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미대륙 여행기
멕시코 시티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볼리비아를 입국하기 위한 비자받기였다. 물론 페루에 가서 받는 방법이 가장 쉽다고는 하지만 혹시나 몰라서 미리 받을 수 있으면 받아보려고 했다. 투어에 다녀온 이후 볼리비아 대사관 위치를 알아보고 그 이후에 할 일을 알아봤다.
사실 멕시코 하면 멕시코 출신의 화가인 프리다 칼로가 유명한데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는 걸 좋아했던 나는 프리다 칼로 박물관을 꼭 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프리다 칼로 박물관은 가고 싶은 날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구조이다. 분명 3일 전이면 충분하다고 들어서 일정 조율할 겸 멕시코 시티 도착하자마자 프리다 칼로 박물관 티켓을 구매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참혹했다. 멕시코 시티에 도착한 날 체크인을 끝내고 이동하면서 바로 프리다 칼로 박물관 예약을 위해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게 웬걸 내가 멕시코 시티에 있는 동안 어느 날에도 예약할 수 있는 시간도 날짜도 없었다. 미리 확인하지 않은 내 탓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첫날부터 마지막날에 무엇을 할지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 원래대로였다면 마지막 날에는 프리다 칼로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시내 구경을 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박물관외에 프리다 칼로 관련해 할 일 이 없는지 알아봤다. 그렇게 찾아낸 곳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집과 프리다 칼로 공원이었다. 박물관처럼 볼게 많은 장소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간을 보내기에는 충분했다.
가장 먼저 급한불부터 끄기 위해 볼리비아 대사관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볼리비아 대사관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혹시라도 쉬는 날인가 하고 기웃거리다 보니 안에 있던 경비원이 문을 열어줬다. 번역기를 돌려 비자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예약을 하고 왔다고 물어봤다. 당연히 그랬을 리가 없다. 사실 전날 예약을 해보려고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자꾸 오류가 나서 서류작성만 완료하고 서류만 뽑아서 온 상태였다.
잠시 안에다 전화를 하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우고는 얼마 안 돼서 다른 직원이 나왔다. 아마 당일 발급은 힘들 텐데 Whatsapp번호를 주면서 그쪽으로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비자 발급을 담당하는 번호라며 자세히 알려줄 거라고 했다. 거기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늘이 여기서 마지막 날이고 오늘 바로 발급받고 싶은데 가능하냐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똑같은 말을 왜 자꾸 하나 싶겠지만 번역기로 소통을 하다 보니 소통이 잘 안 됐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Whatsapp으로 연락하는 게 가장 빠르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니 어느 정도 체념하고 이후 일정을 진행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먼저 가기로 생각했던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집으로 가는 도중에 문의를 넣었다. 큰 기대 없이 지하철을 타고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집으로 향했다. 이 집은 실제로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커플이 살던 집으로 두 독립된 건물이 한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둘이 왕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서 다리를 건너가면 조금 무섭게 느껴지는 높이였다.
안쪽에는 생전 프리다 칼로 작품들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프리다 칼로 박물관에 가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여기에서라도 이렇게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그들이 살았던 실제 공간을 둘러보고 있자니 인터넷을 통해서만 봐왔던 작품들이 내가 있는 이 장소에서 탄생한 게 놀라웠다. 물론 박물관에 가면 더 많은 작품들이 있겠지만 이곳에서 보는 작품들로 충분했고, 다음 기회에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집을 다 보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프리다 칼로 공원이었다. 처음 프리다 칼로 공원만 치고 갔을 때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서 여느 공원과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어? 여기가 왜 프리다 칼로 공원이지? 분명 인터넷에는 조각상이 있다고 들었는데?'라는 생각이 들 찰나 조금 더 걸어가 보니 둘의 조각상이 보였다. 공원은 여느 공원과 같이 평화로웠다. 하지만 다른 공원보다 커플이 많이 보였던 거 같다. 기분 탓이었을까? 근데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공원에서 봤던 사람들 중 딱 3명의 학생들 빼고는 모두 커플이었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여유를 즐기다 공원을 빠져나와 동네를 걸었다.
동네를 걷다 보니 주위에 학교가 참 많았다. 마침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시간이 하교시간이라 거리가 무척이나 붐볐다. 초등학생들부터 고등학생들까지 모두 같은 시간에 하교를 하는 건지 학생들로 거리가 꽉 차 있었다. 멕시코 시티 마지막날 제일 많은 인파들을 보고 숙소로 돌아갔다.
멕시코 시티를 추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