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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살

10년 만에 잡은 기타

by 혁이

10년 만에 통기타의 줄 위로 손가락을 올렸다.


일을 그만두고 난 후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뒤로 돌아 내가 살아온 길들을 보다가

문득 통기타를 치던 생각이 나서 기타를 잡았다.


약 10년 전, 악기는 하나라도 다룰 수 있는 게 좋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나는 기타를 배우게 됐다.

기타를 처음 배우는 과정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레슨을 받으러 가는 날 학원에 다 와 갈 때쯤이면

손가락이 그만하고 싶다고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내 왼손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다.

검지손가락을 편 상태에서 엄지손가락을 구부리는 것이 안된다. 그리고 중지손가락을 편 상태에서 검지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접는 것도 안된다. 그러니 당연히 코드를 잡기도 힘들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고통스러웠던 건 바로 굳은살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코드를 거의 다 까먹은 상태지만, 요즘 푹 빠진 노래(에릭 클랩턴의 tears in heaven) 때문에 기타를 잡았다. 첫날부터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10년 전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조금만 참으면 고통스럽지도 않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려운 것을 지금은 안다. 내가 조금만 참고 견뎌낸다면 처음 느꼈던 고통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고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단지 기타를 다시 치고 싶어서 꺼내 들었지만 굳은살을 생각해 보니 깨달은 것이 있기에 이렇게 적어본다.


새로운 시작은 누구에게나 다 힘들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안 해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나의 새로운 시작에 대해서 나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굳은살을 기억하자, 처음엔 익숙하지도 않고 어색하고 힘들어도 견디고 하나씩 해 나간다면, 굳은살이 생길 것이다. 처음엔 안 잡히던

기타 코드들도 손가락이 안 따라준다고 포기하지 않고 억지로라도 잡는 연습을 한다면, 잡을 수 있다.

그러니까 넌 도망치지 말고 쭉 해 나가면 된다. 그런다면 모든 게 너의 일상이 될 것이고, 거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응원해 줄 테니까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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