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죽음의 행진 - 제3화
제주4.3 북촌 생존자들의 증언
(계간 수필미학 수록)
필자는 제주4.3 생존자 할머니 두 분과 인터뷰를 하였고, 분 연재는 두 분의 증언록임을 알립니다.
- 두 분 할머니와 가족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다. 제주4.3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여긴 나에게도 그날의 증언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방에 앉아서 덜덜덜 떠는데 정말 폭풍 전야처럼 마을이 되게 조용해. 한 10시쯤 되는 거 같았어. 겨울이고 비도 안 왔는데 뭐가 창문 창호지로 턱 들어오는 거라. 그래 보니까 군인들이 총 끝에다가 칼 같은 거를 다 꽂았어. 문을 활짝 열더니 나오라 하더라고. 어머님이랑 삼남매 모두다. 우리는 8채가 있는 골목진 집에서 살았어. 보니까 군인들이 오면서 집집마다 불을 다 붙였어. 불을 지르면서 사람들을 끌어냈는데 연기가 가득 차서 군인들도 숨쉬기 어렵잖아. 우리 집 바깥채 살던 아기가 우는 바람에 군인들이 여기까지 와서 문 열고 끌고 간거야.”
- 북촌초등학교로 끌려가는 중에도 군인들은 곳곳에서 마을 사람들을 살해하였다. 어린 완순은 그 모든 것을 눈에 새겼다.
“학교 앞길이 3m로 편도 1차선이었어요. 버스 하나 겨우 다닐 정도. 지금은 넓어졌지. 운동장에 끌려갔는데, 나는 그때 9살이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은 처음 봤어. 북촌초등학교 운동장에 꽉 찬 거야. 끌고 가다가 말 안 듣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그냥 쏘아 죽여버렸어. 막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보니까 울타리에 국방색 나는 쇳덩어리가 3개인지 4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올려 있는 걸 봤어요. 구멍이 뚫어진 것이 삐죽하게 운동장으로 향해 있는 거야. 기관총 총구였나 봐. 뒤에서 보니까 군인들이 칼 꽂은 총을 어깨에 메고 몽둥이를 손에 잡았더라고. 몽둥이로 콱콱 떠밀면서 빨리 가라고 해”
- 끌려가던 어린이와 아기들까지 군인들은 몽둥이를 휘둘렀다. 완순과 세 살 남동생 영태도 몽둥이에 맞아 남동생은 그로 인해 숨을 거두었다.
“지금 내 팔이 안 올라가잖아요. 모가지가 이래 돌아가야 해. 팔을 올리려면 손으로 들어올려야 해. 되게 아프고. 그때 몽둥이로 맞아서. 세 살 먹은 남동생도 머리통 깨버렸는데 무슨.”
- 이제 본격적인 살육이 시작되었다.
“늦게 끌려 와서 뒤에 앉아 있는데 단상에 군인이 올라가더니 뭐라 뭐라 하는 거야. 남자들 몇 명 세워놓고. 저는 호기심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래서 궁둥이를 들어서 보았어. 군인이 잠바를 입었는데, 손이 옆으로 가더라고. 호주머니 같은 데서 뭘 꺼냈어. 권총 같았어. 그걸 꺼내 것까지는 봤는데 조금 있으니까 다다다다 총리가 나면서 남자들 머리가 확 없어져 버렸어. 군인들이 그냥 쏘아버린 거야.
그것이 신호였는지, 울타리에 있던 쇳덩어리에서 다다다다 막 총소리가 정신없이 나는데, 기관총 구멍에서 총알이 막 내쏘는 거야. 초등학교 안에 사람들 모아놓고 울타리에 기관총 걸어놓고. 그냥 쏘면 다 죽었겠는데, 위협 사격으로 쏘아가니까 거기에서 한 10명 넘는 사람들이 총에 맞았어요.
우리 엄마는 세 살 먹은 남동생을 업고서 오른손에 나를 왼손에는 언니를 잡고 같이 앉았는데, 총소리가 다다다다 나니까 엄마가 완녀냐 완순아 대가리 땅에 박으라 땅에 박으라 소리 질렀어.
개처럼 기다가 총소리가 멎어서 정신을 좀 차려보니까 손잡고 있었던 엄마와 언니가 안 보이는 거야. 엄마 찾으려고 보니까 사람들 사이마다 총 멘 군인들이 몽둥이 들고 서 있더라고. 그래서 오른쪽으로 엄마 찾으려고 돌아앉으려는데 궁둥이에 뭐가 탁 걸렸어. 고동색 빛깔에 코에 하얀 줄이 나 있는 여자 고무신이 보였는데, 여자가 누워서 다리를 뻗고 있는 거야.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다리를 뻗고 있는가 생각하면서 왼쪽으로 돌아다 보니까 고무신 신은 아기 엄마가 총에 맞아서 죽었는데 아기가 위에서 막 젖을 찾고 있더라고. 젖을 먹는지 막 가슴에 머리를 박고 있더라고.
언니는 못 찾고 동생 업은 엄마 포대기 색깔이 눈에 탁 들어왔어. 엄마한테 가려다가 내 궁둥이가 죽은 아기 엄마에 걸리는 바람에 땅을 짚었거든. 오른손이 끈적끈적한 게 추우니까 막 이상해. 그 아기 엄마가 총 맞아서 땅에 피가 고였는데 그 피가 손에 묻은 거야. 그런데 이런 오목오목한 데는 안 묻었어. 볼록볼록 나오는 데만 다 묻은 거야. 추우니까 피가 끈적끈적했어.
그래서 깜짝 놀라서 엄마 나 손에 피 묻었어 소리 지르면서 저만치 떨어진 엄마한테 달려가는데, 세 살 먹은 남동생이 누나가 울면서 오니까 덩달아서 무서웠나 봐. 제주도 말로 엄마 집에 가게 집에 가게 막 이러면서 울었어. 나도 소리 지르고 동생도 소리 지르니까 그 옆에 있던 군인이 시끄러웠나 봐요. 욕을 해대면서 손에 잡았던 몽둥이로 동생 오른쪽 머리를 두 번 가격 해버렸어. 엄마가 손을 쓸 새도 없었어. 퍽퍽 머리가 깨지는 소리를 들었어. 세 살 먹은 어린애인데. 그때부터는 동생이 까무러쳤는지 기척이 없어. 엄마 등에 업혀서. 겁에 질리니까 엄마도 자식 생각할 틈이 없잖아.”
이곳 북촌초등학교에 끌려온 주민들이 근처로 끌려나와 집단 학살 당하였다. 끌려나가지 않으려는 주민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하였다.
너븐숭이기념관 옆 아기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