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맨 뒤좌석은 기내식 선택권이 없다?

기내식이 제공되는 비행기에선 맨뒤좌석은 앉지 말아야지.

by 스칼렛

이번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는 발리 여행에서는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했다. 인천에서 출발해 쿠알라룸푸르에 2박 후 발리로 향했고, 여행을 마친 뒤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와서 3박을 머물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그동안 기내식이 제공되는 항공사를 이용할 때 맨 뒷좌석에 앉아본 적은 없었다. 기내식이 없는 저가항공이라면 모를까, 맨 뒷자리에 이런 불편함이 숨어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앞사람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의자를 뒤로 젖힐 수 없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앞뒤 좌석의 공간마저 이렇게까지 좁을 줄은 몰랐다. 기체 꼬리 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 때문일까? 체구가 작은 내가 앉아도 무릎이 앞 좌석에 닿을 정도였으니, 내 옆에 앉은 외국인은 오죽했을까 싶다.


무릎이 앞 좌석에 닿는다.

게다가 귀국행 마지막 비행기는 체크인부터 순탄치 않았다. 앞선 세 번의 비행은 모바일 체크인 시 좌석을 직접 고를 수 있었는데, 마지막 비행기는 좌석 선택 화면도 없이 일행과 자리가 뚝 떨어져 배정된 것이다.


한 명은 어린이 좌석 옆, 다른 한 명은 맨 뒤 바로 앞자리인 49 열이었다. 단체석 때문에 선택권이 없나 싶어 공항에 일찍 가서 수하물을 위탁하며 좌석 변경을 요청하기로 했다.


마지막 날 공항에 도착했을 땐, 출국 시간이 3시간이나 넘게 남았는데도 카운터는 이미 열려 있었고 대기 줄도 길었다.


‘뭔 일이야? 한국으로 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아시아계 승객들로 북적이는 걸 보며 조금 의아했다. 우리 차례가 되어 나란히 앉을 수 있는지 물었지만 남은 자리가 없다고 했다. 대신 앞뒤로 앉을 수는 있는데, 맨 뒷좌석뿐이라고 한다. 49열과 50열.


50열은 등받이를 젖힐 수 없는 맨 뒷자리였지만, 일행과 떨어져 가는 것보단 낫고 낮 비행이니 괜찮겠다 싶어 그 자리로 변경했다.


하지만 비행기에 탑승해 자리에 앉는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다. 앞선 비행에서는 앞뒤 공간이 넉넉했는데, 이번 좌석은 좁아도 너무 좁았다. 나조차도 답답한데 나보다 큰 사람은 이 자리를 어떻게 견디나 싶었다. 여행 마지막의 기분을 망치는 것 같았다.


좌석의 불편함은 시작에 불과했다. 기내식을 받는 순간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맨 앞부터 돌기 시작한 기내식 카드의 메뉴는 치킨, 피시, 베지터블 세 가지였다. 치킨이 인기가 많았는지 남편 차례에서 "치킨이 떨어져 피시와 베지터블만 남았다"는 안내가 돌아왔다. 남편은 피시를 택했지만, 그 마저도 없었다. 승무원이 체크를 못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베지터블만 남았다. 남편 자리부터 남은 건 베지터블뿐, 선택권도 없이 받은 채식 도시락을 열어보니 두부와 당근, 흰쌀뿐이었다.


거기다 음료 서비스마저 제공하지 않고 밥만 건네고 가버린다.


‘헐, 이건 뭐야!’


"Something to drink?"하고 물어봐야 할 승무원이 기내식 카트에 음료가 떨어졌는지 마지막자리인 내 앞에서 그냥 지나가 버린 것이다. 금방 채워서 오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음료를 다시 채운 승무원은 카트를 밀고 그대로 맨 앞으로 가버렸다.


'왜 이러는 거지? 내 여행을 이렇게 망칠 거야?' 싶었다.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마침 통로를 지나가던 유일한 한국인 승무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음료를 요청했다. 그녀는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오고 있다고 했지만, 나는 "식사만 받고 음료는 받지 못한 채 지나쳤다. 추가 요청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제야 승무원은 사과하며 뒤쪽 담당 승무원에게 전달해 주었고, 잠시 후 레드 와인 한 잔을 받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내 옆자리의 인도인 아저씨는 같은 승무원에게 오렌지 주스를 부탁했지만, 결국 음료를 받지 못했다. 추가적인 설명도 없었고,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고, 크게 요청하지도 않았다.



정당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렇게까지 권리를 찾아야 하나 싶어 기분이 상했지만, 손에 쥐어진 레드 와인을 마시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우리 쪽 통로를 담당한 승무원은 아직 경력이 많지 않아 보였다. 그 많은 승객의 다양한 요구를 제한된 시간 안에 좁은 기내에서 처리하는 것이 얼마나 고된 하드코어 업무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실수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가 가는 첫날 경로


와인 한 잔에 화가 풀린 후, 두 번째 간식 서비스는 다행히 나부터 시작되었다. 만약 두 번 다 꼴찌로 남은 메뉴를 받아야 했다면 다시는 말레이시아 항공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뒤바뀐 순서 덕분에 마음이 완전히 풀렸고, 남은 비행을 즐길 수 있었다.


비행기를 내리기 전, 승무원이 헤드폰을 수거할 때 통로에 떨어진 남의 헤드폰까지 주워 건네주며 그녀의 수고를 덜어주었다. 그러자 그녀가 건넨 "Thank you” 한마디에 남아있던 화마저 깨끗이 지워졌다.


비행기에서 레드와인 한잔


별것 아닌 일에 불같이 화가 나 얼굴을 붉히고, 이렇게 작은 일에 눈 녹듯 기분이 풀리는 게 사람인가. 생사가 달린 일도 아닌데 왜 그리 짜증이 났을까. 정작 분노해야 할 소중하고 큰일에는 침묵하면서, 이런 사소한 불편함에 화가 난 내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나도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이번 여행으로 얻은 확실한 결론 하나. 기내식이 제공되는 비행기를 탈 땐 절대 맨 뒷좌석에 앉지 말 것. 자리도 불편하지만, 기내식 선택권도 없으니까. 같은 이코노미석인데 굳이 그런 불편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맨 뒷좌석의 불편함을 제대로 느낀 비행이었다.


이번 여행의 최고의 한 장면, 마치 연출된 듯 비둘기가 함께 찍혔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