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깔짝거리는 것의 힘

by 병아리 트레일러너

몇 년 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취미가 뭐예요?" 하면 사실, 나의 대답은 "글쎄요~ 딱히?" 하며 얼버무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사실 대답은 딱히 변하진 않은 것 같다. 굳이 꼽자면 코비드 시국엔 그림을 조금씩 그리기도 했었는데, 연필화를 그리다가 내가 신랑을 찍어준 사진 중에 느낌이 좋아서 초상화를 그려본 적이 있었다, 내가 봐도 따뜻한 느낌을 잘 살린 그림이었다. 신랑이 액자에 잘 넣어서 지금도 잘 보관 중이다. 그렇게, 또 그림생활은 나에게 한동안 잊혀졌지만, 언젠간 시간이 다시 허락한다면 또다시 연필을 잡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 모두는 "해야 할 일"들을 해가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나도 엄마로서 해야 할 일들, 직장일, 오프날엔 나름의 약속도 있을 때도 있고, 살림도 해가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렇게 때론 정신없이 살아가며 한 번씩 "나, 진짜 이렇게 시간이 없는 걸까? 무언가 나도 짬짬이 시간을 내서 깔짝 댈 수 있는 시간은 있을텐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도 아니다. 지금처럼 브런치에 글을 잠시 쓸 시간같이 10분, 20분, 많으면 30분 정도는 내가 시간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그래서 그때부턴 짬짬이 '깔짝댈 시간"을 만들어서 즐기자하는 마음으로 나는 한 번씩 동네 단골카페에 터덜터덜 걸어가서 플랫화이트를 시켜서 야외의자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기도 하고, 계절의 변화를 새삼스레 느끼기도 한다. 한 번씩 오프날엔 멀지 않은 곳에 이쁜 도서관이 있는데 거기 가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운 좋게 유리 통창에 자리가 나서 앉으면 바깥풍경들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앉아 한참을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예전에 한국에 살 때 고양시 화정 공터가 보이는 "카페 배네"가 생각난다. 거기도 읽을 책도 있고,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 신랑이랑 아지트처럼 들러서 '캐러멜 마키아토'를 마시며 밖에 풍경을 보던 그곳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말이다.


하루나 이틀은 천천히 지나가지만, 한 달, 일 년은 참 빨리 지나간다. 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면 무엇이든지, 깔짝거리는 시간을 내는 것이 좋겠다. 그 깔짝거리는 시간들이 쌓이면 언젠가 '나는 ~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다는 달리는 사람,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 나는 글 쓰는 사람. 이런 정의들이 생길 때쯤 우리는 어쩌면 인생의 다른 챕터를 넘기고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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