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미대륙 여행기
드디어 남미 첫 국가로 가는 날이 밝았다. 처음으로 발을 내딛을 국가는 페루였다. 원래대로였다면 페루에서 2주 정도 있을 예정이었지만 시위 때문에 너무 걱정이 돼서 기간을 대폭 줄였다. 제때 원하는 장소에 도착할지도 확실하지 않을 뿐더러 원래 가기로 계획했던 길들이 막히면서 좀 더 복잡하고 먼 길로 돌아가야 했다. 이 이유로 마추픽추도 포기했다. 시위자들 대부분 마추픽추를 막으면 정부에서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는지 마추픽추를 가는 길이 막혔다 뚫렸다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마추픽추가 뚫리고 나서 대규모 할인을 진행했다고 했다. 원래 계획대로 갔다면 싼 가격에 갈 수 있었지만 너무나 큰 모험이었다. 또 그런 모험을 하기에는 시기에 맞춰서 가야 할 곳들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페루에서의 2주는 2일로 줄어들었다. 너무 아쉽긴 했지만 못 가본 곳 한 군데쯤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 다시 올 구실을 만드는 것이라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한번 칸쿤을 경유해 페루 리마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리마에는 꽤 늦은 시간에 도착할 예정이라 공항에서 노숙할까도 생각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공항 노숙은 위험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는 수 없이 공항에서 제일 가까운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페루에 도착하자마자 더운 열기가 느껴졌다. 근데 눈앞에 펼쳐진 건 다름 아닌 길게 늘어선 입국 수속 줄이었다. 막상 줄 끝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받으니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한 시간 걸린 거야 어차피 나가봐야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상관없었지만 문제는 더위였다. 입국 수속을 기다리는 내내 공항에서는 땀을 흘릴 정도로 더위가 느껴졌다. 중간중간 불평하는 사람도 나왔고, 늦은 시간에 더위까지 겹치니 몸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막상 입국 수속을 받으니 1분도 안 걸렸던 거 같다. 시위 때문에 그런지 몇몇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하는 거 같긴 했다. 그렇게 가장 힘들었던 입국수속을 마치고 택시를 잡으러 공항 앞으로 나갔다.
공항 앞에는 택시 호객으로 가득했다. 역시 미리 찾아봤던 대로였다. 간당간당한 공항 와이파이를 잡아 우버를 불렀다. 그러고 우버가 도착할 때쯤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왓츠앱을 남겼다. 아직 유심을 구매하기 전이라 겨우 잡히는 와이파이만을 이용해서 우버를 타야 했다.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우버를 믿기로 했다.
겨우 우버를 잡아 공항 근처에 잡아놓은 에어비앤비로 향했다. 제일 저렴한 가격의 숙소라 불안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에어컨이 없는 건 아쉬웠지만 독방에 에어서큘레이터 크기의 선풍기가 있었고, 선풍기만으로도 더위를 해소하기에는 충분했다. 큰 침대에 선풍기까지 잠시 호스텔을 벗어나 방을 혼자 쓰게 되니 이렇게 쾌적할 수 없었다.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내일 볼리비아 비자를 받기 위한 서류를 챙긴 뒤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