페에서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의 책을 읽었다고 했다. 그 시절 <위대한 개츠비>로 이름을 알린 스콧 피츠제럴드를 만난 이야기도 책 속에 담겨 있었다. 100년 전 작가들의 삶에 새삼 놀라기도 하고, 당시 서구의 문화적 토양이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었음을 실감하기도 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내가 헤밍웨이처럼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여행하고 있다니. 조금 늦었을지 몰라도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은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피어올랐다.


KakaoTalk_20260318_211717553_15.jpg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이번 우붓 여행은 이런 자유로운 시간과 요가를 배운 시간이 전부였다.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를 다니거나,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세 번의 우붓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맛'이 아닐까. 인생에서 여행이 주는 그 깊은 풍미 말이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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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붓에서의 8일이 지나고, 길리로 넘어갔다.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예전의 여행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아실현'의 과정이 된 것 같다. 덕분에 내가 나아가야 할 길과 방향이 더욱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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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차낭사리


여행은 나의 가장 큰 멘토다.


나는 여행에서 나의 길을 찾고 나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