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미대륙 여행기
리마를 방문한 이유가 볼리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리마를 둘러볼 시간이 많지 않았다. 볼리비아를 받은 날과 그다음 날이 전부였다. 사실 그다음 날도 밤 비행기를 타고 볼리비아로 향해야 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비자를 받고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 나가기로 했다. 도착해서 잠을 푹 자서인지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았고 씻고 두 시간 정도 자고 난 뒤 저녁을 먹기 전 바닷가를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리마는 바닷가 도시라 시내에서 바다까지 나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절벽에 지어진 도시라 절벽을 내려가야 바닷가가 보였다. 날씨가 너무 습해서 걸어가다 그냥 에어컨이 있는 숙소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아직 여행 초반이라 그런가 아직은 체력이 충분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바닷가를 걸어가다 보면 아이스크림도 정말 많이 팔고 사람들도 모두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나도 마음만 같아서는 물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앞으로는 한 시간 반은 더 걸어야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봐야만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속 걸었다.
해변은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었고 중간중간 쉬어갈 수도 있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너무 여유로워 보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가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오래 걸었더니 어디에 앉아서 쉬고만 싶었다. 하지만 큰 산이 하나 남아있었다. 내려왔으니 올라가야만 했다. 바닷가에만 머물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올라가다 보면 이런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쓰나미 경보 표지판이나 바닷가 마을이라 그런가 쓰나미 대피 경로가 나와있었고 조금 더 가다 보면 대피 장소로 가는 방향까지 자세히 나와있었다. 오래전에 페루에 큰 지진이 있었고 이때 쓰나미가 닥쳐서 그런지 이런 표지판들이 잘 돼있었다. 조금은 생소한 표지판이었지만 모두가 알기 쉽게 잘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걸려서 바랑코에 도착했다. 바랑코는 벽화거리와 탄식의 다리가 유명한 동네인데 꼭 한번 오고 싶었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여유를 느끼고 벽화 사이를 걷고 싶었다. 좋지 않은 타이밍이었다. 빠르게 보고 가야 하기도 하고 너무 덥기도 했다.
벽화가 그려진 거리를 둘러보고 탄식의 다리로 향했다. 탄식의 다리는 사랑하는 커플이 만나려다가 만나지 못하고 다리 끝에서 한숨을 쉬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 다리를 숨을 참고 끝까지 건너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어 소원을 빌면서 숨을 꾹 참고 건너봤다. 이 소원이 이루어질지는 내년이나 되어봐야 알겠지만 한 번쯤은 믿고 위안을 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간단한 관광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약속까지는 1시간 남짓 남아있었고 땀을 너무 흘린 탓에 씻고 나가고 싶었다. 참고로 페루에 온다면 꼭 우버를 불러 택시를 타고 다니기를 추천한다. 택시비가 매우 싼 편이라 30분 정도 되는 거리라면 무조건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이득이다. 물론 더위에도 버스를 타고 걸어 다녀도 상관없다면 그 부분도 나쁘진 않다.
숙소에서 씻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케네디 공원으로 향했다. 케네디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에 하루 종일 있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 그중에서도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쓰는데 케네디 공원에는 길고양이들을 위한 쉼터였고, 분양과 음식을 주는 부스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케네디 공원을 걷다 보면 주변에 고양이가 함께 걸어 다녔고 앉아있으면 근처까지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 고양이들과 실컷 놀아주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페루에 왔으니 페루 전통 레스토랑을 가기로 결정했고, 음식 외에 Pisco Sour를 꼭 먹어보라는 현지인의 추천에 음식과 술을 시켰다. 레스토랑이라 그런가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졌는데 음식이 나오자마자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음식을 기다리며 Pisco sour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는데 양이 어마어마했다. 그때 생각했다. 아 양이 많아서 비싼 거였구나... 많이 먹지 못하는 편이라 음식이 많이 나오면 당황스럽다. 그래도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맛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앞으로의 여행 계획과 과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식사를 마무리했다. 여행 중 처음 만나는 한국인이기도 했고, 같은 목적을 가지고 대사관에서 만나서 더욱 반가웠던 것 같다. 이렇게 또 남미에서의 하루가 마무리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