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라파즈에서의 첫째 날

2023 미대륙 여행기

by 엔케이티

숙소에서 씻고 두 시간 정도 잠을 청했다. 원래대로였다면 하루종일도 잤겠지만 여행을 와서 인지 짧은 시간만 자도 눈이 떠졌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볼리비아를 여행하는 동안 쓸 유심을 구매하는 일이었다. 이곳 라파즈에서 유심을 구매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길거리 가판대에서 유심 구매하기', '직접 통신사를 찾아가 구매하기'. 전자의 경우는 서류가 필요 없고 간단하게 구매해서 사용 가능하지만 내가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고, 후자는 서류가 필요하고 통신사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의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가판대에서 파는 유심이 그렇게 싸지도 않았고, 대부분이 데이터 양이 많은 유심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된 거 경험도 할 겸 통신사로 가보기로 했다. 통신사까지는 30분 정도 걸어간 것 같다. 구경도 할 겸 걸으면 되지 생각했는데 거리는 축제 준비로 바빴다. 나중에 호스텔로 들어가서 물어보니 카니발 기간이라 볼리비아 전체가 축제 중이라고 말해줬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잘됐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미리 정해놓았던 통신사인 Entel로 향했다.


남미에는 정말 다양한 통신사들이 존재한다. 또 같은 통신사라도 나라가 바뀌면 요금제와 정보들을 새로 바꿔줘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유심을 새로 사야 한다. 내가 남미를 여행하는 동안 이용했던 유심은 Entel, Claro였다. 이 외에도 Movistar, tigo 등 다양한 종류의 유심이 많은데 잘 터지고 평이 좋은 통신사는 Entel과 Claro였다. 볼리비아에서 Entel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였다. 숙소와 그나마 가까웠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가판대에서 살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기왕 처음 하는 거 통신사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Entel에 도착해서 외국인인데 선불 유심을 쓰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번호표를 뽑아주고 대기하라고 했다. 잠시 대기했더니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와서 요금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요금제는 원하는 기간과 데이터 용량을 얘기하면 적당한 것으로 추천해 준다. 만약 데이터가 너무 많다 싶으면 요금표에 나와있는 것 중에 원하는 것으로 선택하면 되고 나중에 충전도 할 수 있어서 처음부터 너무 많이 구매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볼리비아에서 2주 정도는 머물 생각이라 어느 정도는 살 생각이었다. 또 데이터 구매하는데 많은 돈이 들지 않아 부족해서 불안한 것보다는 남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데이터를 많이 썼는지 여행 후반에 가서는 데이터를 아껴 써야 했다.


유심을 구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내가 구매할 통신사로 가서 여권만 구매하면 직원이 모든 걸 도와준다. 유심만 바로 꽂으면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설정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영어를 할 수 있는 통신사 직원이 모든 것을 도와줬고,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빠르게 유심을 구매해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유심을 사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마녀시장이었다. 라파즈에서 대표적으로 관광할 곳을 꼽자면 마녀시장과 지역 간의 이동수단인 케이블카 그리고 라파즈에 있는 달의 계곡이었다. 그중 마녀시장과 케이블카는 도심에서 쉽게 갈 수 있지만 달의 계곡까지는 외곽으로 좀 나가야 했다.


마녀시장에서는 주술에 필요한 물건들을 판다. 그래서 마녀시장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고, 실제로 들어가 보면 평범한 시장에 주술에 필요한 물건들을 파는 곳이 곳곳에 있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실제로 어린 라마를 말려놓은 미라(?)였다. 징그럽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매장 입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걸 보면 처음 보는 사람들은 충분히 놀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외에도 라파즈에서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거리가 잘 꾸며져 있었다. 길거리에는 마녀 모습을 한 인형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우산이 달려있었다. 관광지로 사진을 찍기에 아주 좋았고 많은 사람들이 이걸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제일 먼저 핀을 찾아 나섰다. 핀부터 사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핀도 살 겸 마녀시장을 구경했다. 라파즈에 관련한 핀은 없었고 겨우 볼리비아 국기가 그려진 핀을 찾았다. 조금 더 고민을 해볼까 하다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바로 구매했다. 이때까지는 떠나는 날까지 마녀시장에 매일 오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렇게 핀을 사고 다음 타깃은 판초였다. 우유니에 가면 밤에 춥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무엇보다 소금사막에서 판초를 입고 사진을 찍고 싶었다.


지금 당장 살 건 아니고 시세를 알아보고 맘에 드는 가격이 있으면 살 계획이었다. 그렇게 판초를 사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가게를 돌아다니다 보면 비슷한 디자인인 얇은 판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디자인도 비슷하고 만져본 감도 똑같은 것 같아 만약 저렴한 가격의 판초를 기념품으로 사고 싶다면 그걸 구매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뭔가 실용적이면서도 이쁜 디자인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색은 무조건 파란색이었으면 좋겠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봤지만 내가 원하는 가격이면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거나 마음에 디자인이면 가격이 너무 비쌌다.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가는 길 길거리에는 카니발 축제의 열기가 가득했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물풍선을 던지며 놀고 있었고, 비누 거품으로 추정되는 것들을 뿌리면서 놀았다. 카메라를 들고 나온 터라 카메라를 품에 꼭 안고 카니발을 구경했다. 제발 나한테는 뿌리지 않길 바라면서... 카니발 구경에 정신없던 와중 배가 고파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길거리에서 가판을 차려놓고 음식을 팔고 있었다.


그렇게 남미에서 첫 초리판을 경험했다. 빵사이에 소시지를 넣어 야채랑 같이 주니 단순히 핫도그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웬 걸 너무 맛이 있었다. 핫도그랑은 다른 맛이었다. 배고플 때 먹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남은 남미여행동안 계속 사 먹었던 걸로 보아 처음 먹은 초리판의 기억이 정확했을 것이다. 짭짤한 소시지와 여러 야채들이 정말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고 무엇보다 말도 안 되게 쌌다. 가판대에서 파는 음식이라 위생은 좀... 그렇지만 뭐든 어떨까 싸고 맛있는데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발견했다는 기분 좋음과 함께 숙소로 돌아갔다. 내일 일정을 짜면서 좀 쉴 생각이었다. 제대로 잠도 못 잤으니 일찍 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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