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의 이튿날 아침, 홈스테이에서 마주한 은퇴 미국인 노부부의 모습은 앞으로 나의 미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 노부부는 은퇴 후 패키지여행이 아닌, 오직 둘만의 자유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인 할아버지는 긴 청바지에 셔츠, 웨스턴 부츠, 카우보이 모자까지 마치 서부 사나이 같은 이미지이다.
노년의 부부가 자유여행으로 홈스테이에 머물며 삶을 이어간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여행자의 모습이 아닐까.
호이안 3일째 날 홈스테이를 옮기기로 했다.
처음 예약한 숙소가 좋으면 그냥 쭉 있는 우리지만, 이번 숙소는 도저히 그럴 수 없다.
공간이 협소하고, 특별한 시설이 없는 것은 괜찮다.
저렴한 숙소에서 고급스러움을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니까.
하지만, 부서진 의자와 거울이 없는 실내, 나프탈렌 냄새가 심한 쓰레기통은 단순히 저렴함이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배려가 없다는 느낌을 주었다.
욕실의 경우 샴푸, 바디워시가 싸구려 제품인 것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좀 더 좋은 걸로 사면되니깐.
무엇보다 가장 불편했던 건 화장실의 이상한 구조였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하수구가 아닌 화장실 유리문을 향해 흘렀다.
"물이 실내로 들어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설 만큼 이해할 수 없는 설계였다.
다행히 침구는 깨끗했고 아침 식사도 먹을 만했지만, 숙소 주인 부부의 눈빛은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의 눈에선 여행객을 반기는 편안함보다 무언가를 더 팔려는 장사치의 속내가 엿보였다.
그때 문득 지난봄에 갔던 발리 우붓의 홈스테이가 떠올랐다.
그곳 역시 욕실의 구조가 이상했고, 공간이 좁아 불편했다.
하지만 숙소 주인들의 친절함과 편안함 덕분에 숙소도 옮기지 않고 일주일을 머물렀다.
불편함을 넘어서는 그들이 주는 편안함이 좋았던 곳이었다.
결국 즐거운 여행은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온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숙소의 비용은 그 금액에 맞게 모든 제품들이 비취되어 있다. 5성급 호텔이 비싼 건 그만큼 서비스가 많다.
좋은 침구, 넓은 공간, 비치된 물건들도 고급이고, 나머지 부대시설도 다양하다.
그러기에 저렴한 숙소를 택했다면 고급스러움, 부대시설은 포기해야 한다.
당연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두 번째 홈스테이로 이동했다.
Homestay Vinh Khang, Hoi An.
11시 넘어 체크아웃을 하고 근처의 구글 평점이 좋은 다른 홈스테이로 옮겼더니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두 번째 홈스테이의 여주인은 반갑게 인사한다.
룸이 아직 준비가 안되었으니 “좀 있다” 오라고 한다.
캐리어만 맡기고
자, 그럼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가자!
Lyn’s Coffee & Tea
아메리카 맛은 연한 아메리카였고, 버블티는 찐한 설탕맛이 강했고, 망고요구르트는 연한 요구르트 맛이었다.
가격은 저렴했고,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전기콘센트가 있고, 노트북을 켜고 작업하기가 편했다.
현지인 손님과 몇 명의 여행객만 있을 뿐 조용했다.
부담 없이 글쓰기가 좋았다. 1시간 넘는 시간이 뚝딱 지나가네.
호이안에 와서 몇 군데의 카페를 들렀지만, 이렇게 노트북 하기 편한 장소는 처음이었다.
맛은 별로였지만…
호이안의 낮은 사람이 많지 않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여행객뿐이다.
뜨거운 낮의 태양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현지인들의 오토바이와 자동차만 거리를 지나다니고, 여행객들도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호이안의 활기는 저녁시간이다.
화려한 등불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시간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밤을 기다린다.
점심으로 Mi Quang 92에서 미꽝을 먹었다.
미꽝은 베트남 중부 꽝남성 지역 음식이라고 한다.
‘미(Mi)’는 국수를, ’ 꽝(Quang)’은 지역 이름인 ‘꽝남’을 의미하며, ‘꽝남 지방의 국수’라는 뜻이라고.
미꽝의 면은 다른 국수 면보다 굵고 납작하며 쫄깃한 식감, 국물이 자작하게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꽝은 풍부한 고명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돼지고기, 새우, 닭고기, 메추리알 등 다양한 재료가 올라가며, 으깬 땅콩과 바삭한 참깨 라이스페이퍼(반 짱, Banh Trang) 조각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고.
거기에 신선한 허브와 채소도 결들여 진다.
숙주, 바질, 고수, 양배추, 바나나 꽃 등이 함께 나와 국수에 비벼 먹으면 풍미와 식감이 더해진다고 한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미꽝의 맛은 아주 아주 맛있다.
쌀국수의 시원하고 진한 맛과는 다른 달콤하면서 고소하고 신선하고 맛있었다.
미꽝을 맛있게 먹고, 숙소로 다시 향한다.
두 번째 숙소의 주인들은 친절하게 우리가 묵는 방으로 캐리어를 이동시켜 주었고, 에어컨까지 켜놓았다.
숙박객을 위한 배려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작은 섬세한 배려가 서비스이고 여행객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넓은 통창이 있는 방으로 배정받고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이전 숙소와 다른 점은 넓은 창이 있는 것, 화장실 샤워 쪽이 변기와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침대가 조금 더 크다. 그 외에는 비슷하다. 대신 여긴 아침 조식이 없다. 첫 번째 숙소보다 더 저렴하다.
구글 평점은 여기가 더 좋다. 홈스테이 여주인들이 친절하다는 말이 많다.
완전 perfect하진 않지만, 나름 만족한다.
호이안 남은 일정 5일 중 3일을 예약했는데, 추가로 2일을 더 예약한다.
출국일 날에 다낭공항으로 가기 전 다낭에서 특별히 할 게 없다.
구미가 당기는 일정도 없다.
그냥 호이안 올드타운에서 골목골목을 다니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시장 구경하고, 사람 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여행을 하며 매번 느끼는 거지만,
”삶이란 게 별게 없더라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의 영화처럼.
나도 그렇게 지내고 있다.
남과 비교하고, 남의 시선 신경 쓰는 그런 피곤한 삶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하며, 먹고, 글 쓰고, 여행하며 살아갈 것이다.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베트남 여행에서 호이안 올드타운을 추천합니다.
발리 우붓을 좋아한다면,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도 역시 결이 비슷할 듯하다.
단지 차이는 건물의 모습이 다르고, 발리 우붓보다 베트남 호이안은 나무가 좀 적다.
세월이 더 흐르고 베트남의 관광 수준이 높아지면 여기 또한 다르게 변할 것이다.
발리처럼.
베트남 여행의 중간을 지나고 있다.
다음 글은 호이안의 숨어있는 맛집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