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미대륙 여행기
드디어 기대하던 볼리비아를 가기 전 마지막 날이었다. 물가도 저렴하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음식까지 맛있었던 리마에서 떠나기가 살짝 아쉬웠다. 괜히 미리 비행기표를 예매해놨나 싶었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거 부지런히 리마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래도 늦은 밤 비행기라 6시간 정도는 여유롭게 리마를 둘러볼 시간이 있었다.
천천히 점심을 먹고 제일 먼저 향한 곳은 기념품 샵이었다. 기념품 샵에서 내가 사야 할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팔찌와 핀. 팔찌는 남미를 여행하는 내내 어디에서도 찾기 쉬웠지만 핀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핀을 모으기로 결정했을까 후회하는 일도 잦았다. 유럽에 가서 마그넷을 모아보니 무게도 나가고 마그넷을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핀과 팔찌를 기념품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다행히 숙소 주변에 다양한 시장이 있어서 여러 군데를 둘러보고 결정할 수 있었다. 여행을 오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한정된 돈에 비해 사고 싶은 건 너무 많았다.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고민만 하게 되고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또 들어가는 곳마다 흥정을 해야 해서 조금 피곤하기도 했다. 물론 강매를 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친절하게 잘해주었다. 핀을 파는 곳이 없어 여러 가게에 둘러서 헤매고 있었는데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계속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는지 찾는 게 뭐냐고 영어로 물어봐줬다. 너무 고마웠다. 안 되는 스페인어로 겨우 겨우 얼마냐고 물어보면서 다니고 있었는데 핀을 찾고 있다고 하니까 직접 핀을 파는 다른 가게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렇게 핀과 팔찌를 무사히 구매할 수 있었고 부랴부랴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다음으로는 피라미드를 가기로 했다. 피라미드에 큰 관심도 없으면서 계속 간다는 게 좀 웃기긴 했지만 마추픽추를 못 간 대신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나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계속 가볼 생각이었다. 그래봐야 마지막 날이었다.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도착한 피라미드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유적지 이름은 huaca pucllana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피라미드는 점토를 쌓아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이제껏 교과서에서만 봐왔던 피라미드랑 다른 모양이었다. 작은 점토로 만든 벽돌들이 쌓아져서 피라미드를 이루고 있었고 층층이 다른 피라미드보다는 낮게 이루어져 있었다. 또 이곳에 도착하면 입장료에 투어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영어와 스페인어 모두 가능한 투어였다. 다만 투어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영어 투어를 하려면 조금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투어는 꽤나 자주 있는 편이라 10분 정도 기다리니 바로 투어시간이 되었다.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이런 사람 형상의 마네킹들과 동물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라마와 같은 동물들을 공물로 제사를 올렸기 때문이었다. 한 바퀴를 돌다 보면 라마 이외에도 여러 동물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날이 더워서 그런지 모두 다 그늘에 가서 먼 산을 바라본 채 쉬고 있었다. 나도 40분쯤 투어를 돌다 보니 쉬고 싶었다. 투어를 마치고 바로 숙소로 향했다. 물어보니 체크아웃을 했는데도 샤워를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샤워를 마쳤다. 샤워를 마치고 간단히 밥을 먹고는 공항으로 갈 채비를 했다. 물론 시간은 좀 많이 남아 있었지만 공항 사정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비행기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6시쯤 도착한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바로 짐을 맡기고 체크인을 위해 들어갔다. 리마로 들어올 때랑 마찬가지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출국하는데도 수속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데는 처음 본 것 같다. 그렇게 또 1시간 줄을 서서 겨우 입국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서 볼리비아에서 뭘 해야 할지 계속 찾아봤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볼리비아 라파즈 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